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개혁개방 이후 부활한 길림성 단오절
단오절(端午節)은 한국과 중국·일본 등 동양 3국이 명절로 지내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음력 5월5일, 일본은 양력 5월5일로 지내고 있다.
한(漢)나라의 문헌에 따르면 단오는 계절이 장마철로 접어드는 달에 포함돼 있어 나쁜 병이 유행하기 쉬우므로 그 예방책으로 여러 풍습이 생겨났다. 그래서 단오에는 약초를 캐고, 여러 가지 액을 예방하기 위하여 쑥으로 만든 인형 등을 문에 걸었으며, 창포주·웅황주(雄黃酒)라는 약주를 마셨다. 약초와 창포, 쑥 등이 가진 강한 향기와 약성의 효과를 이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전국시대 초(楚)나라 시인 굴원(屈原)이 멱라수(?羅水)에 빠져 죽었다는 고사에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으로 대나무 통에 쌀을 넣고 소태나무 잎으로 감아 물속에 던지던 풍습이 변하여, 지금은 대나무 잎으로 싸서 찐 떡을 먹는 풍습이 되었다고 하며 굴원을 작은 배로 구한다는 뜻을 살린 놀이로서 일종의 보트레이스인 용선경도(龍船競渡)가 전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모내기를 끝낸 5월에 민중이 모여 하늘에 제를 지내고 가무음곡으로 밤낮을 쉬지 않고 놀았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일 년 중에서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날이라 해서 큰 명절로 여겨왔다. 또한 단오장(端午粧)이라 하여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었으며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를 삼아 머리에 꽂기도 하였으며, 양쪽에 붉게 연지를 바르거나 비녀에 수복(壽福)을 써서 복을 빌기도 하였다. 볼에 연지를 바르는 이유는 붉은색이 양기를 상징하기 때문에 악귀를 쫓는 기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오 때가 되면 거리에서 창포를 파는데 이는 창포탕과 비녀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민속놀이로는 외출을 뜻대로 못했던 부녀자들을 위하여?이날만은 밖에서 마음대로 그네 뛰는 것이 허용되었고 남자들에게는 씨름경기 등이 열렸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이러한 민속적인 행사도 금기시되었기 때문에? 아무런 행사가 치러지지 않았지만 개혁개방 이후 조선족들은 단오의 부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단오는 지역에 따라 독특한 행사를 치르고 있는데 농촌마을은 별다른 행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젊은이가 마을을 떠나다 보니 노인들만 남아있는 마을에서 큰 행사를 치를 일손이 없어서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춘과 길림시 등 대도시에서는 단오를 조선족의 큰 명절로 만들어 축제분위기 속에서 성대하게 다양한 행사를 치르고 있다.
문화대혁명 이후 길림지구에서 거행된 대규모의 조선족 축제는 1979년 서란현 평안진 금성촌에서 조선족 족구대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1980년부터 길림시 교구에서 해마다 운동대회를 개최하였다. 1985년에는 길림시 철도국 체육장에서 120여 개 팀이 참가하면서 1500명이 단체로 춤을 추는 등 대성황을 이루었으며 1986년도에는 산책놀이, 1987년도에는 운동회 등의 이름으로 격년제로 개최되었다. 1993년에는 전 중국 조선족 축구대회가 청년부·고등부·중등부·초등부로 나누어 5일간 치러졌는데 한국에서는 노인축구단 2개 팀이 참석하였다. 참가한 선수만 1200명인 개막식은 성대하기 그지없었고 조남기 장군 등 북경을 비롯한 동북삼성의 조선족 유지인사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2001년 조선족 문화관 관장으로 이춘식(李春植) 씨가 부임하면서 단오제는 축제의 형식으로 길림시 조선족의 가장 큰 명절로 부상하였다. 2006년의 제6회 단오제는 길림시 문화국이 주체하고 길림시 민족사무위원회와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 길림시위원회가 후원하며 길림시 조선족 군중예술관이 주관하면서 2006년 6월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에 걸쳐서 길림시 북산공원에서 개최되었다.
활동내용은 민속문화제 개막식을 시작으로 대형가무 등 조선족우수문예종목을 공연하였으며 제1회 청소년 무도시합과 제3회 조선족 가수 노래자랑, 조선족 민속생활문화 전시 등이 개최되었고, 다양한 음식축제와 한국의 무용단과 사물놀이패들도 참여하였다.
행사에 참여한 단체로는 노인협회와 부녀협회, 조선족 완전 중학교와 실험소학교, 유치원, 영길현 제1 조선족 중학교 등인데 2012년인 올해에도 6월 23일과 24일 양일간에 걸쳐서 행사가 치러진다. 그러나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과 어린이·청소년 등으로 한정되어 있고 청·장년층이 빠져있어서 그들의 참여가 과제로 남아있다.
길림의 조선족들은 단오의 전통 의식인 창포물에 머리를 감거나 널을 뛰고 그네를 타는 의식은 사라졌고 송화강에 손을 씻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으며, 각종 민속놀이와 운동경기가 주류를 이루는 축제로 변화하였다. 단오가 주중에 있을 때에는 사전에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주말로 변경하고 있으며, 조선족이 있는 기업에서는 3~4일간의 휴가와 운동회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