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장성의 원형이 남아있는 ‘전구장성’
잰커우장성 가는 길
베이징 시내에서 오환로(五環路, wuhuanlu)를 거쳐 베이징과 승덕(承德, Chengde)을 잇는 경승고속도로를 따라간다. 13번 출구인 회유참(懷柔站, huairouzhan)을 통과한 뒤 계속 직진해 영빈(迎賓, yingbin) 로타리를 거쳐 안서(雁栖, yanxi)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오른쪽 코너에 안서불야곡이라는 붉은 비석을 지난다. 그곳에서 꼬불꼬불한 큰 고개를 넘으면 베이징젠커우생태원이 나오고 그 뒷길로 조금가면 전구장성(箭?長城, ian kou chang cheng)으로 가는 서책자(西柵子, xishanzi) 마을의 주차장이 나온다.
명나라가 건설한 ‘모전욕 장성’···신베이징 16대 경관 중 하나
서책자마을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전구장성이고 왼쪽으로 가면 모전욕(慕田?, mutianyu) 장성이다. 이곳은 모두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의 명령으로 완성됐다. 600여 년의 역사를 가졌는데 모전욕장성은 명대(明代)의 장성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구간 중 하나로 꼽힌다. 1988년 4월에 복원이 완성돼 정식으로 여행객들에게 개방됐는데 신베이징 16경관 중의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서 오르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뒤 걸어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비해 전구장성은 명대 장성의 원형을 가장 많이 보존하고 있으며 보수를 하지 않은 장성 중 가장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또 일반인들은 찾지 않아 매우 조용하다. 그래서 등산을 하거나 조용하게 장성을 감상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게다가 입장료를 받는 곳이 없다. 서책자마을에는 사진창작기지라는 민박업소가 있어서 촬영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전날 이곳에 와서 숙식을 할 수가 있는데 난방이 되지 않아서 날씨가 추울 때에는 이용이 어렵다.
전구장성을 오르는 길의 입구는 평탄하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험난한 길로 이어지고 1시간 정도 오르면 전구장성이 한눈에 보이는 능선이 나타난다. 능선에서 마법의 성이라고 불리는 정상의 성루를 기준으로 해서 오른쪽으로 보면 흑타산과 연결되는 산들이 첩첩이 겹쳐 아름답기 그지없고 왼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장성의 행렬이 보인다.
능선에서 마법의 성으로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험난한 코스로 유명하다. 이 길은 기울기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길들로 이뤄져 있다. 바위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성루, 하늘에 매달려 건들거리는 철제 사다리, 바위 사이의 좁은 통로, 오르내리는 능선과 조화를 이루는 성벽, 적당히 허물어져서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더해주는 성첩 등···.
등산을 즐기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우리들은 이런 위험하고 위엄 있고 고고하기까지 한 전구장성이 아름답고 멋지기만 하다. 그러나 장성을 축성하던 당시 노역자들의 고초를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장성 건설에 동원된 사람들의 숫자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진시황 시대에만 100만 명이 동원됐다고 한다. 전국시대의 오호16국에서부터 명대의 건설까지 합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역에 동원되어 고초를 겪었을까? 장성의 축조과정에 생겨난 전설은 그러한 민중들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을 소개해보자.
“하룻밤 만에 만리장성을 쌓는다”
어떤 사람이 산골 마을을 지나다 홀로 사는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녀는 남편이 만리장성 축조에 징용되었다며 자신의 편지를 남편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남자는 그 부탁을 들어주게 됐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공사 감독관이 그 남자를 잡아 성 쌓는 일을 대신시키고 그녀의 남편을 돌려보내줬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징용된 남편을 찾으며 사흘 밤낮을 울다가 무너져 내린 성벽 속에서 남편의 시신을 찾았는데 절망에 못 이겨 자결했다는 맹강녀의 전설이 있다.
“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다”라는 중국의 속담은 민중들의 이러한 고통을 알고 느껴야만 진정한 사나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보다. 나는 그 속담의 담긴 뜻을 이곳에 오르면서 실감할 수 있었다.
이글을 쓰면서 베이징의 유재원씨가 블로그에 올린 전구장성에서 모전욕장성까지의 산행기록을 살펴보았다. 마법의 성을 지나 약 4시간 정도 험난한 산길을 걸으면 모전용장성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전구장성과 모전욕장성을 따로 따로 올랐다. 그래서 그곳 장성의 원초적이고 손대지 않은 모습을 사진에 담을 기회를 가져보지 못했다. 언젠가 꼭 한번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