[요리 참 쉽지요] 팔방미인과 ‘두루치기’


“두루치기 구함”
전라도 식당을 지나치면서 문에 붙은 이상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보니, 구인광고였다. 특정 일만이 아닌, 여러 가지 일(설거지, 청소, 음식, 서빙 등)을 다 맡아서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는 뜻이였다. 거참 두루치기는 참 힘들겠거니 하고 돌아서는데, 문득 어딘가에서 들었던 두루치기의 뜻이 생각났다.

‘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 능통하거나 또는 그런 사람을 일컫는 팔방미인.’

“넌 두루치기 같구나” 라는 말이 좋은 뜻이 되겠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두루치기

음식의 두루치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또는 해물과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국물이 조금 있는 상태로 볶듯이 만든 한국의 향토음식이다. 이 음식은 경상도, 전라도, 충정도 등 지방마다 다른 방식으로 전해지고 있지만,?어느 지방에서 시작되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경북 안동의 양반가에서 유래되었다는 경상도식 두루치기는, 불청객처럼 갑작스레 방문한 귀한 손님을 위해 각종 채소와 채 썬 소고기를 넣어 전골 방식으로 재빨리 끓여 대접했다고 전해진다. 전라도식 두루치기는 채소, 소고기와 내장을 넣고 끓여 마지막에 달걀을 풀거나, 돼지고기를 이용할 경우 여러 부위를 다 사용하여 고추장 양념을 한다. 우리가 주로 알고 있는 돼지고기와 장, 김치를 넣어 볶는 식의 두루치기는 경북 방식이다. 제육볶음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제육볶음은 국물이 없는 볶음 그 자체이다.

양념에 쓰이는 고추

위에서 보듯 지방마다 두루치기의 방식은 다르나, 아주 오래전엔 두루치기에 고추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별히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사용한 두루치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고추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고추는 임진왜란 무렵 일본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였다. 그러나 최근 다른 학자들은 1700년대 일본 문헌에 “고추는 조선으로부터 건너온 것”이라는 설명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김치의 한자 표현인 침채(沈菜)라는 말 전에도 김치를 뜻하는 ‘저(菹)’란 표현이 이미 수 백년전 삼국사기부터 나와 있다고 주장한다.

고추가 오래전부터 있었음에도, 잘 사용하지 않았던 채소였던 것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음식이 귀했던 시절에 맵고 향이 짙은 고추를 사용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귀한 식자재(고기나 생선 등) 본연의 맛을 잃게 된다고 여겼던 것인지, 그러한 식재료로 음식을 먹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로서는 위나 장에 무리가 갈 법도 했던 것인지, 고추의 사용여부와 들여온 시기는 여전히 분쟁중이다.

따라서 두루치기에 고춧가루나 고추장, 김치 등이 언제부터 사용됐는 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김치에 고춧가루 양념을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했던 조선후기 이후가 아닐까 하는 짐작이다.

1931년 동아일보에 ‘저육지짐이’로 나와 있던 다음의 기사를 참고해 보면서 오늘은 김치 두루치기 음식을 소개한다.

김치 돼지고기 두루치기

재료(2인분 기준): 돼지고기 200g, 묵은지 한 줌, 대파 20g, 양파 1/4개, 청 고추 반개, 붉은 고추 반개, 깨소금, 물 반 컵, 식용유 약간.
고기 양념: 고추장 1T, 고춧가루 0.5T, 진간장 1T, 설탕 1T, 맛술 1T, 후춧가루 약간, 참기름 1t

만드는 법
1. 돼지고기는 고기 양념해 놓는다.
2. 김치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며, 파와 고추는 어슷 썰고, 양파는 채 썬다.
3.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고기를 볶다가 반쯤 익으면, 김치를 넣어 같이 볶는다.
4. 물 반 컵 분량을 넣고 저어가며 졸이면서 고기는 완전히 익히도록 하고, 마지막에 깨소금과 참기름을 살짝 넣어 완성한다.

*돼지고기 효능
고단백질인 돼지고기는 피로 해소제라고 불릴 정도로 B1이 풍부하여,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바꿈으로써 신경과 근육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 B1이 부족하면, 뇌세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력 저하, 기억력 상실, 어깨결림 등이 나타난다. 또한 돼지고기에는 철 함유량이 많아 빈혈예방에 좋다. 메티오닌 성분 또한 풍부해 간장을 보호하며, 돼지고기의 지방이 혈관 내 중금속을 배출하여 성인병예방에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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