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詩香] 만일

만일

어머니가 나를 자힐리야 시대에 낳으셨더라면 좋았을텐데
여자아기를 요람에서 죽이는 부족 출신으로서
가냘픈 꽃을 지닌 엄마가 되기 전에
아들 잃은 통한, 아픔, 시련을 맛보는 엄마가 되기 전에

어머니가 나를 낳는 순간에 죽이셨더라면 좋았을텐데
나를 낳으셨네 내가 운명을 겪어내도록 나를 낳으셨네
어머니가 나를 잉태하지 않으셨다면 좋았을텐데
고통이 나를 부숴버리네 재앙이 나를 잘게 부수네

주님께서 내게 생명을 점지하실 때
마음에 슬픔을 간직하는 인간으로 만드시지 말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차라리 사막의 나비나 황야의 들풀이나
어둠 속의 빛이나 입술 위의 노래로 만드셨다면 좋았을텐데

내 결혼식 날에 내 결혼식 날에 죽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내 눈이 뽑혔다면 내 여정이 끝났다면 좋았을텐데
세월이 내 마음 가장 깊숙한 곳의 열정을 앗아가고
나를 어두운 해변가에 홀로 내버리기 전에

우리가 삶에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는다면 좋을텐데
내가 바라볼 때마다 내 옆에서 아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를 내 품에 안을 수 있다면 내 손을 뻗을 때마다
나는 내 인생과 미래로부터의 배반을 당하지 않을텐데

나의 남은 인생이 더 연장되지 않으면 좋을텐데
그러면 알라의 은총을 받아 가장 아름다운 길을 따라 걸으며
알라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두 눈의 매력에 속삭이고 그의 향기를 맡을텐데

인간이 처음부터 자신의 운명을 알면 좋을텐데
그러면 충격적인 사건에도 놀라지 않을텐데
인내의 힘이 그 상처를 이겨내고 지울 수 있을텐데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의 사건들을 알고 있으면 좋을텐데

소설의 커튼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야기의 주인공들에게 죽음이 엄습한 후에
죽음, 그 후의 소생, 부활, 시작
이것들이 영생의 그늘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그의 주여 운명을 서두르소서
나를 고통에서 구원해주소서 선한 보호자시여
나의 주여 내가 마지막 날로 향하는 일정을 당겨주소서
부활의 날을 주소서 어린 나의 사랑과 내가 만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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