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참 쉽지요] 초여름 어묵전골


지금은 봄이지만

눈발이 내리치는 어느 겨울날, 꼭꼭 목도리를 동여매고서 두툼한 하얀색 모직코트를 걸쳐 입고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어느 대학 정문 앞에서 누군가를 한참 기다리던 생각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어느 누군가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웃음으로 다가와, 따뜻한 사케집으로 데려간다. 둘은 따듯하게 덥힌 사케를 마시며 수줍은 담소를 나눈다.

그 첫잔은 훈훈히 손과 배를 데우고, 두번 째 잔은 나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는다. 마치 나를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다가와 마음을 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따뜻했던 나의 사케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누구도 다 평등하다. 그것에 함께하는 어묵전골은 더욱이 허심탄회 거리낌 없는 친구가 된다.

사케와 어묵전골의 궁합

둘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 같다. 함께하는 사람도 친구로 만들어 주듯이, 따뜻한 둘의 만남은 열정을 불태운다. 한 모금, 한 수저가 만나 평등하고 단단한 끈을 만들어준다.

그 때의 그것은 내게 강하고도 자유로운 의지가 되기도 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 하던 젊은 날들을 씻겨주는 듯하기도, 새로운 무언가를 다짐하는 듯하기도 했다.

변덕 심한 요즘 날씨, 밤이 되면 조금은 으스스해지는 게 마치 계절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여름이 성큼 오기 전, 늦은 밤의 봄바람과 함께 사케와 어묵전골로 아련하게 그 때를 살려보고 싶다.

어묵전골

재료
각종 어묵 180g, 삶은 달걀 1개, 곤약 40g, 무 50g, 당근 30g, 은행 몇개, 쑥갓 약간, 가쓰오부시 6g, 다시마 1조각, 간장 3T, 청주 1T, 설탕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냄비에 다시마를 넣고 끓이다가, 다시마는 먼저 건져내고 가쓰오부시를 넣어 바로 불을 끈 다음 육수만 건져낸다.
2. 곤약과 당근, 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삶은 달걀과 함께 간장을 섞은 다시물에 졸인다.
3. 어묵과 껍질을 제거한 삶은 은행을 꼬치에 꽂아 준비하여 냄비에 보기 좋게 담는다.
4. 각각의 재료들도 모두 담고, 다시물, 간장, 청주, 설탕, 소금으로 맛을 내고 쑥갓으로 마무리한다.

*어묵의 효능
어묵에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소화가 잘 되고 생선에 많이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혈관 속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주는 효과가 있다. 좋은 어묵은, 생선살이 70%이상 되며 나머지는 전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순백색으로 광택과 탄력이 좋고 입에서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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