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인제문예’가 이땅에 나온 까닭은?
강원도 인제군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백담사, 내린천,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등이 얼른 떠오른다. 경춘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2시간여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곳, 만해 한용운의 숨결이 살아있는 만해마을과 박인환문학관이 있는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그곳이 바로 인제다.
지난 겨울 <인제문예>라는 제호를 단 계간지가 첫 호를 냈다. 인제군 출신의 생존자는 물론 고인이 된 문인과 화가, 사진가 등의 작품과 지역소식까지 100쪽에 아기자기하게 담았다.
4~5쌍의 사람인 듯 보이는 이들이 마주 보듯, 껴안듯, 엉키듯 짙은 초록으로 그린 무산 조오현 큰스님의 표지그림이 눈길을 한참 잡아둔다.
박삼래 전 군수가 발행인을 맡아 “공감과 상생의 바다로 나아가는 희망의 돛단배가 되겠다”고 창간사를, 이순선 현 군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살찌우고 주민들이 정서적으로 동화되는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길 희망한다”고 축하말을 보탰다.
창간호답게 원근의 노향림, 신달자, 오세영, 유자효, 이가림, 이영춘, 최명길, 홍성란 김미애, 박현순, 오정진, 원영애, 한명숙, 한용운, 등의 시와 시조, 문부자, 박돈녀, 안태희, 최용건 등의 수필, 소설가 이외수 인터뷰, 화가 강명순의 그림, 사진작가 김장헌의 DMZ 포토 등이 실려 있다.
정치인 장기표는 ‘무산 오현 큰스님께 올리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님께서 터득하신 지혜와 경륜은 스님의 치열한 수행의 덕분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인연공덕으로 얻어진 것이기도 하겠기에 이제 그 지혜와 경륜을 중생을 위해 하화중생(下化重生)으로 회향하시기 바랍니다.”
<인제문예>는 편집주간을 맡은 손흥기 만해문학박물관 학예연구사의 세심함과 대범함이 없었다면 엉성하기 짝이 없는 그저 그런 잡지로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글=이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