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노, 이 순간 이 음악] 쉼표가 아닌 숨표

확인 후 꽃 한송이 주기를….

난 비올리스트이다.
비올라(viola)라는 현악기를 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악기를 연주했으니
거의 20년이 다 돼 간다.

난 이 친구를 15년간 짝사랑 해왔다.
나의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었다.

그런데
날 받아주지 않았다.
15년을

내 나이 서른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 친구에 대한 나의 애정이 식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지친 거다.

나에게 속삭였다.
이제 그만 해야할 때가 됐나 보다.
더 늦기 전에 다른 걸 알아봐야겠다, 라고.

30이라는 숫자를 받는 생일날
나는 짝사랑을 그만두었다.

여행을 떠났다.
악기없이는 처음이었다.
그동안의 여행은 다 연주 여행이었으니까

하루, 이틀, 열흘… 여기까지였다.
겨우겨우 버텼다.

여행? 못갔다.
악기를 놓아주고 난?다음날
아예
일어나지도 못했다.
움직이지도 못했다.
너무 아파서….

정확히 10일을 아팠다가
15일만에 겨우 일어났다.
샤워를 했다.
내 몸이 녹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껴질 만큼
뜨거운 물로 몸을 적셨다.

그때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가는 걸 느꼈다.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뜨거운 물보다 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30분을 울었다.
씻지 못하고 그냥 나왔다.

힘이라는 게 나에게 있었나 할 정도로
지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씩…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은
침대가 아니었다.

비올라

비올라 앞에
내가 있었다.

악기를 꺼냈다.

이 친구가 날 받아주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
받아줬다.

난 벌거벗은 채로 3분간 짧은 곡을 연주했다.

비올라가?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다.
이 순간 이 음악?이 느낌
잊혀지지 않는다.

그 기억 때문에 지금도 하고 있다.
앞으로도 할 것 같다.

내가 사랑한다는 걸 그리고 상대방도 사랑해주고 있다는 걸
내가 느끼고 있으니까

이렇게 행복한 걸….

늦었다고 말할 필요도
포기라는 말도 필요 없다.
다만 지쳐갈 때
잠깐의 숨쉬기만 있으면

행복이란 것을?느낄 수 있다.

악보에 쉼표는 있다.
하지만 숨표는 없다.
작곡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연주할.곡에 자기 숨을 고집하진 않는다.

나 자신한테도
내 주위 모든 것에도
쉼표가 아닌?숨표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그럼 서로의 사랑을, 또? 그? 이후에 오는 행복도 알게 될 것이다.

서로…….

이 순간 이 음악~
윌리엄 프림로즈(William Primrose)?<베토벤 플로네이즈(Beethoven’s Polonaise)>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