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만나는 ‘쿠웨이트 여자’…”번역은 꿀벌이 시의 향기를 옮기는 일”

*아시아엔(The AsiaN)에?[아랍의 詩香]이라는 제목으로 시(詩)를 연재해온 쿠웨이트 수아드 알 사바(Souad Al Sabah) 시인의 시집 <쿠웨이트 여자>가 2013년 1월 말?한글로 번역돼?출간됩니다.?2012년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이기도 한 수아드 알 사바 시인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출간되는 자신의 시집을 기다리며 보내온 서문(序文)을?싣습니다.

눈물…헤아릴 길 없는 눈물

집집마다 문이 없는 작은 마을이 된 세상에선 달도 더 이상 비밀을 지키지 못합니다.

시인이 모든 이의 가슴에 속삭이기 좋은 환경. 과학기술 시대에 시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요.

세상의 심장이 박동을 멈추고 향수의 시대가 지난 이 때 감성을 노래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아, 사막의 장미가 된다는 건 얼마나 달콤한지, 그 향기는 세상의 모든 언어를 타고 흐르니, 모든 연인들이 그 뜻을 압니다.

그러나 시는 언제나 그 향기의 꽃가루를 이곳 저곳 옮길 꿀벌이 필요하지요. 숙련된 번역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랍니다.

번역의 대목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번역자가 당신의 어법과 구조를 빼버려 독자를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면, 당신의 의미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독자들은 무엇에 감동할 것인가?

확실하게 남는 것은 그 은밀한 의미뿐. 그래서 번역은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느낌을 전달하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시인이 종이 위에 흘린 눈물은 번역될 수 없음을 독자는 잘 압니다. 번역자가 한 작업은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옮긴 것일 뿐. 그렇게 감춰진 감정을 드러내고 또 다른 언어로 외침으로써 사랑을 여러 형태와 색깔로 보여줍니다.

번역은 그래서 멋지고 위대한 일. 번역자는 시인의 정원에서 일하는 꿀벌. 전세계에 문화의 꽃가루를 옮깁니다.

번역자는 신뢰의 큰 부담을 집니다. 문학작품의 경우 그 독창적인 문맥 때문에 더욱 특별한 행위이지요.

번역자는 단순한 꽃가루 매개자가 아니라 창작의 파트너입니다.

감각이 작품 속에 잠길 때, 그는 창작의 영역에 위험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번역자가 작품의 이곳 저곳을 항해할 때, 그는 예술가와 나란히 날개를 펼치고 순수의 비행을 하게 되지요.

현지화란 배신행위와 마찬가지. 번역은 신뢰의 행위인 동시에 창작의 행위이기 때문이지요. 번역자는 결코 작품의 문맥을 적합한 다른 언어로 현지화시킬 수 없습니다. 원작의 진정한 의미와 독창성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번역자는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의미를 전환시키는 데 충실할 뿐. 가끔 내 작품이 번역될 때 나는 내가 번역의 세계를 뛰어넘어 여러 세기를 관통하는 문화에서 온 것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때 지식의 원천이었지요. 모든 시대와 사건과 과학에 유용한 깊이 있고 현대적인 아랍어의 순수성이 담긴 그 샘의 물을 마시기 위해 온 세계의 번역자들이 모여듭니다. 아랍어의 자궁은 여전히 예술 생산자들을 낳고, 아랍의 영혼을 세상을 향해 열린 창으로 만들어줍니다.

아랍 예술가는 사랑과 진실을 믿는 이가 추구하는 지혜의 실현을 위해 고집스러운 영혼의 항해를 계속합니다. 진정한 학자는 지식에 속박되지 않는 법. 아랍 학자들은 살아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시대의 독창적인 표상. 그래서 번역은 융성해 의미를 탐구하고, 창조하고, 옮기는 학자들을 자극하지요.

아랍 학자들은 12세기 동안 동과 서를 잇는 다리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거기서 빛나는 태양이 만들어졌지요. 그 빛은 인간성에 영감을 불어넣고, 문화교류의 가치를 믿는 열린 마음을 관통합니다. 무지로부터의 해방과 자기표현이란 공통의 목표를 향해.

창조자는 가치의 수호자이자 인간성 해방의 지도자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나는 자유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되기로 작정했습니다. 어떤 상황, 어떤 곳에서든.

나는 내 자신이 읽기 위해 글을 쓰지 않습니다. 나는 세상에 읽히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세상이 내 글을 읽을 때 사우드 알 사바를 통해 여성을 대변하고 향수를 사랑하며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다 억압된 이들의 외침을 대변하는 수많은 목소리를 듣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슬픔의 이름으로 쓰여진 억압된 자들의 고뇌 또한 들리겠지요. 그러나 독재자들. 결코 그들의 목소리가 되지는 않을 것. 그들이야말로 나의 목소리를 반기지 않을 자들. 나는 독재자들에게 혐오의 대상일 뿐. 자유의 적들만이 나와 싸우려 합니다.

처음부터 나는 전선에서도 최일선에 서왔습니다. 내 시집이 간행됐을 때 (첫 부분은 여성에 관한 시) 나는 시가 여성 자체인 것처럼 다뤘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시, 여성으로서의 태양, 그리고 가장 위대한 아랍어 시인 중 하나인 아부-알타옙-무타나비가 말한 “자존감 없는 초승달 같은 남성”을.

시는 번역의 대상이 될 때 구체적인 독창성을 갖습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대상으로서 시간이란 시험에 직면하게 됩니다. 시 번역은 모든 의미 전달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응용과학의 몫일 뿐.

시에는 보이는 의미와 보이지 않는 의미가 있지요. 시인의 불은 결코 꺼지지 않기 때문에, 재 아래는 늘 타다 남은 잉걸불이 있기 마련입니다.

나는 글쓰기에 충실한 만큼 책과 사람에 대해서도 충실하려 합니다. 책과 사람은 그 형성과 생태적 구성에서 엄청난 유사성을 가진 개체. 둘은 혈액순환, 신경계, 호흡계까지 유사하지요.

인간이 산책하고, 산에 오르고, 수영하고, 수상스키를 타고, 여행을 하듯이 책 또한 세상을 여행하고, 미지의 세계로 항해하는 취미를 즐깁니다.

책은 지식을 전파하고 지혜를 가르치고 암흑 속의 인간에게 빛을 비추는 성자입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합니다.

책 번역 작업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넘치는 사랑을 받은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관심과 이해의 대상이 된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나는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 같은 행복을 느낍니다. 물고기를 잡아 고귀한 자부심으로 창공을 향해 솟구치는 갈매기 같은.

시는 한 영혼에서 다른 영혼으로 주행하는 재빠른 빛과 같습니다. 나는 여기서 쿠웨이트의 갈매기가 되어 한국의 강둑으로 날아갑니다. 한국은 걸출한 작품을 지어낸 진지하고도 빛나는 문화인을 낳은 멋진 나라입니다. 부디 내 사랑을 받아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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