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한중일 넘나드는 ‘조선족’의 성공


#장면 1

1991년 7월 ‘웨이하이~인천’을 운항하는 위동페리호를 타고 조선족들의 초기 한국행을 취재하던 필자에게 여지껏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 한국에 있는 친척이 초청해야 방문이 가능하던 때다. 조선족 동포들은 예외없이 고향에서 정성껏 기른 농산물과 중국 동인당의약품 등을 몇 보따리에 들고 오는 게 흔했다. 인천세관을 빠져나올 때였다. 직원이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의 보따리를 낚아채 펼쳤다. 안에서는 참깨가 쏟아지고, 아주머니는 무슨 큰 죄라도 지은 듯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잠시 후 그는 세관을 벗어나 충북 충주 친척집으로 향했다.?

#장면 2

지난 3월20일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 중국 장춘에서 발행되는 길림신문 한국판 <투데이코리아> 창간기념식이 열렸다. 빙젠 길림미디어그룹 회장은 “길림신문 한국판이 중-한 두 나라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하고, 한국내 조선족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은 한국에 와 성공한 조선족 사업가들이 주축이 돼 200명 가까운 하객들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조선족 1%시대’. 한국에 체류하는 조선족이 52만5천명을 넘어섰다.

1992년 한중수교 직전부터 한국 땅을 찾기 시작한 재중동포. 이들의 한국 삶을 조명한 <꿈을 이룬 사람들>(좋은문학)이 ‘길림신문 기획 재한조선족동포 성공사례 수기집’이란 부제를 달고 최근 나왔다.?

중국 장춘에서 발행되는 <길림신문사> 한정일 부총편집인이 후기에서 썼듯이 이 책은 2011년 2월부터 6개월간 이 신문에 보도된 재한 조선족의 성공사례를 재편집했다. 모두 30명의 사례가 분야별로 등장한다. 연변냉면과 양꼬치 등 음식으로 승부를 건 이림빈, 김성학, 이동국, 김숙자, 김명화, 엄은하, 정춘실, 장정수, 조경숙, 이정률, 전순금을 비롯해 MBC ‘위대한 탄생’으로 스타덤에 오른 백청강과 김월녀, 이홍관 등 음악인, 예동균, 강광문, 이해응, 박우, 문민, 김도 등 학자 및 연구원그룹, 이영한, 김용선 등 성공한 언론인도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는 장례지도사로 상조회사 대표인 이동욱, 부동산마케팅으로 성공한 현춘순, 무역을 통해 부를 일군 조인희, 조선족의 현지화에 앞장서는 안순화, 곽용호, 박광현 등도 있다.

이 책은 조선족들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와 편견을 상당부분 교정해 줄 것이 틀림없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업종에서 육체노동자로만 찍혀오던 조선족은 명문대 교수, 공무원, 기업가, 연예인, 사회활동가 등으로 활약하면서 한국사회의 지위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한정일 후기)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조선족 출신 강광문씨는 “오늘날 중국 일본 한국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민족은 유일하게 조선족”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하나 빠뜨린 게 있다. 조선족은 북한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한반도의 미래에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드문 집단이다. 재한조선족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그동안 상당부분 왜곡된 것이었음을 이 책은 웅변하고 있다.

이상기 기자 winwin0625@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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