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노, 이 순간 이 음악] 불알친구

네 눈엔 사람 둘만 보이지? 아니, 그림자. 그림자가 있어. 저 친구 둘만 불알친구가 아냐. 해님이랑은 훨씬 일찍이 불알친구였던 거야. 너무 오래된 친구라 잘 있겠지 하며 잊고 있었던 거야.

봄이 온 건가?
모든 사물을 더욱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해님이 있는 걸 보니
봄이 온 거네

봄이 온 건가?
모든 사물을 싸늘하게 만들었던 바람이 사라지고 있는 걸 보니
봄이 온 거네

봄이 온 건가?
모든 사물을 온통 흙색과 먹구름 같은 색으로 뒤덮었던 하늘이 맑은 파란색으로 변하고 있는 걸 보니
봄이 온 거네

봄이 온 건가?
모든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걸 보니
봄이 온 거네

봄이 가겠지?
모든 사물을 늘어지게 보이게끔 하는 뜨거운 기운이 스물스물 올라오려고 하는 거 보니
봄이 갈 거네

봄이 가겠지?
모든 사물을 습하게 만들었던 바람이 오려고 하는 걸 보니
봄이 갈 거네

봄이 가겠지?
모든 사물을 온통 시뻘건 태양빛으로 변하게 하려는 걸 보니
봄이 갈 거네

봄이 가겠지?
모든 사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걸 보니
여름이 온 거네

이런 생각을 매년 변함없이 하고 있지.
1년 12개월 중 벌써 5월
봄이 늦게 왔다
한 달 뒤면 숫자상으론 6월
여름
난 이제 봄이 겨우 왔는데 벌써부터 여름을 두려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 안에 다른 이가 이런 생각도 하고 있네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을 가을 겨울….

원래대로라면
봄은 가을을 영원히 모르고 살아야 하는 계절인데 이러다가는 가을이랑 인사하는 날이 곧 올 지도 모르겠고…
아니, 최근 몇년과 같은 날씨라면
봄, 겨울 이렇게 두 계절만 있는 나라로 바뀔 수도 있겠고…

사람은 세상 한번 편하고 좋게 바꿔보겠다고 스마트폰 만들어서 계절에 상관없이 지구 저 반대편 같은 지점에 살고 있는 어떤 이와도 채팅을 하고 있는데
봄한테도 스마트폰 하나 장만 해줄까? 더 늦기 전에 가을이랑 채팅 한번 해보라고
가을이 사라지면 인사도 못 나눠 볼테니…”

어딘가 너무 마음이 쓰리지 않아?
사람의 편안함을 위해 무분별하게 해치는 자연
그 자연을 보호한답시고 생각한 게 지금?사람의 최고 발명품인 스마트폰을 사주고 싶다라고 하는 모습이
그러면 자연이 좋아할까?
그러면 자연이 편안해 할까?

그만. 그만 하면 안될까?

자연 아래 아무것도 없이 태어난 인간
자연한테?뭘 주지는 못할 거면 아무 것도 없이 떠나줘야 하는 게?아닐까 싶다

자연은 그 뜨거운 햇볕을 다 이고 우리한테 시원한 그늘을 주는데
인간은 고작 한다는 게 더 높은 빌딩을 만들고 햇볕이랑 더욱 가까워져 옥상에서 태닝하고 있구나
이젠 그늘은 필요없는 거야?

인간이라는 마음안에는 그늘이라는 시원한 공간은 없고 뜨거운 이익 창출만 있는 거야?

뭐가 맞는지는 모르지만
걸어 다닐 때마다 공사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산소 부족으로?수명이 줄어드는 기분은 뭘까?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무엇이 맞는지를…

머리로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과 행동은 지금 이러고 있다

“난
파란 하늘 속에 햇볕이 주는 속삭임을 듣고 부끄러워 하며 그림자로 숨어 쭈그리고 앉은 채 주저리 주저리 하는 중이다…….”

이 순간 이 음악~
오기택 <고향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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