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베이징의 얼음수영
베이징은 전국시대에 이미 연나라의 수도였으며 후에 요(遼)·금(金)·원(元)·명(明)·청(淸) 등을 거쳐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로서 800년의 역사를 이어왔기 때문에 독특한 생활양식과 수많은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동양문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것은 명나라 때인 1420년(영락 18년)에 건설되어 북소리로 베이징에 시간을 알리던 구러우(鼓樓)와 붙어있는 허우하이(后海)의 겨울철 얼음 수영이다.
허우하이는 원의 대도(大都)시기 수도건설에 따라 조성되었으며 건설 당시부터 차와 다과를 비롯한 각종 식품을 파는 상점들이 들어섰고 문인과 예인들의 음악 활동을 비롯한 각종 예술 활동이 이루어졌으며 음주가무 등 오락을 즐기는 곳으로도 유명하였다는데 그 전통은 명·청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오랜 건축의 역사가 축적돼 있는 이 지역에는 40여 곳의 건축물이 문화유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호숫가를 따라가면 곳곳마다 역사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각 왕부와 명사들의 고거들이 늘어서 있으며 복잡한 골목길로 크고 작은 후우통(胡同)이 발달해 있어서 지금도 베이징 관광의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허우하이를 가기 위해서는 베이징의 지하철을 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베이징 지하철 2호선의 출발역인 시즈먼(西直門) 다음다음 역인 구러우 따지에(鼓樓大街)역에서 내려 10여 분 정도 걸으면 구러우가 보인다. 구러우 입구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은정교(銀錠橋)가 나오고 허우하이를 이루는 호수가 펼쳐진다.
겨울철 호수는 얼음으로 덮여있다. 얼음판 상당 부분은 스케이트장이지만 중심 부분은 얼음을 깨고 수영장이 만들어져 있다. 오후 3시쯤 되면 얼음 수영 동호인들이 자전거에 물통을 싣고 하나둘씩 모여든다. 그것은 날씨가 가장 따뜻한 시간대를 택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먼저 몇몇 동호인들이 얼음 수영을 하면서 전날 저녁부터 얼어붙은 살얼음과 낙엽 등을 걷어내는 청소를 한다. 그리자 얼음수영장 주변에는 수많은 구경꾼이 모여들었고 아마추어 사진동호인들도 모여들어 촬영하기 시작했다. 탈의실이 없어서일까 동호인들은 옷 속에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옷을 벗고 맨손체조를 한 후 다이빙을 하면서 얼음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 동호인들에게 다가가 나이를 물어보았다. 60대와 70대가 대부분이고 80대의 노파도 있었다. 가장 젊은 사람이 40대 후반이었다.
탈의실과 샤워장이 없는 상황에서 영하 10°C가 넘는 혹한에 얼음수영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수영을 마치고 샤워를 하는 일과 젖은 수영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는 일일 것이다. 들고 온 물통은 수영을 마친 후의 샤워용이다. 샤워를 마친 남자는 비치타월, 여자는 통치마를 입고 옷을 갈아입었다. 한 사람이 준비운동과 수영, 샤워 후 옷을 갈아입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겨울철 건강에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우하이는 인근의 구러우와 함께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베이징의 관광명소 중 하나로서 밤과 낮, 여름과 겨울에 따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구러우에 올라 베이징을 조망하거나 인력거를 타고 후우퉁을 돌아보는 것도 좋고 고즈넉한 호수의 풍경과 고전 건축물들 속에서 뱃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겨울철에는 스케이트와 수영을 즐긴다. 밤에는 주점과 찻집의 네온사인들이 호수에 반사되어 화려함을 더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