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의 시선] 잠시의 감상 떨쳐내고 독한 맘으로

“그래, 지난날이 무슨 소용이랴. 과거를 닫고 미래를 열어야겠다.”

“結束過去 開闢未來(결속과거 개벽미래)!”

등소평이 ‘과거를 닫고 미래를 열자’는 뜻으로 내걸었던 이 문구를 요즘 실천하고 있다.

지난 주 이사를 계기로 내 生의 역사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보관해오던 수십년 전 학창시절의 리포트에서부터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들, 개인적 에세이와 메모까지 모두 처분하니 말 그대로 시원섭섭한 기분이다.

기록 DNA를 가진 나는 편지 한장까지 먹지에 대고 써서 간직하는 버릇이 있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고1 때 문학소년이었던 친구의 편지를 버리기 전에 읽어보니 50년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다. 고2 때부터 어찌 된 연유인지 만난 적도, 소식을 들은 적도 없이 연락이 끊긴 친구는 지금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변했을까?

만일 지금 당장 만난다면 무슨 말부터 하게 될까? 아마도 무척 어색하겠지?

잠시의 감상(感傷)을 떨쳐내고 다시금 독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래, 지난날이 무슨 소용이랴. 과거를 닫고 미래를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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