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3·8 부녀절 풍경
3월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중국에서는 1922년부터 3월8일을 여성의 날로 기념하기 시작했고 1924년 중국여성들의 첫 기념행사가 광저우에서 열렸다. 이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후 3월8일을 ‘부녀절’로 제정했다.
부녀절(s?n b? f? n? ji?) 행사는 다양하다. 여성들을 위한 여러 가지 축하행사가 회사 차원에서 열리기도 하며 여성들은 오전에 근무하고 오후에는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또한 효부나 열녀, 장한 어머니 등을 표창하거나 기념품도 준다. 부녀절의 명절 분위기는 도시보다는 농촌으로 갈수록 더욱 더 성대해진다.
중국의 조선족들이 집거해서 살고 있는 동북지방은 겨울이 길고 매우 춥다. 그래서 3월이 오면 ‘부녀절’ 행사 준비에?더 정성을 기울인다. 겨울이 긴 이 지역은 아직 농한기라 더욱 여유가 있다. ‘부녀절’이 임박하면 도회지에 살던 자녀들도 집으로 찾아가 ‘부녀절’을 경축할 술과 안주, 그리고 음식과 옷 등을 부모님께 선물한다.
‘부녀절’은 가사일과 육아, 그리고 농사일까지 골몰하는 여인들에게 휴식과 오락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한해의 농사를 준비하게 하는 의미가 곁들여 있다. 그래서인지 농촌지역에서는 행사가 일주일 정도 이어지는 곳도 있다. 이 기간 동안 주부들은?부엌일에서 해방된다. 대부분 도시에서는 외식을 하기 때문에 식당은 발 디딜 틈이 없고, 농촌마을 등에서는 일주일 동안 치러질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며 그 동안 가정 일은 대부분 남자들이 책임을 진다.
행사를 주관하는 것은 대부분 노인회이다. 독보조라고 불리는 중국 조선족 노인회는 중국의 56개 민족 중 조선족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조직으로서 도시나 농촌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으며, 마을을 바르게?움직이도록 하는 시니어 그룹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연히 지나치다가 만난 한 마을에서는 중·장년의 여성들은 물론 젊은 여성들까지 함께 어울린 운동회로 티 없이 맑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용정의 한 조선족 여성단체에서는 인근의 타민족들까지 포용해서 함께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그리고 일주일간 부녀절 행사를 치른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한 흑룡강성 발해진 강서촌에서는 70세 이상의 상 독보조와 70세 미만 55세 이상의 하 독보조로 나뉘어 음식상을 차리고 음악에 맞추어 민속춤이나 사교춤을 추고 화투나 마작 등으로 소일하고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들이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으로 앞치마를 두른 채 밥을 짓고 음식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며, 촌장이나 공산당 지부서기 등 마을을 대표하는 책임자들과 같이 파트너가 되어 틈틈이 어울려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덕담을 나누며 즐기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젊은 여인들은 친구들끼리 어울려 마작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고 남편들은 아내의 흥을 돋구어주는 보조역할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