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 바로알기] 맥아더, 한때 필리핀 총독 지내기도

필리핀 지도

한반도의 1.3배··· “우리 조상은 대탐험시대 영웅들!”

필리핀 면적은 30만㎢로 한반도(22만1000㎢)의 약 1.32배에 이른다. 남북으로는 1850km(한국은 함북 온성군~전남 해남군 1070km), 동서로 가장 넓은 곳은 약 1125km(한국은 평북 박천군~함남 정평군 175km). 필리핀은 71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졌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약 880개 정도. 이 중 11개의 주요 섬들에 인구의 95%가 밀집해 있다.

팍상한 강에서 촬영한 '지옥의 묵시록' <사진:blog.naver.com/guevara7>

루손 섬에 속한 마닐라 메트로, 서울·경기 수도권과 ‘비슷’

루손 섬은 10만4688k㎢로 세계에서 17번째로 큰 섬인데 북한(12만2000㎢)보다 조금 작다. 수도 메트로 마닐라는 마닐라시를 포함한 17개의 시가 조합된 특별시로 면적(639㎢)은 서울시(606㎢)보다 조금 넓고 2010년 인구는 1190만명. 메트로 마닐라에 출퇴근이 가능한 4개 인접 주들의 인구까지 포함하면 수도권 인구는 2285만명에 달해 한국의 수도권 사정과 비슷하다.

마닐라와 위도가 비슷하여 기후가 비슷한 나라와 도시들로는 태국의 방콕, 미얀마 랭군, 인도 남부지역, 예멘, 에티오피아, 수단, 차드, 세네갈, 도미니카, 자메이카, 온두라스,니카라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사모아섬, 괌 등이 있다. 독자들께선 지금 상상이 충분히 가시리라 믿는다.

수도 인근 라구나 호수는 면적이 911㎢로 제주도의 절반 즉 서울의 1.5배 크기다. 깊은 곳은 수심이 20m에 이르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담수호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는 캄보디아의 Tonre Sap 호수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Toba 호수가 두 번째. 라구나 호수의 남동쪽 끝에 위치한 Paksanhan 폭포와 강은 1979년 나온 미국 영화 <지옥의 묵시록> 촬영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여러 차례의 화산 폭발로 바다로 연결된 부분이 점차 좁아지다가 막혀 그 후 수세기 동안 바닷물이 담수로 바뀌는 과정을 거친 점이다. 그리고 호수 주변에 있던 5~6개의 마을은 화산재에 묻히거나 호수화가 이뤄진 후 불어난 물로 현재는 3개의 마을만 남아있다. 사라진 마을의 건물과 잔재들은 아직도 호수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때 바다였던 까닭에 바다 어종 중에서 담수에 적응한 고등어, 바다뱀 등이 살고 있다.

세부 막탄섬의 해변 <사진 : colorsphilippines.com>

민다나오섬, 세부 등?한국인이 즐겨찾는 곳 즐비

한국인들에 잘 알려진 민다나오섬에는 필리핀에서 제일 높은 Apo산(2954m)이 있으며 인구는 약 2200만 명으로 가톨릭교도(63%)와 이슬람교도(32%)가 대부분이다. 필리핀의 섬 가운데는 한국인들이 즐겨찾는 엘니도와 화이트비치와 사방비치가 있는 민도로섬, 세부, 보홀섬 등이 유명하다. 레이테 섬의 경우 식민 통치 기간이자 2차 세계대전 중 필리핀 총독을 지내며 일본군에 밀려났던 맥아더 장군이 1944년 10월20일 상륙작전에 성공한 곳으로 유명하다.

필리핀 사람들은 400여 년 식민통치를 받던 원주민(노예)의 후예가 아니라, 스페인(유럽)인, 중국인, 미국인의 자손들이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다. 서구인들에게 필리핀이 발견되기 이전부터 서구인들은 자본에 집착하여 자본 축적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훗날 필리핀 지배층을 이룬 이들은 로마제국 시대의 대토지 소유와 노예를 생산력으로 하는 고대자본주의 의식이 이미 확립돼 있었다.

바스코 다 가마 (Vasco da Gama, 1469 ~ 1524)

바스코 다 가마, 코르테스, 피사로 후예란 자부심 대단

대탐험시대(Age of Exploration 15~17세기)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험과 무역을 하면서 상업자본주의적 대규모 경영을 해오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현재의 필리핀 지배층의 조상들이 교류했던 유럽인들은 1474년 베니스에서 최초의 특허제도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이재에 밝았다. 그들 중에는 1491년 아프리카 대륙을 따라 남쪽을 한 바퀴 돌아 인도를 다녀오는 단 한번의 항해에서 60배나 되는 이윤을 얻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바스코 다 가마, 1519년 멕시코의 아스텍(Aztec)제국을 멸망시킨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 1533년 내분상태의 페루 잉카제국을 무너뜨린 스페인 정복자 피사로 등이 꼽힌다.

에르난 코르테스 (Hernan Cortes, 1485 ~ 1547)

이처럼 상업과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시작한 15세기와 16세기 유럽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스페인이었으며, 스페인의 상인들과 지배층들이 필리핀을 정복한 후 정착하여 대대로 자본주의의 맥을 이어가면서 오늘의 필리핀 지배층들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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