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효 칼럼] 미래 글로벌 트렌드는 ‘개인의 힘’
글로벌 트렌드 2030
미국의 정보기관은 CIA와 FBI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04년 9/11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신설된 직위인 국가정보위원장 휘하에 CIA 외 국방·법무·재무·국토안보부 등 6개 부처 산하 21개 정부기관 등 총 22개 정보기관이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안에만 1271개 정보관련 조직과 1만여 개 사무소, 총 87만4000여 명의 비밀취급인가자가 있고, 국가안보부(NSA) 등 국방부 산하기관을 제외하고도 2010년 총536억 달러(약 53조6000억 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국가정보위원장은 이들 가운데 16개 주요 기관을 정보기관협의체(IC)로 엮어 수장으로서 조정 역할을 하는데,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 이하 NIC)를 직할로 두고 있다. NIC는 비밀정보기관이 아니라 공개정보를 중심으로 ‘국가정보판단(National Intelligence Estimates)’을 생산하는 것이 주임무인 국가전략연구소다.
이 기관은?5년에 한번 꼴로 글로벌트렌드보고서를 간행하는데 지난해 말 제5차 보고서(Global Trends 2030: Alternative Worlds report)가 나왔다. 이 보고서를 보면 미국 정부가 2030년의 세계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www.dni.gov 에 들어가면 166쪽 보고서 전문을 공짜로 읽을 수 있다. 다음은 글로벌 트렌드 2030의 주요 내용.
지금으로부터 15~20년 후인 2030년의 세계는 미국이나 중국, 또는 어떤 나라도 패권을 차지하지 못하는 ‘G-0’의 다극화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수퍼파워 지위는 계속 약화되지만 이를 대체할 나라가 떠오르지는 않을 것이며, 중국이 순조롭게 발전할 경우 미·중이 ‘G-2’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중국을 300회 넘게 언급하고 있고 모든 글로벌 시나리오의 초점인 것은 물론, 미-중관계가 세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양자관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국가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개인의 힘이 중산층 확대, 교육-의료의 확산,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증대되면서 고령화와 도시화가 가속되고 식량과 물,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자원쟁탈전이 심화된다. 1750년 이래 지속된 서양(구미)의 우세가 역전되어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가 전면으로 부상한다.
보고서는 2030년의 미래를 예측하면서 다음의 4개 ‘대세흐름(Megatrends)’ 을 제시한다.
1. 개인의 힘 (Individual empowerment): 전 세계의 중산층(1인당 GDP 6000 달러~3만 달러)은 2010년 12억 명에서 2030년 30억 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연해지역 부유한 도시 주민과 내륙지역 가난한 농촌 주민으로 양극화가 심해져 ‘두개의 중국’으로 분화될 수 있다. 법치와 민주화,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체제안정성에 위협을 가한다.
2. 권력의 분산 (Diffusion of Power): 미국의 힘은 중국으로 상당 부분 넘어가서, 2025년까지 중국이 지구 성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나 성장률은 둔화된다.
3. 인구 구조 (Demographic patterns): 중국 노동자와 은퇴자 비율은 현재 8대1에서 2040년 2대1로 줄어든다.
4. 식량, 물, 에너지 결합 (Food, water, energy nexus): 현재 중국과 인도는 세계 인구의 37%를 차지하고 있는데 세계 수자원의 10.8%를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지구의 고기공급량의 4분의 1 (연 7100만t)을 소비하고 있으나 개인 소비량은 미국인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중국 중산층이 늘어나면 수요는 극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2030년 세계에 대한 4개의 글로벌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러나 현실은 4개 시나리오의 부분 부분을 조합한 것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첫째 시나리오, 엔진 정지 (Stalled Engines): 최악의 경우로, 국가간 갈등이 심해져 미국은 고립주의로 회귀하고 세계화(globalization)는 정지.
둘째 시나리오, 융합 (Fusion): 미국과 중국이 협조관계를 유지해 세계적 상생구조가 형성.
셋째 시나리오, 병 밖으로 나온 지니 (Gini-Out-of-the-Bottle): 일부 국가는 크게 성공하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심한 실패를 맛보면서 국가간 격차가 벌어지고 각국 국내적으로도 양극화가 심해져 불평등이 고착. 미국은 국제사회를 떠나지 않지만 ‘세계의 경찰관’ 역할 포기.
넷째 시나리오, 탈국가 세계 (Nonstate World): 기술의 발달과 함께 국가 외의 주체가 세계적 도전과제를 담당.
보고서의 핵심 질문은 두 가지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인가?’와 ‘미·중 양국 외의 다른 나라들이 경제군사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세계 속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참고로, 보고서는 지금부터 2030년까지 가장 주목할 만한 첨단 신기술로 ‘3-D 프린팅 제조업’과 로봇공학을 꼽고 있다. NIC는 이들 기술 때문에 선진국에서 중·저임금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물론 연구개발·디자인·마케팅기획 등 고임금 일자리는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