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노, 이 순간 이 음악] 소주가 알려줬다 “넘치도록 줘라”
*비올리스트 에드가 노(노현석)가 ‘이 순간 이 음악’을 추천합니다. 이런 순간 여러분은 어떤 음악이 떠오르시나요? 클래식한 비올라를 연주하면서도 올드팝과 대중가요에도 심취해 있는 에드가 노가 예술적인 감성을 여러분께 털어 놓아 드립니다. -아시아엔(The AsiaN)
친구를 만났다. 소주 한잔 기울였다. 소주잔에 넘치도록 소주를 부었다. 그러면 항상 상대편에 앉아있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애정이 넘치는구나?”라고….
맞다. 애정이 넘치는 거다. 좋아하는 친구와 있다면 사랑이 넘치는거다. 그래 여기까지는 항상 듣고 본 것이다.
근데 이번엔 항상 보이던 것 말고 다른 게 보였다. ‘소주잔’.
흐르는 것만 보고 마시느라 급급해서 못봤던 거다. 소주잔에 소주가 당연히 꽉 차 있었겠지 했나보다. 그냥 보일 틈도 없었던 게 맞는거 같다.
다 채우고 나서 ‘짠’ 하고 먹으려는 순간, 보였다?안보이던 녀석이,?취하면 더욱 안보이던 녀석이(그날 나는 취해 있었다), 꽉 차 있어야 하는 술잔이, 꽉 차 있지 않더라.
순간 이해가 안 갔다. 채우다가 잔을 건드렸나? 아니면 나도 모르게 입을? 갖다 댔나? 아닌데….
그래서 이번엔 홀짝 다 마신 뒤,?한번 더 넘치게 따라봤다. (지금은 소주가 아깝지 않았다) 역시나였다. 꽉 채워지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한병을 다 마셨다. 그렇게 애를 쓰고 노력했는데도?안 되더라. 그런 거였다. 지금 이 순간은? 소주가 소주가 아닌 거였다.
“우리는 애정이 넘치는거야?”라고 했던 그 순간부터, 소주는 ‘애정’이고 ‘사랑’이었던 거다.
“사랑은 넘치게 넘치게 줘도 항상 모자란 거 아니었나?” 돈보다 더 아까워 하는 소주(사랑 , 애정)를 넘치게 줘도 모자라게 받는 소주잔(상대방).
소주가 사람에게 알려줬다.?사랑은 애를 써도, 욕심을 부려도, 엄청나게?많이 준다한들, 상대방이 느끼는 건 ‘조금’일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랑은 순간집중력을 요하는게 아닌 것이다. (시작은 그럴 수 있지만 말이다) 지구력인 것이다.
난 아직 미혼이다. 하지만 두려움이 있다, 결혼에 대해. 지금 내 나이 친구들은 다 그럴 거다. 헤어지는?첫 번째 이유가 ‘성격차이’라고들 한다. 사랑의 시작은 순발력과 민첩성을 요하는 ‘순간’이지만, 사랑의 중간과 끝은?지구력인?것 같다.
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올림픽의 꽃이라는 종목도? 제일 고통이 따른다는 마라톤인 것처럼.?사랑하는 사람(꽃, 메달)을 얻고 그 ‘순간’을 유지하며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려면 역시 ‘지구력’이다.
그래. 중간 중간?’물먹는'(사회생활, 가정생활에서의 실패) 시간도 있고, 반환점도? 분명히 있다. 그 반환점에서 더욱 지구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인생 반 왔으니 더 힘내서 골인해 보자”고 말이다.
그렇게 힘내서 도달한 끝, 즉 지구력의 끝은 ‘시상식’이다. 시상식에 올랐을 때도 마라톤은 여타 종목에 비할 수 없을 만큼의?엄청난?환호를 받는다.
저 환호성(행복)을 받으려면 헤어짐이 아니라 반환점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끝은 분명? 환호성인데 빤히 보이는 그 행복한 순간을 왜 놓치려 하는가.
줘도 줘도 안 채워지는 소주잔을 꽉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죽기 전까지 계속 줘야하는 거다. (절대 꽉 채워지지 않으니 욕심을 버려라)
안 주면 점점 소주(사랑)가 소주잔(사랑하는 친구)에 없을텐데, 소주는 그렇게 아까워하면서 반려자는 아깝지 않은가?
“사랑을 지구력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넘치도록 줘라. 그래도 모자라니?” 소주가 알려줬다.
아직 인생? 반의 반도 살지 않은 그리고 아직 제2의 인생을 살지도 않은 노가리(에드가 노)가 술 먹고 친구한테 한 얘기였다.
이 순간 이 음악~
Eric benet <The Last Time>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사랑에 빠져라. 아무런 것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