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칼럼] 국민의힘 총선 패배 원인과 대선 대비 전략
우파는 국민의 입에 뭔가를 넣어주어야 성공하는 정당인 반면 좌파는 귀에 뭔가를 넣어주어야 성공하는 정당이다. 영국 보수당은 매력도 없고 인기도 없지만 20세기 100년간 68년을 집권했으며 21세기에도 24년 동안 초반 10년 제외하고 14년 집권 중이다. 좌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경영 능력을 평가받고 시대변화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파는 케익의 본체를 잘 만들고 좌파는 데코레이션을 잘 만든다. 우파는 역사와 전통에 기반하여 현실을 파는 반면 좌파는 미래의 무지개 같은 꿈을 판다. 우파는 미래를 말해야 할 때도 손에 잡히는 미래를 말해야 한다. 우파는 일을 잘해야 성공하고 좌파는 선전 선동을 잘해야 살아남는다. 우파가 케익의 본체를 잘 만들려는 노력 대신 좌파를 흉내 내어 데코레이션에 더 신경 쓴다면 좌파의 아류가 되어 성공하기 힘들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실패한 원인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첫째, 정부 여당이 국민의 입에 뭔가를 넣어주는 데 성공하지 못한 점, 즉 민생경제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지 못한 점이다. 이는 갤럽 정기 여론조사에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어려움과 이전 정권에서 물려받은 어려운 환경 탓도 있지만, 국민은 과거 정권이 아닌 현 정권을 심판 대상으로 삼는다.
둘째, 총선 전략에서 민생경제(대파, 사과값으로 대변된 물가 포함) 비전 대신 좌파의 정권심판을 흉내 낸 운동권청산, 이·조 심판을 내세운 전략 실패를 들 수 있다. 이런 아류 전략은 되레 야당의 심판 구호를 강화시켜준 측면이 있다. 이 외 호주 대사니 회칼테러 발언이니 의정갈등이니 하는 것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좌파는 준수한 외모와 달콤한 언어를 구사하는 연애 상대인 반면 우파는 매력은 없지만 생활력이 강한 결혼 상대이다. 정부 여당이 총선 패배를 딛고 차기 대선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형적 우파 전략, 즉 먹고사니즘을 중심에 세운 바탕에 좌파 전략(매력 가꾸기)을 가미해야 할 것이다. 정권과 집권당 쇄신은 국민에게 밉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한 ‘기본 화장’이란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