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사법제도와 감옥실태

필리핀의 사법 체계는 증거재판주의이고 절차주의이다. 증거재판주의란, 반드시 증거에 의해서만 사실 인정을 허용한다는 주의로 형사소송에서의 원칙이다. 여기에서의 사실이란 범죄 사실을 의미하며, 증거는 증거 능력이 있고 적법한 증거 조사를 거친 증거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백한 사실일지라도 그 사실이 증거에 의하지 아니하면 인정될 수 없다. 그리고 절차주의란 절차가 불법이면 그 결과는 무효라는 원칙으로 모든 과정이 합법이어야 하고 절차의 규정을 엄수해야 한다.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거나 수사 과정과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밝혀지면 기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총소리가 났고 총상으로 숨진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범행 현장에서 범인을 본 사람이 없다. 용의자는 있으나 범행에 사용된 총이 발견되지 않았다. 결정적인 증거인 총이나 목격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그 사건은 미궁에 빠져버린다.
?범행 현장에서 목격자는 없는데 총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총은 등록되어 있지 않은 불법 제조된 총이고, 총기에서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다. 역시 미궁에 빠져 버린다.
?근로자에게 징계 위원회 소집에 대한 통보 없이 징계 위원회에서 해고를 결정했다. 이 해고는 무효이며 사용자는 불법 해고에 따르는 법적 제재 및 배상을 해야 한다.
?사장이 주주 의결 없이 회사 차량이나 재산을 매각했다. 이 계약은 무효이다.
?시장이 시의회 결의 없이 어느 업체와 시내에 흐르는 개천의 준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무효이다.
?마약 복용 혐의자를 체포했는데, 체포 즉시 마약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하루나 며칠 뒤에 실시했고 혐의자가 구금 상태에서 자신의 몸에 마약이 강제로 투입 되었다고 주장하면, 마약 양성 반응 자료가 증거력을 상실하여 혐의자는 풀려난다.
?대금으로 받은 수표가 부도(bouncing)처리 되어서 수표 발행인을 고소하였는데,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그 수표의 원본을 분실 했다면,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될 수 있다.

필리핀 사람들과 계약서를 작성할 때 유의할 점 중의 하나는, 반드시 분쟁 발생 시 관할 법원을 한국인이 유리한 지역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마닐라에 살고 있다면 관할 법원을 마닐라 법원으로 하고, 세부에 살고 있다면 세부 법원으로 명시해야 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은 계약서의 관할 법원 조항을 누락하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룬 적이 있다.

필리핀 사람이 자기 고향인 민다나오의 어느 소도시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마닐라에 사는 이 한국인은 꼼짝없이 그 도시의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trial)에 참석하기 위해 거의 3년 동안 두 달에 한 번씩 변호사와 함께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간 후, 현지에서 자동차를 임대해야만 했다. 소송에서 이기긴 했지만 시간적, 물적, 정신적 피해는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한다. 대부분의 필리핀 지방법원은 그 고장 사람들인 현지인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니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과 분쟁이 생겼을 경우에는 노동 법원에서 관할하는데, 거의 대부분 직원(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므로 항상 직원 잘못에 대한 명백한 증거(자료)와 정당한 징계 절차를 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와 같은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헌법상 의무라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직원(노동자)들이 유리한 장소에서 제소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상관이나 동료에 대한 욕설, 독설, 인신공격 또는 직장 내에서 만취할 정도의 음주 행위, 위협이나 싸움 등은 심각한 위법 행위이므로 해고 사유가 되지만, 실제적이고 근거 있는 증거(substantial evidence)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를 내리거나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시 정직 또는 해고 결정을 내리는 경우 오히려 직원(노동자)로부터 제소를 당해 회사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문제가 있는 직원(노동자)의 징계에 필요한 증거(자료)들을 충분히 수집하지 않는다거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징계를 내리는 관리자가 있다면 회사의 규정을 적용하여 dereliction(직무 유기, 태만)으로 처벌해야 한다.

우연한 기회에 필리핀의 감옥에 가서 누군가를 면회 가본 적이 있었다. 감방은 구경하지 못했으나 구치소 안은 마치 시장통을 방불케 하였다. 죄수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그들이 입고 있는 ‘죄수(detainee)’라고 적혀 있는 똑같은 색깔의 티셔츠뿐이었다. 노래방 기기가 있고 슈퍼마켓이 있으며 허술한 식당도 여럿 있는데, 죄수들이 일반인들 및 면회객들과 뒤섞여 있어서,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구치소 밖이나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명이 귀띔해 준 바로는, 돈만 있으면 그러한 구치소 안에서 술, 담배, 마약, 심지어 창녀들이 들어와 성관계도 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부유한 죄수는 간수들과 동행하여 외출을 하고 오거나 자기 집에 가서 외박을 하고 돌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청부 살인자나 청부 범죄자가 왜 필리핀에 많은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사고를 치고 감옥에 가더라도 범죄를 사주한 자가 돈을 풀기만 하면 구치소 안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고 주위의 가난한 죄수들로부터 보스 대접도 받으면서 일정기간 수형 생활을 즐기다 나올 수 있을 것이니까.

Jose C. Sison이 그의 <A Law Each Day>에서 밝히고 있는 참고할 만한 판례들을 소개한다.

(1)정당방위(Self-defense) : 절친한 사이인 Ernesto와 Miguel는 평소에 농담을 자주 하며 놀았다 한다. 1990년 어느 날, Ernesto가 칠흑 같은 밤길을 걷고 있는데 약 8미터 앞에서 어떤 남자로부터 “고개 숙이고 돈 내놔!”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소지하고 있던 총으로 두발을 발사했다. 총상을 입고 사망한 사람은 다름 아닌 친구 Miguel이었다. 살해 혐의로 기소된 Ernesto씨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무죄판결을 받았다.(acting under a justifiable and excusable mistake of fact) 이 판결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Miguel이 그날 밤 사건의 현장에서 그러한 농담을 했다는 증인이 없었으며 Ernesto의 진술로서만 정당방위임을 주장했다는 점(죽은 자는 말이 없다)과 Ernesto가 평소에 Miguel과 짓궂은 농담을 자주 했었다는 점이다. 필리핀 사람들과 어울릴 때에는 사소한 농담이라도 폭력이나 범죄를 연상하는 단어와 문장을 쓰지 않아야겠다.

(2)불법 사용/사칭(Usurpation) : CIS (Community Investigative Support 경찰 소속) 요원인 Conrado는 어떤 이유로 정직(Suspension) 처분이 내려졌었다. 정직 기간 중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광산 회사의 경리직에 취직했는데, 회사의 직원이 Baguio 시에 다녀온 출장 비용 정산과 관련하여 확인하라는 상관의 지시를 받았다. 직원이 제출한 항공 영수증을 대조하기 위해 항공사 사무실에 갔던 Conrado는 CIS 요원의 신분증을 제시하며 인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니 어느 기간의 탑승자 명단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고 항공사 측에서 제출한 서류를 복사하여 돌아왔다. Conrado가 떠난 후 이상하게 여긴 항공사 측에서 CIS 본부에 문의해 본 결과 Conrado는 이미 해고(dismissal)되었음을 알게 되어 검찰에 신고하였으며,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Conrado는 해고 통지를 아직 서면으로 전달받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사건 당시 단순히 정직 상태이어서 CIS 요원 신분증을 사용한 것은 위법이 아니며, 그가 조사했던 항공사 서류는 기밀 서류가 아니었고 불법적인 목적으로 열람/복사한 것이 아니었다며 검찰의 기소를 기각하였다. (1991년 1월 23일)

(3)주거 침입(trespass to dwelling) : 신혼부부인 Tony와 Cory는 성격 차이로 자주 다투게 되자 어느 날 아내 Cory가 가출해 버렸다. 남편 Tony는 아내를 수소문 했지만 찾지 못하자 처가 집에 있을 것으로 믿고 찾아갔다. 그러나 처가집 식구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행패를 부렸고 처가 식구들이 Tony를 주거 침입죄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주거침입 미수죄(guilty of attempted forcible entry into the dwelling)를 선고했다. (1990년 10월 26일). 인척이라 하더라도 집주인의 허락 없이 억지로 들어가려 하는 것은 범죄행위가 된다.

주거 침입과 관련하여 다른 예는, Perez씨 가족은 2층에 살고, Tan씨 가족은 아래층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Perez씨를 찾아왔다고 하여 Tan씨가 문을 열어줘서 2층에 갔으나 잠시 후 1층으로 내려와 마약을 수색한다며 Tan씨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고 그들이 수사관인 줄로 여긴 Tan씨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마침 지나가던 경찰이 들어와 그들이 수사관이 아닌 다른 개인적인 목적으로 Tan씨의 방에 들어오게 된 것임이 밝혀져 두 사람을 주거 침입죄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두 사람이 집 안에 들어오려는 순간에 제지하지 않았고 억지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주거 침입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1990년 1월 24일)

(4)강압(coercion) : Caloy와 Hector는 서로 인접한 농경지의 주인이었다. 어느 날 Hector의 소들이 Caloy의 논에 들어와 농사의 일부를 망쳐놓았다. Caloy는 소들을 붙잡아 놓고 Hector에게 배상을 요구했다. Hector가 훗날 갚기로 약속하고 소들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Caloy는 지불되기 전까지는 소들을 돌려주기 않겠다고 버티었고, Hector는 소들을 당장 돌려주지 않으면 해치겠다며 칼을 꺼내 Caloy를 위협했다. Caloy는 Hector를 강압 혐의로 고소했고,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1991년 3월 20일). Hector가 Caloy로부터 소들을 돌려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이는 정당한 법절차를 통해 행사되어야 하며 Hector처럼 강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법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의 격언이다. (It is the maxim of the law that no man can take the law into his hands.)

(5)장물매매죄(Anti-fencing Law) : 축산업자인 Lito의 축사에서 돼지의 출산용 우리(Farrowing crate) 를 분실하였는데, 얼마 후 인근 고물 매매업자인 Danny의 고물상에서 발견하였다는 소문을 들었다. Lito는 두 명의 직원과 경찰을 보내 Danny의 가게에 보내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Danny는 자발적으로 장물을 돌려주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4개월 후 장물 매매죄로 형사 고발되었고 법원은 7년형을 선고하였다. Danny는 장물인줄 몰랐었다고 주장하였지만, 물건 판매인의 신원 및 판매 권한이 있는지의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Danny가 해야 할 일이었다. (to ascertain the identity of the person who sold the goods or to require proof of ownership). (1996년 12월 13일) 필리핀에서는 차량 절도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중고차를 사려고 하는 경우에는 판매자의 신원과 그 사람이 차량 주인인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절도 차량을 구매하게 되면 단순히 그 차량이 장물인 줄 몰랐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필리핀 법정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며 장물 매매죄로 구속되고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6)부도수표(bouncing check) : 소규모 사업을 하던 Mateo는 회사 운영 자금이 부족하여 Matilde에게서 5만 페소를 빌리면서 4개월 후 지불 날짜가 적힌 수표(post-dated check)와 지불 각서(promissory note)를 작성하여 전달하였다. 그러나 만기일 전에 잔고 부족을 이유로 은행에서 수표 계좌를 폐쇄해 버렸고 만기일을 넘겨서까지 부채를 갚지 못했다. Matilde는 부도 수표와 지불 각서를 증거물로 고소했고 법원은 Mateo에게 사기죄(Estafa)를 적용하여 27년의 징역형과 10만 페소의 배상을 판결하였다. (1998년 9월 23일)

(7)순결(chastity) : Pendong과 아내 Amanda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는 가끔 이웃에 있는 친척집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어느 날 밤, 아내가 집에 없자 친척집을 찾아가 창문을 통해 이웃집 남자 Romeo와 단둘이서 방안에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Pendong은 즉시 인근 경찰서에 신고하였고 경찰과 함께 친척집에 돌아와 그 방의 창문을 통해 두 사람이 침대에 함께 있는 것을 재확인하고 집안으로 들어가 Amada와 Romeo를 체포하였다. 법정에서 두 사람은 함께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성행위는 부정하였으나 판사는 간통죄를 선고하였다. (1993년 5월 18일) 필리핀의 법정에서는 어느 남자가 남의 아내와 늦은 밤에, 그녀의 남편이 없는 집 안의 침대에서, 그녀 남편의 허락 없이, 단 둘이 있는 것만으로도 간통죄를 성립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a man is found at a late hour of the night, alone in a room with another man’s wife, she being in bed and absent from her husband’s home without his consent is sufficient to sustain a conviction of the crime of adultery.)

(8)명예훼손(libel) : 회사의 고용된 임원 중 한 명인 Ricardo가 사기 협잡(shenanigan)을 일삼고 있다고 의심한 사장 Antonio는 이사회를 소집하여 Ricardo에 대해 그의 부하 직원들을 제대로 지휘 감독하지 못하고 하청 업체들과 짜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있어서 조사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정직 처분을 결정했다. 조사가 끝난 후 Ricardo의 잘못을 판정하고 임원에서 축출하였다. 이에 Ricardo는 자신에 대해 ‘개인적인 악감정과 범죄 의도에 의한 거짓말과 중상모략(false and libelous motivated by personal spite and criminal intent)’을 했다며 사장과 이사진들을 고소하였고, 회사는 이를 빌미로 Ricardo를 해고하였다. 법정 공방 중에 Ricardo측은 주주 회의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회사에서는 비밀 정보권(privileged communication)에 해당하므로 Ricardo의 요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비밀 정보권이 법정 공방 중 변호의 한 방편일 뿐이지 기각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1990년 9월 20일) 명예 훼손에 해당하는 것들에는 남을 비도적적(immorality)이라고 비난하는 것뿐만 아니라 거짓말쟁이(liar)라고 지목하는 것, 장난하듯 놀리는 것(ridiculing), 체면 손상(degrading) 도 포함되니 이러한 중상(中傷 defamatory)은 대화할 때 꺼리고 피해야 한다.

(9)동일 업무, 동일 급여(equal pay for equal work) : 국제학교에서 일하는 현지인 교사들이 그들보다 외국인 교사들에게 훨씬 많은 급여와 수당을 지불하는 학교를 상대로 제소하였고 노동부는 외국인 교사들이 현지인 교사들보다 급여 차이만큼 업무의 질이나 효과가 차이나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국적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 없이 동일한 업무의 교사들에게 동일한 급여를 지급하라고 결정하였다. 다만, 외국인 교사들의 지역 이전과 계약 기간의 차이에 따르는 보상은 주택보조금, 차량 보조금, 세금 등으로 혜택을 주어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2000년 11월 28일) 금전 관계에 있어서의 분쟁은, 채권자가 돈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보다는 채무자가 돈을 갚았다는 증거를 우선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the burden rests on the debtor to prove payment rather than creditor to prove non-payment.)

필리핀에서 범죄행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 나름대로 분석해 봤다.
1)지배층들이 범죄의 가해자이거나 범죄자들의 보호자인 경우가 많고 대체로 그 지배층들은 법집행기관 위에 군림하고 있다. 그리고 사법 절차에 의하지 않는(extra-judicial)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

2)목격자들과 생존자들에 대한 테러가 빈발하여(there’s terror…, directed at the witnesses and the survivors) 범죄자들이 기소되어도 재판 과정에서 목격자들과 생존자들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재판정에 나오길 거부하여 소송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3)모든 범죄자들을 기소하기에는 정부 기관의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inadequate funds to prosecute), 사건을 수사하다가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반군들과의 대치나 교전에 투입되거나 정치인과 유력한 사업가들의 경호원(body guard)로 배치되는 경우도 많아 수사 인력과 치안유지 인력이 너무 적다. 경찰들이 범죄자의 일원일 경우에는 사건을 범죄자인 당사자가 수사하러 다니거나 수사를 방해하여 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된다. 섬이 너무 많아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 이 섬 저 섬으로 도피하기 때문에 검거 확률이 낮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도 범죄 발생 건수는 32만5천건이었는데, 사건 해결 건수는 6만1천건이었다. 겨우 18.8%의 해결률인데 이는 10건 중 8건 이상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4)대형 사건들이 아닌,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수사 기관들이 무관심하거나 사실 자체를 아예 부인해 버리기도 하고, 형식적인 조치(indifference, denial and token action)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5)대부분의 국민들(특히 서민들)이 대형 범죄 행위들에 대해서도 방관자의 입장을 보이고,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어 분노한 적이 거의 없다. (not enough public outrage)

6)인구는 급격히 증가하는데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되어 일부의 서민들(노숙자들 포함)이 종교의 감화에서 이탈해 범죄를 저지른다. 종교적인 삶을 살고 있는 서민들 중에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회개’한 후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다. 회개할 때마다 용서와 구원을 받는다고 믿는 범죄자들이 많다.

7)마약의 유통이 갈수록 증가하고 서민들 중에 특히 운전사들(택시, 트럭, 지프니, 트라이시클)과 건설, 부두 노동자들 사이에 마약의 힘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들에게 판매되는 저렴한 마약이 많다고 한다. 마약 중독의 정도가 강해져 가면서 값비싼 마약을 찾게 되고, 소득이 부족한 이들은 마약 구매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8)총기 소유가 허용되어 있고 공식적으로는 70% 정도의 필리핀 가정이 총을 소지하고 있다. 그런데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총기도 너무 많아 실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총기를 사용하려는 유혹을 쉽게 받고, 충동적인 총기 사고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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