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효 칼럼] ‘북한소행’ 의문의 여지없는 천안함 사건

26일은 천안함 사건 3주년이었다. 천안함 폭침은 우리 군함이 도발하지 않은 공격을 받았다는 의미와 함께 이에 대응하는 군의 무능과 책임이 가장 두드러졌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 후유증은 한국사회 안의 분열과 간극, 그리고 진보적 지식인의 우매함과 편견, 아집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천안함 사건의 침몰 원인을 논하기 전에 언급할 일이 있다. 천안함 사망 장병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다. 사망 및 실종자가 46명인데 전원이 부사관 및 수병이고 장교는 1명도 없다. 이명박 정부와 KBS 등은 사건 직후 그들을 ‘순국 영웅’이라고 불렀고, 현 정부는 ‘천안함 46용사’라고 일컫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천안함 생존 장병들을 심지어 ‘패잔병’이라면서 군의 책임을 따졌다. 또 이들의 희생이 전사인지, 순직인지의 법적 문제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사망 장병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른 채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아 희생됐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영문도 모르는 죽음’이었고, 전투를 하기는커녕 전투에 나설 겨를조차 없었다. 따라서 엄정하게 말하면 전사가 아니라 순직이 맞다고 본다. 정부가 정치적, 감성적 이유 때문에 이들을 전사자로 규정했다면 시민단체라든지 누가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세금의 잘못된 지출을 바로잡아야 할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사한 것도 아닌데 ‘순국’이란 표현이 걸맞지 않다는 것은 당연하다. 영웅도 물론 아니다. 다만 용사라는 호칭은 군인, 특히 임무수행 중에 숨진 군인을 예우하는 호칭으로서 상궤를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천안함 46용사’는 크게 어긋난 표현이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가장 적당한 호칭은 ‘천안함 희생장병’이 아닌가 싶다. 그들은 불의의 기습을 당한 피격 희생자들임과 동시에 국가수호에 나섰다가 스스로의 목숨을 바쳐 궁극적 희생을 치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패잔병’이란 말은 천안함 함장 등 생존 장병들을 겨냥한 것이라 사망 장병들은 이런 비난의 대상이 될 이유가 도무지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민 일부가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피격 당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침몰원인과 상관없이 희생 장병들을 추도하고 그들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온당하고, 유족에 대해서도 깊은 위로를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반대로 정부와 일부 언론, 우익단체 등은 천안함 희생장병에 대한 국민적 애도를 과장하고 왜곡해서 정치적으로 선동하고 이용하는 것을 그만 둬야 한다.

천안함 희생장병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을 만나는 바람에 아깝고 아까운 젊은 목숨을 잃은 우리의 아들과 형제들이다. 그들의 사진을 보노라면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절절한 마음이 떠올라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특히 해군 초계함 승조원들은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풍족하지 못한 집안 자제들이 많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추측한다. 전통적으로 해군 함정근무는 넉넉한 집안 자식들이 선호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방부 출입기자 시절 해군의 초청으로 백령도를 방문했는데 처음에는 구축함을 탔다가 고속정으로 갈아탔다. 구축함에서 만난 수병들은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젊은이들이었는데 유독 고속정 승조원들은 키가 작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것이 북한 인민군들 같은 인상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해군은 공군과 육군에 비해 생활 형편이 어려운 가정 출신이 많고, 함정근무자는 육상근무자보다 줄이 없는 경우가 보통인 데다, 고속정 승조원은 구축함 승조원보다 돈도 ‘백’도 없는 집 출신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초계함은 구축함과 고속정의 중간 크기 함정이다.

고속정 정장 등 장교들은 경우가 좀 다르다. 육군에서 전방 소대장이 직업장교의 필수 코스인 것처럼 해군에서 고속정 근무는 최전방 보직으로 장교들의 선호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 해군 장교들은 육·공군보다 수준이 높다고 말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다. 미군의 경우 전통적으로 해군 장교, 특히 해군 조종사들은 자신들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는 것과 비교가 된다.

1991년 성남비행장에서 미 해군의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를 타고 동해상에 떠있는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에 취재차 간 일이 있었다. 해군 대령인 함장과 단 둘이 약 5분간 대화를 나눠 봤는데 그때까지 만나본 어떤 미국인보다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우리나라 해군 제독이나 영관 장교들로부터는 그런 인상을 받지 못한 것이 유감이었다.

2010년 3월26일 금요일 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해군함정 침몰’이라는 자막이 뜨고 곧이어 뉴스 특보가 전해졌다. 뉴스를 들으며 북한 공군기 폭격은 물론 해안포와 수상함 포격을 배제한다면 함내 탄약고의 폭발과 어뢰 또는 기뢰 공격의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보도를 보면서 암초 충돌에 따른 좌초나 피로파괴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여겼던 까닭은 천안함이 두 동강 났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일반 선박도 암초에 의해 배가 두 조각 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었고, ‘항해 중 피로파괴로 침몰’이라는 것은 도시 그런 예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뉴스 특보는 함내 폭발이 아니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KBS뉴스는 26일 밤은 물론 27일 새벽이 되도록 어뢰와 지뢰, 기뢰, 폭뢰 등 기본 용어조차 구분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하는 모습이라 절로 혀를 차게 만들었다. 설령 군대를 가보지 못한 기자와 데스크라 하더라도 영어 공부를 조금 해 봤다면 어뢰(torpedo)와 지뢰(land mine), 기뢰(sea mine), 폭뢰(depth charge)의 차이는 쉽사리 알 수 있는 일이다.

첫 뉴스가 나온 뒤 5∼6시간이 지난 뒤 나는 개인적으로 천안함의 침몰은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의 잠수함(그때까지 수심정보가 없었다), 또는 잠수정에 의한 어뢰 공격의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기뢰의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본 이유는 이랬다. 첫째, 기뢰는 수동적 무기라 공격의 시점을 정하거나 조절하기 어렵다. 둘째, 기뢰를 해군함정 통과 예상지점에 비밀리에 부설하고 귀환하는 것은 어뢰를 매복 공격하는 것보다 어렵다. 셋째, 기뢰를 부설했다가 지나가던 민간 어선을 폭침하게 되면 역풍이 불게 된다. 넷째, 북한의 재정능력이나 군사문화를 감안하면 첨단무기를 도입하기 어렵고, 전통적인 어뢰 공격과 침투훈련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좀 나중 얘기지만 천안함이 버블젯에 의해 양단된 모습은 어릴 때 만화에서 봤던 잠수함 어뢰공격을 받은 구축함 모습 그대로여서 수긍이 간 반면 기뢰가 전면이나 측면이 아니라 밑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한 것은 사고 가능성이나 자작극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지극히 당연스런 일이었다. 중국이나 러시아, 대만 연루설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고 미군 잠수함 충돌설은 한참 뒤에나 떠돈 이야기다. 천안함 사건 몇 달 뒤 어떤 공무원을 만났는데 자기가 국방부의 현직 공무원을 만났더니 “천안함은 사실 미군 잠수함에 부딪혀 침몰했다”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근거는 사건 해역 주변에서 한미연합 대잠훈련이 있었고 한주호 준위도 사고가 난 미 잠수함을 구조하다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처음 들어본 말이지만 그냥 들어넘길 수 없는 음모론이었다. 나는 미 잠수함 충돌설이 사실일 수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첫째, 미 해군은 현재 디젤 잠수함이 없고 핵 잠수함만 보유하고 있는데 가장 작은 로스앤젤리스급이 6000∼7000t이라 백령도에 인접해 수심이 얕은 사건 해역에는 아예 들어올 수도 없다. 미군 잠수함이 밑으로부터 부상하며 천안함과 충돌하려면 사실상 업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 하와이 근해에서 미 잠수함이 급부상하다 일본 수산고 실습선을 들이받아 사망자가 났는데 배가 깨지거나 침몰하지는 않았다.

둘째,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 잠수함에 인명사고가 났는데 보고를 받지 못하거나 우방국 함정과 충돌·사망사고가 벌어졌는데 사실을 은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의 제도나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다. 미국이 많은 비밀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위키리크스’ 사건이나 대한항공 007편 피격사건에서 보듯이 상당 부분 사실이다. 그러나 비밀정보원이 아닌 군인과 민간인 등 자국민의 생명이 걸린 사건을 숨긴다는 것은 ‘정치적 자살’에 불과하다. 러시아도 2000년 잠수함 쿠르스크호 폭발사건을 비밀에 부칠 수 없었는데 미국은 말할 나위 없다.

그렇다 치고 정부는 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공격 때문이라고 즉시 규정하지 않았을까. 물론 사건이 일어난 지 약 두 달 만인 5월20일 5개국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후에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 직후에는 해군과 국방부, 이명박 대통령이 한결같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인상을 풍겼다.

사건 직후 미 국무부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북한 소행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발언하고 4월 하순에는 영국 BBC와 미국 <LA타임스>는 모두 북한의 어뢰가 아닌 (한국의) 기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기사를 썼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북한의 개입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나는 당시 이들 보도가 모두 북한에 대해 잘 모르고, 멍청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외국 언론 기사는 대부분 자국 관료들을 취재해서 나오는 것인데 미국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한낱 신화이자 전적으로 거짓말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라크에 대해서 몰랐고, 아프가니스탄도 모르고 북한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미국은 그렇다 치고 한국 정부나 군은 왜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을까. 한국 정부는 특히 국방부나 군 지휘부는 설사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니었더라도 북한 짓으로 몰아갔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왜 그처럼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을까?

내 추측은 일단 워낙 불의의 기습을 당한 것에 얼이 빠졌고, 다음으로 북한 소행이라고 말하는 순간 군과 정부의 무능을 공격받고 책임을 지라는 압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약간의 냉각기를 가지려 했다고 봤다. 실제 처음에는 사건 발생 경위에, 조사발표 후에는 조사의 신빙성을 놓고 논쟁을 벌이느라 문책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정부의 무능함도 공격을 덜 받은 것이 사실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한참 뒤 한 선배를 만났다가 <한겨레신문>이 사설에서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썼다는 말을 들었다. 선배 말씀이 “이건 북한 소행이 아닌 것으로 몰아가는 것 아냐?”는 것이었다. 걱정이 된 나는 <한겨레신문>에서 정치군사 담당 논설위원이던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몇 달 뒤에는 북한 소행이 드러날 텐데 후배가 개인적으로 나중에 말을 주워 담는 곤경을 겪을까 우려스러웠다. “이럴 때는 공정하게 조사해서 진상을 밝히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을 끝까지 다 들은 후배가 침착하게 말했다. “선배 생각은 알겠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나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정부의 말이나 발표를 불신하는 것은 있을 수 있고 북한 폭침설 외에 다른 가능성을 모두 확인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북한 소행이라는 내 판단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좋지만,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판단할 근거는 도대체 무엇이라는 말인가.

물론 나는 진실의 독점을 한 순간이라도 주장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여러 정황과 증거를 종합해서 잠정적 추론을 내리는 것뿐이다. 그러나 일부 진보언론에서 제기된 반론과 대안적 추측, 그리고 의문은 내 생각에는 말이 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일부 러시아 등 외국 언론이나 연구자들이 제기한 의문들은 주로 “설명이 잘 안 된다”는 차원으로 ‘나를 설득시켜 달라’는 수준 낮은 내용이라 큰 의미가 없다. 예컨대 조사단 발표에서 어뢰 설계도면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조사단의 잘못을 지적했을 뿐 사실관계를 변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학술지 <네이처>가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와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주장을 인용해 의문을 제기한 것도 조사단 발표에 지엽적 이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다. 조사결과는 100%의 진실을 밝힌 것이 아니라 사실의 전체적 그림을 그린 것에 불과한데 말이다.

국내의 일부 진보언론에서 제기된 반론과 의문에 대해서는 여기서 일일이 반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신뢰도가 박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나는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반증이 있다면 언제든 살펴볼 용의가 있다. 그런데 어쨌든 해군은 무능했고, 국방부는 무책임했고, 대통령은 비겁했다.

나는 특히 당시 김성찬 해군 참모총장이 취임 며칠 지나지 않았고 군령체계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에 대해 한심하다고 본다.

또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이 저녁 9시부터 함교를 비우고 함장실에 틀어박혀 무엇을 했는지 군사재판에서 밝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도 없이 백령도 음영해역의 단골코스를 잡음으로써 죄 없는 부하들을 죽인 지휘관이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법적, 행정적, 도의적 책임은 지지 않고 “북한을 다음에는 가만 두지 않겠다”고 뻔뻔스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조용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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