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백두산의 겨울

백두산 자작나무가 수목한계선의 설원에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우뚝 서 있다

한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은 청나라를 건국한 만주족들의 건국신화도 함께 서려있는 신비스러운 산이다. 청나라의 강희 15년인 1628년 청나라는 백두산을 나라를 일으킨 신령스러운 땅이라면서 봉금령을 반포하였으며 1880년 이빈실변정책(移民實邊政策)으로 봉금령이 폐지될 때까지 250 여 년간 사람들의 주거와 경작을 금하였기 때문에 원시적인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중국의 개혁 개방이후 백두산은 관광지로 탈바꿈하여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래서 수많은 한국인들이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찾았다. 그러나 겨울의 백두산은 기상조건이 너무나 혹독하여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는 중국 동북삼성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면서 백두산의 겨울을 먼저 소개하고 차후 적절한 기회에 봄, 여름, 가을 등 계절의 특색을 담아 보려고 한다.

천문봉과 화개봉 사이로 본 천지의 겨울

필자가 처음 백두산의 겨울을 답사한 것은 1994년 1월이었다. 한국인으로서 백두산의 겨울 촬영여행은 처음인 셈이다. 영하 30도의 혹한, 충분한 방한 준비를 하였지만 추위는 매서웠다. 특히 바람이 있는 날은 상상할 수 없는 추위가 몰려와서 견디기가 어려웠지만 바람이 잦으면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당시 겨울철에 문을 열고 있는 유일한 호텔인 두견산장에 숙소를 잡고 백두산자연보호구 사진담당관을 지낸 왕영씨와 함께 산을 올랐다.

새벽 3시에 기상하여 헤드랜턴과 방한복, 아이젠으로 무장하고 온천빈관 뒷길을 타고 산을 올랐다. 흑풍구 부근에서는 능선을 탔으며 해발 2,100미터 부근의 수목한계선에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설원에 우뚝 서있는 백두산 자작나무의 군락지를 마라볼 때에는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소리를 듣는 듯 싱그럽게 펼쳐지는 풍경에 감탄하면서 그것들이 품어내는 강열한 기상을 온몸으로 받으려고 하였다.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 서있는 교통 표시판들의 모습과 얼어붙어 있는 천지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 후에도 겨울 백두산의 아름다움에 끌려 여러 차례 탐사를 했었다.

눈보라가 끊이지 않는 겨울철 백두산의 봉우리

2011년 1월 백두산의 겨울 여행은 이제까지의 것과는 너무나도 많이 달랐다. 첫째는 관광객의 주류가 중국사람이었으며 백두산 천지가 보이는 천문봉까지 차량이 올라갈 수 있도록 조처를 하였고 관광객들도 별 준비 없이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혼으로 보이는 청춘남녀도 있었고 가족이 함께 와서 딸의 방한모를 여미어주는 아버지의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다.

비룡폭포를 통한 천지수는 영하 30°C의 혹한에도 얼지 않고 도도히 흐른다

그러나 비룡폭포로 올라 승차하를 지나고 달문을 건너 천지 호반에 이르는 과정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였다. 우선 숙소는 천상호텔을 권하고 싶다. 천상호텔은 겨울철에 문을 열고 있는 백두산의 호텔 중 달문과 가장 가깝고 겨울철에도 식사와 노천 온천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새벽 3시 안내자와 함께 비룡폭포로 향했다. 비룡폭포 부근에는 달문으로 오르는 터널이 있다. 멀리서 보면 터널은 흉물스럽고 자연을 해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아이젠 정도의 장비만으로 겨울철에도 천지호반으로 오를 수 있는 것은 이 터널 덕분이다. 그것은 터널과 터널 사이에 일정부분 지붕을 덮지 않은 계단 옆에는 나의 키를 넘는 눈이 쌓여 있는 모습과 평지의 터널은 눈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 수가 있다. 이 터널이 완성되기 전 필자가 겨울철 천지 호반에 가려고 하면 천문봉으로 걸어 올라가서 산비탈을 타고 내려와야만 했다.

터널의 문은 관리자가 있어서 겨울철에는 섭외를 통해 허락을 받아야만 열수가 있다. 터널은 가파르고 길었다. 터널을 나오자 승차하가 보이고 비룡폭포를 통해 내려오는 천지수의 굉음이 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달문이다. 길은 평탄하고 눈과 얼음을 밟는 소리가 상쾌하다. 달문이 어딘지도 모르고 천지 속으로 들어왔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천지 속을 거닐어본다. 얼어붙은 천지의 수면은 곳곳에 강풍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바람소리와 멀리 산봉우리에 쌓인 눈덩이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찬 공기와 온천수가 만나 빚어진 형상

내려오는 길은 여유가 있다. 천천히 내려오면서 설원의 계곡풍경에 빠져든다. 터널을 나오면 비룡폭포가 보이고 이어서 온천지대에 이른다. 온천수에 삶아 놓은 계란 반숙과 옥수수가 별미다. 온천지대에는 영하 30도의 혹한과 뜨거운 온천수가 만나 형성된 기기묘묘한 풍경들이 이채롭다. 동물의 형상, 연인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듯 보이는 모습 등 자연의 조화로움은 조각가의 창조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듯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호텔에 돌아와서 노천 온천을 즐기는 것은 겨울 백두산 여행의 마무리에 해당한다. 온몸은 뜨거운 온천수로 훈훈한데 물기를 머금은 머리를 만져보면 차가운 바람과 온천수의 수증기가 어울려 얼듯말듯한 살얼음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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