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공장에서 예술의 거리로 변신한 ‘798’

2007년의 798, 공장 속에 화랑의 표시판이 인상적이다.

베이징 798 예술거리는 조양구(朝??) 주선교로(酒仙?路) 4호에 있으며 따샨즈(大山子)라 부르기도 한다. 원래 이곳은 1950년대 소련과 동독의 원조로 만들어진 무기 공장이었으나 냉전이 끝난 후 공장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쇠퇴하였다. 그래서 중국의 칠성그룹 측이 2001년 이 공장을 인수해 고층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계획을 세웠으나 개발의 움직임을 보이기 전에 일본에서 돌아온 예술가 황예가 798공장건물을 임대하여 2001년 10월 화랑으로 개장하였고 ‘북경 Floating World’라는 개관기념전을 개최하면서부터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문화혁명의 구호가 남아있는 공장에서 개최되고 있는 전람회.

중국의 대표적인 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이 인근에 있고 한국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북경의 코리안 타운인 왕징(望京)과는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아서 뉴욕의 소호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값싼 임대료 덕분에 예술인들이 몰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카페와 화랑들이 들어와서 음산했던 공장의 이미지가 젊은이들의 활기찬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새롭게 단장된 곳곳에 전시된 조각품.

예술가들은 그들 특유의 안목으로 공장의 원형을 살리면서 갤러리로 사용하는 독특한 전시 형태를 보여주었다. 문화혁명의 구호가 걸려있고 공장의 시설물들이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벽면에 현대미술을 위시한 예술품들이 전시되면서 예술품은 고급스러운 미술관에만 존재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작업장과 전시장의 구분이 없는 일상적인 개념으로 다가와 관람객들의 공감을 쌓았다.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는 관광객들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될 무렵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예술특구로 화려하게 변신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유럽인들은 북경에 온다면 꼭 한 번씩 들르는 필수코스로 자리를 잡는 등 내ㆍ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베이징의 관광명소로 변신하였다.

대형 기획전이 개최되고 있는 현장, 예전에는 초대형 공장이었다.

‘798’이라는 명칭은 산업 기지 내의 한 공장의 번호에서 유래되었다. 지난 2004년 제1회 따샨즈국제예술제를 시작으로 매년 다른 주제로 기획전을 개최하는 축제가 펼쳐지고 있으며 규모 또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798예술구의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색이 있는 전람회들이 수시로 개최되면서 국제적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전람회장으로 변한 버스, 내부에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대표적인 화랑으로는 벨기에 컬렉터가 운영하고 있는 대형 화랑인 UCCA(Ullens? center for comtemporary art)가 있으며 한국인 김동욱이 운영하는 T art center도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벽면에는 전시회가 개최되고, 중앙의 테이블에는 빈티지 프린트가 판매되고 있다.

필자가 관심이 많아서 관찰해본 사진전문 화랑을 조망해보면 798 photogallery 백년인상(百年印象)은 중국 현대사진을 지속적으로 조명하면서 한쪽에서는 중국의 유명작가들의 빈티지를 상설전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진집과 사진작품 캘린더를 발간하여 판매하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프랑스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Paris-Beijing Photo Gallery는 유럽과 중국의 현대사진과,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고발하는 현대적인 다큐멘타리 형식을 빈 파인아트 계열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모주석 어록을 재현해 놓은 찻집, 798에는 복고풍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전시는 따산즈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모습을 벽돌위에 프린트한 사진들과 중국의 공업화에 따른 그늘을 기록한 첸지아장(陳家剛)의 3선(Third front)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작가인 경우 전시를 하면 엄청난 고객들이 몰려와 작품을 구매하고 있어서 중국의 저력을 느끼게 한다.

Robert Rauschenberg의 연꽃 24장의 붉은 딱지가 붙어있다.

필자가 목격한 가장 비중 있는 전시는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전시였다. 연꽃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은 돌로 된 연꽃석상과 중국인의 삶, 그리고 중국의 문화를 촬영한 사진들을 조합하여 116×152×4.5cm크기의 벨뱃에 포토그라뷰어와 피그멘트 잉크젯을 이용한 프린트였는데 전시된 40여점의 작품이 적게는 24점씩, 가장 많이 판매된 작품은 35점이었다.

사실적인 작품들의 빈티지가 에디션 없이 지속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에디션 번호도 없었고 빈티지도 아닌 생존 작가의 판화형식의 사진 프린트였는데도 말이다. 프론트에서 가격을 확인해보니 작품에 따라 1만불에서 3만불 사이라고 한다.?유럽인들이 중국의 예술시장에 흥미를 가지는 가장 큰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798포토갤러리에서는 중국의 유명한 사진가들의 작품집과 포스터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798예술구의 면적은 60만㎡, 전문 화랑과 갤러리, 카페, 작업실 등 400여 동의 독특한 인테리어를 가진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2009년 15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하며?해마다 그 수는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서 예술과 상업 그리고 여행의 중심지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최근 798이 예술거리가 지나친 상업화에 의하여 핵심 내용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798에 주류를 이루던 많은 예술가들이 임대료가 낮은 곳으로 이주하였고,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다수의 갤러리들이 철수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나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토지의 공개념을 도입하여 카페나 음식점 등의 상업적인 영업장의 규모를 일정 비율 이상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예술의 거리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정책을 보여주고 있어서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또한 21세기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서 798의 변신은 예술특구 건설을 꿈꾸는 지구촌 여러 지역의 롤모델이 되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