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5대 명산 ‘화산’…”길은 오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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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오악귀래부간산(五岳歸來不看山) 즉 오악을 보면 다른 산을 볼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로 오악을 중시하였다. 오악은 중국에서 가장 높은 산들은 아니지만 제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봉선(封?) 의식이 거행되었고 지금까지 정상이나 산록에 도교(道敎)의 사묘(祀廟) 등이 남아있는 유서 깊은 곳들이다.
오악은 중국의 고도였던 낙양을 기준으로 다섯 방향의 5대 명산을 말한다. 동쪽 산동성의 태산을 동악, 서쪽 섬서성의 화산을 서악, 남쪽 호남성의 형산을 남악, 북쪽 산서성의 항산을 북악, 그리고 중앙 하남성의 숭산을 중악으로 불렀다. 그리고 “태산여좌(泰山如坐: 앉아있는 태산), 화산이립(華山而立: 서있는 화산), 숭산여와(嵩山如臥: 누워있는 숭산), 형산여비(衡山如飛: 날아가는 형산), 항산여행(恒山如行: 걸어가는 항산)”이라 하며 오랫동안 산악신앙의 대상으로 흠모해왔다.
오악 중 서악에 해당하는 화산은 중국 섬서성(陝西省)성의 성도인 서안에서 동쪽으로 120km 지점인 화음현(華陰縣)에 있다. 진령(秦嶺)산맥 동단 위수(渭水)강 연변의 평원에 수직으로 우뚝 솟아 구름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산이다.
화산이라는 이름은 정상의 다섯 봉우리에서 유래했는데 조양봉(朝陽峰), 연화봉(蓮花峰), 낙안봉(落雁蜂), 운대봉(雲臺峰), 옥녀봉(玉女峰) 등이 그것이다. 다섯 봉우리는 선인(仙人)의 손가락처럼 우뚝 솟아 있다. 동봉, 서봉, 남봉, 북봉, 중봉으로도 불리며 남봉인 낙안봉이 해발 2,160m로 정상에 속한다. 그리고 동봉, 서봉, 남봉은 화산의 주봉으로서 천외삼봉(天外三峯)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산으로 가는 길은 서안에서 약 2시간 걸리는 열차를 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옛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인 서안은 볼거리도 많고 인근에 진시왕릉 등 많은 유적들이 산재해 있어 중국여행의 명소로도 꼽힌다. 화산역에서 화산까지는 약 8km, 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시내를 경유하여 화산으로 진입한다.
케이블카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에서 보이는 직각으로 뻗은 화강암이 위압적으로 느껴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암벽과 암릉군을 보면 입을 다물 수가 없다. 30분 뒤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북봉으로 오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보면 수많은 계단과 가파른 등산로가 보인다. 걸어서 오르면 북봉까지 2km, 약 3시간 걸린다고 한다.
북봉에서 살펴보면 온산은 거대한 바위덩어리와 같이 느껴진다. 북봉은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는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여 운대봉(雲臺峰)이라고도 부르며 곳곳에 노송이 서있고 길은 대부분 종주등반에 해당하는 능선길이다. 삼면이 모두 천길 낭떠러지이며 칼날 같은 바위 능선인 거대한 암석을 파서 계단을 만들었다.
천애 고봉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 등이 품어내고 있는 아름다움은 화산만이 가지고 있는 동양적인 풍경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붕정만리(鵬程萬里) 즉 대붕이 날개를 펼치고 잠룡이 승천하듯 용틀임을 시작하는 것인가?
북봉정(北奉頂)이라고 새겨진 석문을 통과하고 운대호텔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화산에서는 “화산자고일조로(華山自古一條路)” 라는 말이 있다. 즉 방향은 선택할 수 있으나 길은 오직 하나 뿐이라는 말이다.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는 말인가?
화산에서 험한 길로 유명한 창룡령(蒼龍嶺)을 오른다. 푸른 용의 등을 닮았다는 고개다. 가파른 칼날 능선, 절벽 경사면에 돌을 정으로 쪼아서 계단을 만들고 쇠줄로 난간대를 세웠다. 쇠줄을 잡지 않으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천제(天梯)라고 부르는 사다리를 타고 네 발로 기어올라 오운봉(五雲峰)에 오른다. 뒤돌아보니 희미하게 북봉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노송 너머로 웅장한 서봉이 우뚝 서 있다. 화산의 기운이 느껴진다.
오운봉을 지나면 금쇄관(金鎖關)이다. 북봉정부터 난간에 붉은 천을 두르고 열쇠를 채워놓은 것이 보인다. 화산을 찾는 남녀들이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쇠줄에 자물쇠를 잠그고 열쇠를 버린다는 곳이다. 헤어지려면 천 길 낭떠러지 절벽 아래에 떨어진 열쇠를 찾아 자물쇠를 풀어야 한다고 한다. 얄팍한 인간의 상술이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훼손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중봉을 거쳐 동봉으로 향했다. 동봉빈관에 여장을 풀었다. 제법 일찍 출발했지만 오늘 중으로 하산을 하기에 우리 일행의 체력으로는 무리일 것 같아서이다.
동봉은 거대한 수직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상에는 일출을 보는 명소로 유명한 조양대(朝陽臺)가 있다. 동봉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남봉으로 향했다.
남봉은 화산의 최고봉으로, 정상에는 도가의 시조 노자(老子)가 은거했다고 하는 노군동(老君洞)이 있다. 암벽은 급경사를 이루며 길은 험하기 짝이 없다.
남천문을 나오면 화산에서 가장 험한 길이라는 장공잔도(長空棧道)가 나온다. 천길 단애에 각목 세개를 맞붙여 발판을 만들어 놓은 길이다. 위쪽에는 바위에 와이어로프를 걸고 안전로프에 매달려 2~3m 간격으로 로프를 고정시켜가면서 걸어가야 한다.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 필자와 같이 등산의 초보자들은 엄두를 내기가 어렵다.
젊은 시절 읽었던 무협지가 생각난다. 이곳은 검술로 유명한 화산파의 도량이다. 악한인 원수에게 쫓기던 주인공이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소나무에 걸려 절벽 틈 동굴로 기어 들어가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우연히 절세고수를 만나거나 무공비급을 얻어 각고의 수련 끝에 절정고수가 되어 강호에 나와서 원수를 갚는다는 이야기….
필자가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았다면 화산에서 유명한 도교 사원인 옥천원(玉泉院)을 둘러보고 12km에 달하는 옛길을 따라 여유롭게 북봉으로 올랐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이 옛길은 좁고 험하지만 화산계곡으로 오르는 풍경들은 곳곳마다 이름난 유적들과 함께 황홀경을 연출한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서 거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성당(盛唐)시대의 시인으로 중국의 시성(詩聖) 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두보(杜甫)는 “화산을 바라보며” 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西岳???處尊(서악릉증송처존) : 첩첩한 서악은 무섭도록 높고
諸峯羅立似兒孫(제봉나립사아손) : 여러 봉우리들 자손처럼 늘어섰다.
安得仙人九節杖(안득선인구절장) : 어찌해야 신선의 구절 지팡이 얻어
?到玉女洗頭盆(주도옥녀세두분) : 옥녀가 머리감은 돌 동이에 갈 수 있나.
車箱入谷無歸路(거상입곡무귀노) : 수레가 골짜기에 들면 되돌릴 길 없고
箭?通天有一門(전괄통천유일문) : 화살 끝만이 하늘로 통할 좁은 문 하나.
稍待秋風?廉後(초대추풍량렴후) : 조금 기다려 가을바람 차가워진 뒤
高尋白帝問眞源(고심백제문진원) : 높이 백제님 찾아 참된 근원 물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