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노, 이 순간 이 음악] 본능이 주는 계시 ②

내 고집으로 만든 길이랑 비슷해 보이더라.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돌계단…. 겉으로는 저 속에 얼만큼 더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끝을 왠지 알 것 같은 돌계단.?끝을 보라고 마련해 준 게 아니고 여길 걷지 말라고 일부러 보여주는 제주도 바다 속으로 연결된 돌계단.?여기도 역시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알림판이 없는 걸 보니,?사람이 가진 고집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들어가봐야 안다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는 바다위에 밝은 불빛을 내뿜고 있는 오징어배를 본 적이 있어?
그 어떤 멋드러진 여객선보다도 아름답더라…”

“장마가 바로 오기 전 6월 바다를 가본 적 있어? 비가 올 것 같은 불안감으로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 같다고??그래… 우리나라 사람은 비를 꽤 걸리적거리는 녀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 ?근데… 네 마음속에 내리는 장마를 어쩔 수 없이 흐느끼기보다는 날 대신해서 겉으로 울어주는 바다에 내리는 장마를 보고있는 게 네 눈물을 훔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어.

울고 싶을 때 한번 세차게 울어주면 시원할 때도 있잖아… 다 울고 나면 네 옆에 누군가 있었으면 하기도 하고,?허전해짐을 느끼니까….?하지만 내 옆에 있는?누군가가 사람이 아니었음 싶을 때도 있잖아. 그래,?여기 있어… 6월 바다”

“내가 갔던 길이 끝까지 가기도 전에 공사중이라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는 거야. 내 고집으로 왔던 길이었는데 난 잠깐 쉬면 되겠지 했지. 헌데 공사중이 아니었어… 원래 폐허였던 곳이었어. 내 안에 고집이란 놈이 공사중일 거야 라고 최면을 걸고 있었던거야. 난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가는 길로 갈 수밖에 없었어. 살려면… 처음 시작할 때는 참 가깝게 있었던 그 두 길이 지금은 너무 멀어져 있었어. 난 되돌아 갈 수는 없었어. 지치고 힘들었고 그리고 내가 온 길에 대한 자존심이… 아직은 꿈틀거리고 있었거든.

그래서 내가 갔던 길에서 보통 길로 새로운 샛길을 또 만들기 시작했어…?그런데 내 고집으로 만들어 왔던 이 길에 대한 나의 초심, 첫 모습이 아니었어. 난 세월에 짓눌려 나도 모르는 새에 늙어가고 있었던 거야.

난 금세 샛길을 포기했어. 결국…?내 길의 입구로 유턴을 해야 했어. 내 고집으로 만들어 온 그 길의 초입에 다다랐어.?정말 두 다리를 질질 끌면서 왔어. 살려고…?이제 보통길이 나오니까 조금만 쉬었다 편히 쉽게 가자 했어.?결국 보통길에 발도 못디디고 난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어…

난 지금 하늘에 있어…?거기서 지금 얘기하고 있는 거야… 나랑 같은 생각으로 살아온 친구들한테…

있잖아…?사람한테 주어진 인생의 기회는 딱 한번이잖아. 그래서 난 한 번인 거 남들과 다르게 다양하게 재밌게 살다 죽을 거야 라고 했어.?결국 그 다양함의 끝도, 재미의 끝도 못 보고…?공사중이라는 세 글자만 봤고 보통의 삶은 단 1초도 못 느껴보고 그렇게 난 이 현실세계에서 조용히 혼자 사라졌어…?나 지금 하늘나라에서 한번인 삶 평범하게 소소하게 살고 있어.

너무…?행복하다…”

“난 거울이 너무 갖고 싶어. 내 겉모습만 볼 수 있는 거울 말고. 내 속을 볼 수 있는 그 거울을.

그래 이 세상엔 없는 줄 알았지. 이 친구가 얘기 하더라…?거기 가만히 앉아있어봐.?그래 그래 그 정도 거리면 됐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았지.

자 그럼 이제 얘기해봐. 다 들어줄게 하더라…?난 주저리 주저리 다 얘기했어. 온갖 액션도 가미하면서… 열변을 토해냈지…?그러고 났더니 그 친구가 참 고맙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어. 인간의 호기심이 발동한 거지. 가까이 갔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라… 스르르 철썩 스르르 철썩… 더 가까이 갔어… 발을 담그기 시작했고 밑을 고개를 쭉 내밀고 보기 시작했지. 거기 그 친구가 있더라…

나였어… 내가 나한테 얘기 하고 있었던 거야.?바다거울을 두고 말이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사람한테서 예전 여자친구한테 선물 받은 셔츠 한 장을 보고 있었지. 속으로 이 사람 진짜 미친 거 아니야? 그랬어. 아니 어떻게 전 여친이 선물해준 걸 가지고 있을 수가, 아니 그것도 모자라 입고 다닐 수가 있지 했지… 아 정말…?뭐야…?내가 왜 이런 남자랑 살고 있지…?라고 속으로 막 외쳐댔어…?바다에 몇주 동안 머물고 있는 나한테 문자로 물어보더라.?왜 남자는 그러냐고 미친거 아니냐고…?그래서 내가 그랬어. 그?남자는 그 여자를 못 잊어서가 아니야. 좋았던 추억을 버리고 싶진 않은 거지.?남자는 어떠한 추억이든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해. 여자들은 워낙 맺고 끊는 걸 잘하니 끝난 거면 추억까지도 삭제하고 그러지.

남자는 아니야. 추억이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 추억이란 걸 만들고 싶어하지.?있잖아…?남자는 많은 거 필요없어. 워낙 단순하고 멍청해서 술, 담배 그리고 최고의 안주거리 추억이란 놈…?이거면 돼…

돈, 명예??? 그런 건 가족을 위해 벌고, 갖고 싶어하는 거야. 가족들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내 여자 편하게 해주려고…?근데 남자가 필요한 세 가지 중 안주를 뺐어가려하니… 안주없이 먹으니 알코올 중독이 되는 거고 골초가 되는 거야. 그거 하나만 이해해줘. 너랑 결혼했고 너랑 살고 있고 너희만의 아가들이 있다면… 그 옷이 예전 여자를 생각나게 하진 않아. 단지 최고의 안주거리로 생각할 뿐이니까…?그 남자는 널 너무 사랑하니까 그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거야. 그래야 세 가지가 충족되니… 너와 너의 가족에 더욱 충실할 수 있잖아…?무슨 말인 줄 알지? 남편은 널 여자로서 아내로서 너무 사랑하고 있는 중이네…”

“사랑앓이를 심하게 하고 있어…?정말 좋아하면 정말 반대로 말하고 행동하더라… 더 보고 싶다고 외치는 게 아니고 너랑 연락 끊어야겠다…?하루에도 몇 번을 문자를 보내고 싶은데…?괜히 하루에 한 통 할까 말까 하고…?아프다고 하는데 예전 같으면 그냥 내 맘대로 난 아픈게 정말 싫어 하면서 널 데리고 가겠는데 괜히 아니 뭐 너가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싸워도 다음날 되면 즐거워하던 나였는데 괜히 계속 기분 나빠하는 척 하고, 벌써 풀렸는데…?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면서 괜히 트집잡고…?내가 봐도 안 맞는 거 뻔히 아는데 끝까지 맞다고 우기고…?2주를 아주 독하게 사랑앓이를 했다…?난 원래 좋으면 좋다 아니면 아니다 얘기하는 그런 사람인데 좋아하는 감정이 다른 감정과 이성을 지배했을 때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대로만 하게 된다는 걸 알았다.

근데 반대로 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있었다.?사랑앓이의 후유증…?후유증이 있다. 근데 그것도 나한테 오는게 아니고 상대방한테 온다는 것이다.?이 후유증은 바로 상대방이 그 2주 동안 남자의 말과 행동 때문에 큰 실망을 한다는 것이다.?치유가 되려면 꽤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아주 독하디 독한 사랑앓이 후유증…?서로가 제일 힘든 시기로 들어갈 수도, 아님 아예 신경을 꺼버릴 수도 있는 그 시기… 난 이 순간 단 한 마디만 할 수 있다.

사랑앓이로 독하게 아파본 사람으로서…?사랑앓이는 상대방을 정말 최고점으로 사랑했을 때만 보여지는 남자의 진심이라고. 남자는 여자와 다른 동물이라 모든 것에 서툴고 자존심만 센 동물이라 어쩔 수 없다고…?만약 여자가 남자의 사랑앓이를 하는 모습을 봤다면… 사랑앓이 하기 전에 좋은 모습이 안 좋은 모습보다 조금이라도 많다면 한 번 눈 감아 주라고…?여자는 남자보다 위대하니까…?사랑의 표현을 반대로 하는 바보들을 위해 여자의 마지막 배려를 베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그리고 하나 더… 저 순간에 하는 말과 행동은 진심이지만 다른 상황에서 남자의 말과 행동은 다 핑계이고 거짓일 거라고…?속지 말라고 하지만 저 순간만큼은 여자가 남자에게 배려를 베풀어도 되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단 한 번의 순간이고 그 순간을 선택한다면 남자는 단 한 번의 순간을 선택받은 사람으로서 여자한테 단 한 번을 제외한 숫자를 배려를 할 거라고…?서툴고 멍청한 남자가…?말이다…”

이 모든 감정들 이 곳에서만 느꼈다.

제주도 바다

제주도가 그런 곳이다.

“사랑에 관한 모든 감정을 속삭이고 볼 수 있는…?이별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그런 곳이라고, 여기에 음악은 클래식 음악과 함께라면… 헤어졌던 이들도 사랑으로 다시 감싸주는 그런 곳이라고…”

제주도의 본능이 주는 계시는 참 아름다웠다.

이 순간 이 음악
CHOPIN <NOCTURNE NO.2 IN E-FLAT MAJOR OP 9-2>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