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효 칼럼] 차기전투기 F-35, F-15SE, 유로파이터 사면 안된다

전투기 구입에 세금 8조원부터 몇 십조원까지의 큰 돈이 걸렸는데 국민의 관심은 높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F-35는 너무 비싸고 인수 일정도 불확실한 ‘종이 비행기’다. 또 F-15SE는 한국 외에는 구매국이 없고, 유로파이터도 품질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 결국 세 가지 기종이 모두 바람직스럽지 않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F/A-18 수퍼호넷과 F-15K 등 기술개발과 검증이 끝난 4세대 전폭기를 고려해 봐야 한다.

한국 공군은 현재 제3차 전투기 구입(F-X)사업을 진행 중이다. 흔히 착각하기 쉬운 것이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과의 구분이다. KFX는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의 주도로 F-16급의 고유모델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장기사업이고, F-X는 공군 전력 보강을 위해 1·2·3차 등 3단계로 나누어 외국 전투기를 도입, 운용하는 차기전투기 사업이다.

F-X 1단계는 공군이 2002년 프랑스의 라팔과 영국·스페인 등 EU의 유러파이터 타이푼를 제치고 미국 보잉사(맥도널 더글러스와 합병) F-15K 40대를 도입함으로써 끝났다. 2007년 F-X 2단계는 F-15K 21대를 추가 도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F-X 3단계는 원래 2012년에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와 미 보잉사의 F-15SE(Silent Eagle), 유럽 EADS사의 유로파이터타이푼 등 후보 가운데서 기종선택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나라 안팎의 사정으로 미뤄졌다.

F-X 3단계는 곧 퇴역하는 F-4 팬텀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예산규모가 8조29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비싼 물건을, 내 돈 내고 사는 것이라 대상기종을 잘 골라야 한다. 흔히 한미 동맹관계와 무기체계 간의 호환성을 들어 미국제를 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제를 꼭 사야한다는 미국의 외압이나 스스로 알아서 기는 자기검열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또 호환성 문제도 다른 나라의 경험을 보면 결정적 장애라 할 수 없다.

미국 것을 안사면 미국 정부가 분명히 섭섭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한미동맹이 깨지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즉각 보복을 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지금 미국제를 일부러 배제할만한 계제는 아니다. 당장은 더 유리한 조건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추후에는 러시아제는 물론 심지어 중국제도 들여올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미국과 유럽제 가운데 가격과 품질, 절충교역 등 부대조건만으로 비교해 엄격한 결정을 할 때라 하겠다.

F-35에 대해서는 그동안 무수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고사하고 미국 자체에서 ‘사상 최고로 값비싼 무기체계’(<타임> 2013/02/25)라는 비판적 분석과 함께 미 국방부의 구매책임자인 크리스토퍼 복단 중장이 지난달 호주 에어쇼에 가서 “록히드 마틴과 엔진제작사 프랫&휘트니가 미 정부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뜯으려고 난리 친다”고 공개 비난한 것이 대표적 예다.

F-35의 문제는 첫째, 육·해·공군이 공통적으로 운용할 합동타격전투기(Joint Strike Fighter)를 개발하려다 보니 설계비용이 늘어났고 둘째, 소프트웨어가 완성되기 전에 비행기를 만드는 바람에 본격 제조일정이 늦춰진데다 셋째, 끝없는 설계변경으로 비용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미국과 함께 F-35 개발계획에 투자금을 내고 참여했던 영국(1등급), 이탈리아·네덜랜드(2등급), 호주·캐나다·덴마크·노르웨이·터키 등 8개국 가운데 호주는 벌써 F-35 구입계획을 포기했고 캐나다는 2012년12월 구매계획을 취소했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는 비행기 구입 대수를 줄인다고 이미 밝힌 바 있고, 다른 나라들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캐나다의 동향이다. 캐나다는 안보를 위협하는 적성국가가 이웃에 없지만 국가 위상 차원에서 미국에 어느 정도 군사력의 균형을 맞추는 한편 영연방 국가의 일원으로 통합 방위력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2010년 캐나다 보수당정부가 65대의 F-35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이후 F-35 구입문제는 2011년 연방선거의 주요 쟁점이 됐다. 야당과 언론의 줄기찬 비난에도 기존 계획을 고수하던 스티븐 하퍼 수상은 2012년 캐나다 감사원이 F-35 가격이 불합리하게 책정됐다고 발표한 데 큰 충격을 받았다. 캐나다 정부는 결국 F-35 구입계획을 취소하고 다른 기종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 중이다.

캐나다 정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기종은 기존의 F-35 외에 미 보잉사의 F/A-18E (수퍼호넷),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EU EADS의 유로파이터, 스웨덴 사브사의 그리펜 등이다. 그러나 이들 후보 기종은 경쟁을 붙이기 위한 들러리일 뿐 문제는 F/A-18E 수퍼호넷을 살 것이냐, 말 것이냐로 좁혀졌다. 수퍼호넷의 강점은 가격과 운용비용이 F-35의 절반이라는 것이다.

수퍼호넷은 대당 가격 2012년 기준 최종가격(flyaway cost)이 6690만 달러라 돼있다. 하지만 캐나다방송공사(CBC) 보도에 따르면 보잉사는 수퍼호넷의 대당 가격을 5500만 달러로 책정했고, 펜타곤에 따르면 F-35의 대당 가격은 1억1000만 달러다. 더욱 중요한 운용비용에 있어 수퍼호넷은 비행시간당 약1만6000달러인데 비해 F-35는 시간당 약 3만2000 달러라는 것이 캐나다 감사원 자료다.

보잉사가 캐나다에 팔려는 것은 F-18E 수퍼호넷인데 한국에게는 F-15SE을 제안하고 있다. 4세대 전투기인 F-15K의 초기 가격은 대당 3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4.5세대 전투기 F-15SE는 대당 가격은 2009년 현재 1억 달러다. <세계일보> 보도(2013/01/08)에 따르면 2016년 인도기준 F-35 60대의 한국도입가는 총15조원이고 무장·수송비를 제외한 대당 가격이 2130억원이라는 것이다. F-15SE와 유로파이터의 가격도 총10조∼11조원에 이르러 큰 메리트가 없다.

보잉사는 캐나다에 수퍼호넷을 권하면서 한국에는 왜 F-15SE를 권하는 것일까. 그것은 캐나다의 경우 F-35 가격이 지극히 민감한 정치문제로 비화하면서 기능 대비 가격이 기종선정의 최대 승부처가 됐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일부 전문가와 군사매니아들을 제외하고는 큰 관심이 없고 시민단체 등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또 한국 공군은 다른 나라나 비슷하게 언제나 ‘최고급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고 이번에도 ‘스텔스’ 타령을 늘어놓고 있다.

스텔스 기능은 북한과의 전쟁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북한이 스텔스기가 아니면 뚫을 수 없는 최신형 시스템으로 방공망을 구성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개전 초기 꼭 필요할 경우 미 공군의 F-22 지원을 받으면 된다. 2020년경 스텔기가 필요하다고 판정되면 미 의회의 수출금지가 풀릴 가능성이 있는 F-22를 구입하든지 그때쯤 완성될 러시아의 수호이 PAK FA를 반값에 사들이면 된다. 물론 그 무렵엔 성능과 가격이 안정될 F-35도 다시 고려할 수 있다.

F-15는 4세대 전투기 가운데 세계 최고의 기종이다. 그런데 F-15SE는 4세대 전투기에 스텔스 기능을 보강한다고 무장을 안으로 꾸겨넣는 바람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얼치기가 되고 말았다. 이 기종은 오직 1대만 제작됐는데 한국에 팔아먹기 위한 시범용이다.

F-15SE가 그렇게 좋다면 F-35 때문에 고민하는 나라들이 그걸 왜 사지 않겠는가. F-15SE는 짝퉁일 뿐만 아니라 그 개발비용을 한국 홀로 뒤집어써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사서는 안 된다. 굳이 F-15를 사겠다면 F-4 팬톰 대체용으로 F-15K를 몇 십대 더 사고 2020년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

유로파이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기종은 한국이 2002년에도 검토했다가 탈락시킨 비행기다. 그동안 전자시스템이 개선된 것은 당연하지만 근본 설계가 4세대이기 때문에 다를 것이 없다. 다만 값이 아주 싸다면 검토해볼 만한데 앞서 인용한 보도에 나오듯이 가격 메리트도 크지 않다.

이밖에 유러파이터를 사면 절충교역과 함께 KFX를 위한 기술이전이 대폭 이뤄질 것이라고 하지만 믿을 것이 못된다. 온갖 감언이설로 꾀어놓고 막상 기술이전을 해달라면 외면할 것이 거의 틀림 없다. 과거 KTX때 미테랑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 중 의궤 2권을 들고 왔지만 계약 성사 후에는 안면을 바꿨다. 이런 면에선 영국·스페인이 프랑스와 다를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F-35 등 스텔스기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너무 비싸고 입에 맞는 떡이 없다. (F-22는 좋은데 안 팔고 F-35는 몇 년 더 걸린다) 둘째, 수동형 레이더(Passive Radar) 등 새로운 기술 개발로 스텔스 기능 자체가 쓸모없어지는 날이 올 가능성이 있다. 셋째, 당장 중국 및 일본과 전쟁할 것이 아니라면 스텔스기가 없어도 상관없다.

‘아주머니 떡도 싸야 사먹는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미국 비행기를 사도 좋지만 그 전에 품질과 가격의 가치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괜히 T-50 대미수출이니 KFX 기술이전이니 하는 실없는 말을 떠들기 보다는 이미 개발비용이 다 보전된 기종을 사서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는 옳은 것 아닌가 싶다. 호주와 캐나다 외에 브라질도 2011년 공군의 결정을 뒤집고 F-X2 기종으로 F/A-18 수퍼호넷을 선정했다.

그럼 일본은 왜 F-35로 결정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일본은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은 센가쿠열도/다오위다오 분쟁 이후 미국과 안보상 급속 밀착할 필요를 실감하고 있다. 아베정권 입장에서는 전투기 가격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일본은 42대의 F-35 가운데 4대만 완제품을 들여오고 나머지 38대는 미국으로부터 면허를 받아 일본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스텔스 기술을 사기 위해서라면 돈을 꽤 들일 이유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F-35는 물론 F-15SE, 유로파이터 구입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새로운 검토안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첫째는 수퍼호넷을 60대 정도 구입하고 2020년경 5세대 전투기를 30대 정도 구입하는 방안이고 둘째는 20톤급 전투기는 F-15K를 40대쯤 더 구입하고 10톤급으로 그리펜기를 60대 쯤 단계별 구입하면서 KFX를 위한 기술이전을 확실히 받는 것이다. 어떤가.

7 comments

  1. 저도4세대 f-15k 추가도입찬성합니다.러시아도 개발완료하지 못한 5세대 스텔스를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는것은 넌센스입니다. 작전반경과 레이다 운용성능개선한 것으로 추가도입적절 남는비용 잠수함초계기와 잠수함 추가건조
    좋을듯합니다.

  2. 전쟁이 전투기만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고 육해공 종합전력으로 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얼마나 균형잡힌 전력을 구축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돈만 많으면야 뭔들 못하겠습니까만은 그렇지 못하니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kfx 도 추진해야 하는 상황, 이지스함 추가 건조, 미사일 개발 등 할 일이 많습니다. 여기서 욕심을 부리면 다른 것을 못합니다. 지금은 욕심을 버릴 때입니다. f15k나 sa형을 도입하던지, f16을 추가 도입하던지 하고 유렵쪽 사브사랑 같이 kfx 공동개발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근시일내에는 중.일과 공중전 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3. 님말에 공감이 갑니다 실용적인쪽으로 생각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기종을 선택했으면 합니다

  4. 내 생각엔 타이푼으로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텔스가 꼭 필요한 시점은 아닌것 같고, 이왕에 구매하는거 기술 이전을 약속한 유파를 믿어보는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5. 기사 잘봤습니다.

    JSF 참여국 중 하나인 덴마크도 F-35 도입 포기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유파, 그레펜, F/A-18, F-35 4개기종 입찰을 진행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슈퍼호넷은 우리나라 실정에 그리 맞지 않다고 생각이 드네요. 아니 이번 3차 FX에 전혀 맞지 않는 기종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이급 전투기 구매 사업에 F-35가 참여하는것도 이상하지만.. F-18도 미들급 전투기이니.. F-15K 추가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네요

  6. 글쎄요… 캐나다에 슈퍼호넷을 제시한 것은, 기존에 호넷을 운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호주군도 호넷을 운용했기에 슈퍼호넷을 샀습니다. 개인적으로 슈퍼호넷은 반대합니다. 문제가 많은 기종이에요. 호넷의 확대개량형이지만 성능면에서 크게 진전이 없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다만 주 운용자인 미해군이 군수보급의 편리를 위해 함재기를 슈퍼호넷으로 일체화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국군이 호넷을 사면, 보급체계가 복잡해 집니다.
    호넷을 살바에야 비슷한 급으로 쓰이는 f-16의 최신개량버전을 사던지 f-15k를 사우디 공군 도입형 급으로 개량한 모델을 구매하는게 군수보급차원이나 기존 항공기와의 운용 유사성 측면에서 낫습니다.

    굳이 비싼 함재기 모델을 살 이윤없어요.

  7. 최근엔 f35계획 덴마크도 포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과연 최종과정까지 몇개의 국가가 남아있을지 궁금하군요.
    어쨌든…제 생각엔 스텔스가 필요없을 거라는 생각은 좀 위험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물론 예전만 못하리라는 법이 없지만 만약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된다면, 중국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과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이왕 벌어진 전쟁 통일로 가야하겠죠. 또 다시 현재와 같은 고착상태로 유지된다면 신형전투기 사업에 들어갈 돈과는 비교도 안될 비용을 또 다시 장기간 지불해야만 할겁니다. 그렇다면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빠른 속도로 북으로 밀고 올라가야 할텐데, 북한 뒤에 스텔스를 가진 중국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를 이기진 못해도 최소한 어느정도 견제할 스텔스 제공용 전투기가 없다면 그런 속전속결은 힘들어질거라 봅니다. 제 생각엔 3차의 구매규모를 어느정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스텔스 전투기는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만약에 백지화 됐을 경우 다시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밟게된다면, 그 과정에 걸리는 긴 시간동안 또 노후된 f4등으로 인한 전력공백기간이 늘어나게 된다는 치명적인 문제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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