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詩香] 여자 부스러기

?

????????????????????????????????????? 여자 부스러기

1
나의 주인이시여,
나는 산유국 여자입니다
사막 모래밭에서 비수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는 여자입니다
사주책장 기록된 나의 운명에 맞서
신기루에 맞서
제국의 폭력에 맞서
남자들에 맞서 저항하는 여성입니다

나는 ‘파티마’입니다
암늑대마냥 한밤중에 목 놓아 울부짖으면
어느새 사냥꾼들이 나를 포획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나의 주인이시여,
나는 광기로 가득한 마녀(魔女)입니다
지금 나의 상태를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습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신화 속 한 장면과 같습니다
제발 나의 환상을 깨트리지 마세요

2
나의 주인이시여,
당신이 나의 운명을 가지고 어떻게 장난쳤길래
난, 이제 당신 이외에는 의지할 데 없습니다
당신이야말로 나를 옥죄는 가장 강력한 민족주의입니다
당신의 가르침은 내가 읽은 것 중에 최고입니다
내가 여행할 때 짊어지고 다니는 모든 종이들
그 종이들 위에, 당신 바로 당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내 거울들… 난 그 거울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 바로 당신의 얼굴을 비춰봅니다
내가 한적할 때 듣는 노래들
그것은 당신 바로 당신이 좋아하는 곡들입니다

난, 이제 당신 이외에는 머물 곳이 없습니다
당신이 모든 공간을 점령했기에
난, 이제 당신 이외에는 시간을 함께 보낼 상대가 없습니다
당신이 모든 시간을 몰수했기에
당신은 나의 천정, 나의 지붕, 나의 기둥
난, 이제 당신 이외에는 조국이 없습니다
당신이 나의 조국이 되었기에
야금야금 나를 점령한 자여,
나의 존재를 완전히 지웠습니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러도
그것은 내가 아닌 당신을 부르는 것입니다

3
나의 주인, 나의 주인이시여,
법을 초월하여, 아니 ‘샤리아’[1]를 초월하여
나를 지배하는 분이시여
손바닥에 올려놓은 물처럼 나를 구금하는 자여
내가 훈육할 수 없었던 아기여
내가 여름의 녹음을 선사했으나
나에게 폭풍을 답례했던 아기여
내가 직접 내 몸 속에서 꺼 집어낸 아기여
당신은 얼마나 위대한지!

4
나의 주인이시여,
여기 나의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당신을 향한 연민의 정을 숨겼습니다
나의 주인이시여,
비록 계약서도 없고 증인도 없지만 당신은 나의 주인이십니다
나를 점령한 자여,
선전포고도 없이, 기병도 없이, 군대도 없이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나를 점령한 분이시여
당신이 나에게 오기 전에, 난 나의 땅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향한 사랑 때문에
난 그 땅을 잃었습니다

5
나의 주인이시여,
나의 몸 속 세포에서 나가주세요
나의 글에서
나의 붓에서
나의 글줄에서
나의 손금에서
나의 주인이시여 나가주세요
나의 침대 시트에서
이른 아침 내 몸을 적시는 보슬비에서
나의 옷 핀에서, 나의 머리빗에서
그리고 새까만 마스카라에서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당신이 나의 두 입술에 일년 동안 머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당신이 나를 도륙한 다음
도륙의 혐의를 나에게 뒤집어 씌운다는 것은

나의 주인이시여,
나에게 폭력을 가할 때 쓸 칼을 높이 치켜드세요
이것은 절대 사랑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은
-가장 저급한 표현을 빌리자면-
베르베르인[2]들이 흔히 자행하는 무자비한 공격입니다

6
주인이시여, 나의 주인이시여
나에게 불의 갑옷을 입히시는 분이시여
어떻게 가능합니까
당신의 두 손으로 직접 나의 가슴과 나의 영혼을 도려내는 것이
하나님께서 당신을 선처하시기를
당신이 나를 노예에서 해방시킬 수 있습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 없이 나는 앞을 볼 수 없습니다
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없습니다
당신이 없으면

나는 당신 없이는 알지 못합니다
태양도, 바다도, 밤도, 별도
나의 주인이시여,
나는 고향집 앞 해변의 진주였습니다
당신이 사랑스러운 두 손으로 나를 집어 지금의 자리로 옮겼습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단지 한 여자의 부스러기

나의 주인이시여,
만약 당신이 나를 옥죄려고 한다면
당신은 한 여자의 부스러기로만 볼 것입니다
당신은 한 여자의 부스러기로만 볼 것입니다
당신은 한 여자의 부스러기로만 볼 것입니다


[1] 이슬람법
[2] 북아프리카 사막 지대에 거주하는 원주민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