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조선족, 그들은 누구인가’를 읽다보면···
필자가 처음 조선족을 만난 것은 1991년 7월 초 웨이하이(威海, 이하 위해)에서였다. 한중 수교 이전, 조부모 세대의 고향을 찾아, 친지 초청으로 한국을 찾는 조선족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인천~위해를 운항하는 위동항운 편으로 동북3성에서 짧게는 보름, 길게는 몇 달 걸려 양손과 머리와 등에 선물 보따리를 이고 지고 인천항에 내리지만 낯설기만 한 조국. 인천세관원의 지시에 따라 보따리를 펼치다 참깨가 쏟아져 어쩔 줄 몰라 하던 50대 아주머니의 당혹해 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 거주?조선족 50만명 시대. 조선족 그들의 속내와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은 이제 한국사회에선 상식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마침 연합뉴스 국제국 곽승지 영문북한팀장이 펴낸 <조선족, 그들은 누구인가>(인간사랑, 031-901-8144)는 조선족 이해에 적절한 길라잡이가 될 것 같다. 저자는 북한전문 통신사인 ‘내외통신사’에 1985년 입사해 북한문제에 천착해오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북한과 남북문제를 넘어 한민족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에 발동을 걸게 됐다고 한다. 저자는 2002년 동북3성 취재에 처음 나선 이후 2004년 내내 1년간 연변과학기술대에서 연수하며 조선족 사회를 속속들이 들여다 봤다.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현실진단과 가치평가>(2008)의 속편 격인 이 책이 갖는 장점은 조선족 관련 ‘주요일지’와 ‘논문’ ‘단행본’ 목록을 세세히 밝혀놓은 점이다. <조선족, 그들은 누구인가>는 제1부 해방전후 중국 동북지역과 조선인, 제2부 해방후 동북아 질서재편과 조선인, 제3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과 조선족으로서의 삶으로 나누어 조선족 역사와 문화를 파헤치고 있다.
저자인 곽승지 기자는 필자의 다음과 같은 생각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족이 누구인가? 19세기 말 조선조 말기에서 20세기 초 일제 강점기 생활고에 시달려 삶의 터전을 찾거나 독립운동을 위해 수천리 이국땅에 뿌리내린 사람들. 국적은 중화인민공화국이지만, 한민족의 DNA를 가진,?어느 인류보다 강인하고 뛰어난 머리를 지닌 그런 사람들.”
책은 ‘중국 정착과정에서의 슬픈 역사’를 부제로 달고 있지만, 이를 딛고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중동지역에서까지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조선족을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약간 학술적이긴 하나 많은 도움을 줄?것이다. <글=이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