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노, 이 순간 이 음악] 날 안아준 벙어리 오토바이
저녁 준비중이라고 붙어 있다
가게 앞 벤치에 앉았다
하루종일 많은 일을 했다
한끼도 못 먹었다
그래서 왔다
저녁이라도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는 심정으로
근데 저녁 준비중.
내 앞에 오래된 오토바이 한 대가 있다
일명 “빠라바라바라밤” 오토바이
중국음식 배달할 때 쓰는 바이크… 아니 오토바이가 있다
나랑 마주보고 있다
쟤도 라이트 두 개 나도 눈 두 개
쟤도 바퀴 두 개 나도 발 두 개
쟤도 핸들 두 개 나도 손 두 개
쟤도 바디 한 개 나도 몸통 한 개
쟤도 가스 배출 나도 방귀 배출
쟤도 손보호 주머니 있고 나도 장갑 끼고
쟤도 철가방 메고 다니고 나도 가방 메고 다니고
쟤도 옆에 다른 오토바이 있고 나도 옆에 친구 있고
쟤도 고장나고 나도 아프고
쟤도 배고프면 기름 먹고 나도 밥 먹고
다른 게 없었다
하다 못해
철가방에서 삐져 나온 면발 하나는 오토바이가 힘들어서 침흘리는 모습처럼 보이고
벤치에 앉아서 입 헤벌리면서 침 한줄기 흘리는 내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거울이 따로 필요 없었다
안 봐도 느낌이 왔다
딱
지금 쟤 같겠구나 했다
헛웃음이 나온다.
그러면서 가게 문이 열린다 저녁 식사 한다고
인사를 서로 주고 받는다
뭔가 스쳐 지나간다
말…
다른 게 있었다
사람은 말을 한다
.
.
.
오토바이는 말을 못한다
오직 이것… 빠르고 신속하게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는 것을 위해 만들어졌다
(사람은 뭘 위해 태어난 걸까?
신이 하나의 생명체에 많은 임무를 맡겼을까?)
오토바이는 변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빠르고 신속하게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는 일을 할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말’을 할 수가 없으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변한다
무슨 일이든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니
사람은 무조건 변할 것이다
(뭔진 몰라도 신이 만들길 육체 잘쓰고 잘 물려주라고 만들어준 건 맞는 것 같은데, 변질시키는 건 아니지 않나… 뭔가 어긋나 보이지 않나… 역시 사람이 하는 말 때문이겠지…)
변화… 발전… 꼭 필요한 건가
편하긴 하다
하지만 대체 언제까지 얼마만큼 변할 건지
없어도 되는 것들도 참 많은데
새로운 것들이 나오면 옛 것은 다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을
변화가 낭비를 부르는 건 아닌지
요즘 생명연장으로 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지만
사람이 거북이처럼 몇백년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세대차이…
수많은 노인과 젊은이들의 잦은 싸움
소통 부재, 즉 말이 통하지 않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말하기에는 너무 다른 세상을 살아 가고 있으니 말이다
변화가 거북이같은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된다면 서로 오손도손 모여 좋은 얘기 오고 갈 수 있을텐데
(말을 느리게 하면 조금 덜 하려나?)
모든걸 ‘말’ 탓으로 돌리는 건
내 억지인가…
자장면 오토바이도 가게문이 닫아 운행을 안하게 될 때 말고도 중간중간 배달 오고가며 틈틈이 쉰다.
사람인데… 사람이 만든 오토바이보다 못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다.
자야 하는 시간 말고도 중간중간 말을 멈추고 잠깐 쉬어보는 건 어떨른지….
대신
음악을 들어 보는건 어떨지…
이 순간 이 음악~
Debussy <Suite bergamasque – 3. Clair de lune (1890-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