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박근혜 당선인께 강추합니다 ‘건강불평등 보고서’
죽음과 불평등은 어떻게 맞물리는가? ‘가난한 이들은 쉽게 아팠고, 쉽게 다쳤고, 쉽게 죽었다’는 부제를 단 <대한민국 건강불평등 보고서>(김기태 지음, 나눔의 집, 2012년)의 추천사를 쓴 신영전 한양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시민, 연구자, 활동가, 청년학생들의 교과서가 되고 마침내 새 세상을 여는 불온서적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으로 현재 영국 버밍엄대에서 사회정책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기태 기자는 한 달 이상 성가복지병원에서 호스피스로 자원봉사하며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꼼꼼히 관찰하고 ‘본 그대로’ 기록했다. 거기에다 자료와 영국교수 인터뷰 등을 통해 연구와 고심을 거듭하며 책을 완성시켰다.
추천사만 얼핏 봐도 이 책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상식으로는 건강불평등이라는 불의와 싸울 수 없다. 그람시의 말을 따르자면 상식이 아니라 양식(good sense)이 필요하리라. 김기태 기자가 온몸으로 관찰한 불평등의 생생한 현실은 비틀어진 상식이 아니라 양식으로, 그것도 열정 있는 양식으로 인도할 것으로 믿는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한국건강형평성학회 초대회장)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이에게 ‘삶과 죽음’이란 모든 글의 근저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며, 그것은 시인 소설가뿐 아니라 기자에게도 마찬가지일 터. 그 익숙하면서도 낯선 주제를 치밀하게 추적한 이 책은 문학과 사회과학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우리사회의 아픈 현실을 아프게 기록하고 있다.” (박용현 한겨레 사회부장)
“지난 2010년 10월 김기태 기자가 한 달 동안 병원에서 자원봉사로 일하면서 취재를 하고 싶다고 제안해왔습니다. 혹시 환자들을 피상적으로만 보지 않을까, 언론사의 관점으로만 기사를 쓰지 않을까, 병원 환자들에게 불편만 끼치는 것은 아닐까 병원식구들도 모두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기사가 나왔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사실을 본 그대로 기록했습니다. 왜곡하지 않았고요.” (홍비앙카 성가복지병원 원장)
“저와 제 동료들은 2010년 초겨울 어느 날 김기태 기자와 같이 지냈습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이러한 언론인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큰 놀라움이었습니다. 특히 뜨거운 마음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 공부하며 희망이 없을 정도로 여겨지는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가감 없이 돌파해 나가고 있는 기자와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우리 팀원 모두는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국종 아주대의과대 부교수)
저자가 이 책에서 분노하며 아파하는 이유는 이렇다.
“어릴 적 가난의 그림자는 시간의 문지방을 넘어 노년기에까지 길게 드리워졌다. 암도 가난을 차별했다. 응급실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문턱이 있었다. 그 앞에서 가난한 이들은 때로 주저앉고 외면당했다. 질병들도 학력과 소득에 따라 낮은 곳으로 임했다. 각자의 사회 경제적 위치는 그 사람이 다쳐서 사망에 이르는 확률도 바꿔놓았다. 어른들의 건강에 금이 간 사회에서 아이들의 사망도 잦았다. 가난한 이들은 보이지 않는 건강불평등의 장벽에 매일 부딪히고 있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선거과정 내내 민생과 경제민주화, 복지를 꼭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새 정부의 사회복지정책 담당자들은 아무리 바빠도 ‘빨간불 켜진 구급차 시스템’(140쪽), ‘한국판 블랙리포트를 살리자’(220쪽), ‘평등해야 부자도 오래 산다’(226쪽), 이들 세 장만이라도 꼭 읽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