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베이징 골동품시장 판자웬
베이징은 1153년 금(金)나라가 중도(中都)라고 부르면서 수도로 삼은 것을 시작으로 원(元) 명(明) 청(淸) 등과 중화민국을 거쳐 지금까지 중국의 수도가 되고 있다.?가장 중국적인 모습을 간직한 유서 깊은 도시로서 곳곳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베이징에는 홍교시장(紅橋市場, H?ngqi?o Sh?ch?ng), 류리창(琉璃廠, Li?l?ch?ng), 보국사(報國寺, B?ogu?s?), 판자웬(潘家園, P?nji?yu?n) 등 곳곳에 많은 골동품 시장이 있다. 그 중에서도 판자웬은 가장 규모가 크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판자웬의 역사는 해방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징 성 바깥 외곽의 작은 촌락이었던 이곳은 기와를 굽는 가마가 많았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반(潘)씨 성을 가진 사람의 가마였다. 반씨 집 기와는 가격이 저렴하며 품질도 좋고 배달까지 해주는 등 서비스 많아서 인기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에 오르내리게 되어?자연스레?반가요(潘家窯, P?nji?y?o)라고 불리웠다. 그러다가 1960년대 베이징의 인구가 늘면서 이곳도 거주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중국에서는 속어로 기생집을 요자(窯子, y?ozi)라고 불렀기 때문에 주민들이 싫어해서 판자웬으로 개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개혁 개방이 된 1990년대 판자웬에는 자연발생적으로 골동품을 취급하는 노점상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베이징시에서는 이곳이 베이징의 명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 지역에 대한 사용권을 허가함으로써 노점상들이 대규모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형성된 판자웬의 정확한 이름은 고물시장이라는 의미를 가진 판자웬 구화시장(舊貨市場,?Ji?hu? Sh?ch?ng)이다.
시장이 형성된 초기에는 넓은 공터에 노점상의 형태로 운영됐으며 일요일만 개장했기 때문에 일요일 시장이라는 의미의 성기일시장(星基一市場, X?ngj?y? Sh?ch?ng)이라고도 불렀다. 진품도 상당수 있어서 눈만 밝으면 상당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골동품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상인들 뿐 아니라 호기심이 많은 외국인들까지 호응이 좋아 2004년에는 대중이 뽑은 전국 10대 골동품시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판자웬은 베이징시 조양구 판자웬 동로에 위치한 48,500㎡ 면적에 보석 공예품구역, 고건축구역, 노점상구역, 고가구구역, 석조석각구역, 음식 복장구역 등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4천여 개 상점에 1만여 명 종업원이 근무하며 중국에서 가장 큰 골동품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다.?90%가 베이징 이외의 지역에서 몰려온 상인들로 구성되어 한족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민족의 전통과 역사의 흔적이 서려있는 골동품이나 공예품을 볼 수가 있다.
주말에는 하루의 유동인구가 6만~7만 명에 이른다. 그중 외국인이 1만여 명으로 베이징 관광의 필수코스로 등장하고 있으며 중국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다. 그래서 시장인근에는 중국전역과 전 세계로 화물을 부칠 수 있는 회사들이 성업 중이다.
판자웬으로 가려면 지하철 13호선을 타고 건국문(建國門, Ji?ngu?m?n)역에 내려서 802번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평일에는 오전 8시30분에서 오후 6시까지 문을 열지만 주말에는 새벽 4시30분에 개장한다.
그러나 판자웬의 백미는 일요일이다.?평일에는 상점만 열려 있어 한산하지만 주말에는 베이징 인근 시골에서 몰려온 상인들이 노점상을 열기 때문에 인산인해를 이루며 볼만한 것도 많다. 그래서 판자웬은 최소한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하루 정도 머물면서 구경하는 것이 좋다.
식사는 판지웬 안에서 하는 것보다 판자웬다리 부근이나 석조 석각 구역 건너편의 전통적인 중국식당을 찾으면 대부분 적당한 가격으로 중국 전통의 맛을 살려 퓨전화된 음식이 준비돼 있다. 느끼한 중국음식이 부담이라면 생맥주 한 잔을 곁들이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시장에는 선사시대부터 최근의 물건까지 고가구, 고서적, 고서화, 문방사우, 도자기, 복제화, 목공예, 석조 조각, 진주나 소수민족들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물건들이 다양하다. 그러나 골동품이나 그림 등 예술품은 대부분 짝퉁이라고 부르는 복제품이기 때문에 고가의 진품이라고 할 경우에는 구입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찰제가 아니기 때문에 흥정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잘못하면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