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노, 이 순간 이 음악] 13번째 레슨

학교 등교
하루종일 레슨생각
학교에서 출발
서빙고역 도착
신동아아파트 가는 구름다리
한숨
두숨
떨림
초조함
마지막 큰 숨
선생님댁 도착
레슨 10분 전 도착해야 하는 룰
레슨 받던 학생 끝
레슨 시작
40분만 받는 레슨
13분만에 끝
대문 닫힘
울기 시작
울면서 계단 걸어내려옴
서빙고역으로 가는 구름다리
주저앉고 울어버림
13분 후 정신차림
국철 기다림
비오기 시작
나도 모르게 비가 내 마음 다시 쑤심
울음 터짐
비와 눈물이 처음으로 일촌맺음
온몸 그리고 악기 다 젖음
국철 들어옴
다행히 사람 별로 없음
비와 눈물 사이의 지하철 출입문
창문의 나와 같은 나 발견
비와 나 그리고 창문에 비치는 나
너무 처절하게 슬픔
서있을 수 없을 지경
자리에 앉음

여기까지였다, 내 기억.
13번만에 악기를 그만두고 싶다라고 생각한, 비올라와 제일 안 좋았던 기억.
아마 긴장으로 시작한 나의 하루에 울음까지, 거기에 비까지 날 적셨으니…
지쳐 잠들었을 것이다. 저?이후로는 기억이 없다.

오늘 서빙고역 구름다리를 15년 만에 갔다. 아주 정말 우연히.
여전했다. 세상이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조금 고친 것 말고는 내 기억 속의 그 녀석들이 맞더라.

구름다리를 왔다갔다 두번 왕복했다. 예전 느낌이 아니었다. 안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이상했다.

보통은 같을텐데… 정말 처절하게 슬펐는데… 똑같이 슬퍼야지, 그래서 내가 15년 간 안 온 건데….

그러면서 구름다리를 건넜다. 그 순간 느껴졌다. ‘추억’

추억이다. 추억으로 변했던 것이다. 안 좋았던 기억이 세월을 머금은 구름다리를 건너는 순간 추억으로 변했던 것이다.

세월이 ‘나이’라는 탈, ‘달력’이라는 탈 , ‘시계’라는 탈을 쓴 채로 ‘숫자’만 주는 게 아니었다. 산타할아버지처럼 모르게 ‘선물’을 주고 있었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안 준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덕분에 올해는 더욱 기다려지네, 벌써부터…. 다른 이 보다는 빨리 느끼는 나였는데.

이 순간 이 음악~

Barry Manilow <When October goe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