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오헨리 ‘순경과 찬송가’···뉴욕 노숙자의 겨울나기

오헨리의 ‘인생역설’ 소설,? 함씨의?’역전불가’ 인생?

오헨리 단편집

때론 심금을 울리고, 때론 전혀 예상 밖 반전으로 한국에도 많은 독자들을 갖고 있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제목이다. 원제는 <The Cop and Anthem>. 이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기사가 21일 인터넷에 떴다. 우선 기사부터 보자.

<교도소에 가기 위해 지하철 열차에 방화를 시도한 노숙자가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21일 지하철 열차 안에 불을 지르려고 한 혐의로 함모(66)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함씨는 경찰에서 “날씨가 추워지면서 노숙 생활보다 교도소가 나을 것 같아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함씨는 지난 19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과 한성대입구역에서 방화를 시도한 혐의다. 함씨는 삼각지역에서 종이컵에 휴지를 넣고 불을 붙여 역에 서 있는 전철 안으로 던져넣으려 했으나 스크린도어가 닫혀 실패했고, 한성대입구역에서 같은 방법으로 붙을 붙여 노약자석에 놓아 불을 붙였으나 순찰 중이던 공익요원이 발견해 끈 것으로 알려졌다. 15년 전 부인과 이혼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살던 함씨는 절도 혐의로 4개월간 복역한 뒤 지난 2009년 2월 출소해 노숙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함씨는 1995년에도 폭력과 강간미수로 1년 6개월, 1997년 야간주거침입과 절도혐의로 8개월 등을 복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관계자는 “함씨가 ‘내 신세가 처량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1일자 인터넷판)

20세기초 뉴욕과 21세기 서울의 두 사람, 소피와 함씨를 통해본 세상은 얼마나 살만한가? <순경과 찬송가> 속으로 들어가본다.

주인공 소피는 늘 가던 매디슨스퀘어 공원의 벤치 위에서 벌벌 떨고 있다. 낙엽이 떨어지고 기러기가 이동하는 걸 보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추위를 피할 궁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피는 지중해 항해는 언감생심. 대신 섬(뉴욕형무소)에서 석달 동안 지내는 것이 소망이다. 북풍이나 순경에게 피해 끼칠 걱정 할 것 없이 음식과 침대와 친구까지 보장해주는 형무소생활로 그는 족하였던 것이다.

소피에겐 지난 몇해 동안 손님대접이 좋아진 블랙웰의 섬, 즉 형무소가 겨울숙소로 되어 있었다. 지금 때가 온 것이다. 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시에서 제공하는 시설을 경멸하고 있었다. 자선사업의 혜택을 받을 적마다 그는 굽실거리는 게 싫었다. 소피는 일단 섬(감옥)에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방법을 찾아나선다. 제일 통쾌한 방법은 고급레스토랑에서 값진 식사를 마치고 한푼도 없다고 잡아떼면 두말 없이 경찰에 넘겨지고, 치안판사가 적당히 일을 처리해 주니까.

소피는 공원벤치에서 일어나 드디어 작전개시. 브로드웨이의 호화찬란한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낡아빠진 바지와 헤진 구두를 발견한 웨이터는 그를 한길로 끌어냈다. 1차 시도 실패.

다음 시도는 상점진열장 유리를 깨는 게 목표. 돌멩이를 하나 냅다 던졌다. 그러자 순경이 달려왔다. 소피는 두 손을 포켓에 찔러 넣고 순경이 잡아가기만 기다린다. 아뿔사, 그 순간 웬 사나이가 전차를 타려고 저만치 달려가려는 것이 보였다. 순경은 곤봉을 뽑아들고 뒤쫓아갔다. 소피의 두 번째 실패.

우리의 주인공은 호화롭지 않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스테이크며 빵, 케이크, 파이 할 것 없이 맘껏 포식했다. 그리고 종업원에게 순경을 불러오라고 말한다. “당신같은 꼰대에게 순경이 무슨 필요!” 종업원은 경찰신고 대신 주먹을 날린다. 얼굴이 얼얼하다.

5블록쯤 걸어갔을까. 말쑥한 옷차림의 젊은 여자가 쇼윈도우 앞에서 상점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바로 건너에 험상궂은 키다리 순경이 보였다. 이런 찬스가! 소피는 추잡한 난봉꾼 노릇으로 저 아늑한 섬에서 석달을 보낸다,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그는 용기가 솟았다.

그는 젊은 여인에게 바짝 다가섰다. 헛기침을 하고 난봉꾼의 추잡한 시늉을 해보였다. 곁눈길을 하니 순경은 이쪽을 빤히 노려보고 있다. 그런데 젊은 여인은 두어 걸음 물러설 뿐 쇼윈도 안을 바라보고 있다. 대담해진 소피, 여인 곁으로 다가가 “베델리아! 우리 집에 같이 놀러가지 그래.” 봉변당한 여인이 순경에게 신호만 하여도 소피는 섬으로 갈 수 있으련만, 젊은 여인은 획 돌아서서 손을 내밀며 소피 옷소매를 잡았다.

“어머나. 마이크! 맥주 한잔 내신다면 가지요. 전 벌써 말을 건네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저기 순경이 지켜보고 서있지 않아요.” 길거리 여자였던 것이다.

세상만사 맘대로 안 된다. 어느새 밤 어스름. 그는 ‘질서방해 행위’라는 손쉬운 수단을 써보기로 작정하였다. 그는 한길 한복판에서 주정뱅이처럼 횡설수설 외치기 시작하였다. 이제 순경의 처분만 기다리는 소피. 그러나 순경은 “예일대생들이 하트포드대학에 이겼다고 저렇게 축하소동을 벌이고 있는 거랍니다. 저는 그냥 내버려 두라는 지시를 받고 있어요”라며 외면한다.

소피는 드디어 기진맥진한 채 ‘무익한’ 소동을 중지한다. 형무소는 그림의 떡과 같은 이상향이란 말인가? 이때다. 담배가게 앞에서 말쑥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명주우산을 문 어귀에 세워 둔 채 들어간다. 소피는 얼른 우산을 집어들고 걸어갔다. 그 남자는 부리나케 쫓아왔다. 순경도 도착. 그런데 우산 임자가 말한다. “실수란 흔히 있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것이 당신의 우산이라면 미안하게 되었어요. 실은 오늘 아침 식당에서 주운 건데….”

소피는 매디슨스퀘어 쪽을 바라보며 집을 향해 발길을 돌리는데 허탈하기만 하다.

그는 조용한 길모퉁이 주춤하고 발길을 멈췄다. 낡은 교회 앞. 부드러운 빛이 흐르고, 그윽한 멜로디가 들린다. 그에게도 찬송가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무렵에는 어머니가 계셨다. 장미꽃도, 희망도, 친구도….

그는 어느새 자기가 빠져 들어간 타락한 과거를 돌아보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욕망, 시들어버린 희망, 닳아빠진 재능, 비열한 동기 등. 그러자 그의 마음은 새로운 기분에 물들어 갔다.

‘내일은 일자리를 찾아야겠다. 나도 어엿한 인간이 될 수 있을 테지. 그리고….’

그때였다. 자기 팔에 누군가 손을 얹는 것을 느꼈다. 휙 돌아보니 순경의 커다란 얼굴이 보였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별로….” “그럼 이리 따라와!”

이튿날 경범재판소. 치안판사는 소피에게 ‘금고 4개월에 처함’ 명령을 내린다.

유난히 추울 것이라는 올 겨울 함씨의 따스한 겨울나기를 기원한다.

<마지막 잎새> <20년 후> 등 오 헨리의 단편들은?원문도 쉬운 편이다. 영어공부 겸 정초 몇 편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