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필 칼럼] 만일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1953년 8월 8일 아침 경무대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변영태 외무부 장관(왼쪽)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오른쪽)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자축하는 큼직한 현수막이 관악구청사에 나붙었다. 한미동맹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동맹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한미동맹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라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전쟁 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미국에 맞서 쟁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초강수를 동원했고, 이런 창의적 전술이 먹혀든 결과가 한미동맹이다.

만일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대륙의 새끼손가락과 같은 한반도는 대륙의 공산주의권에 편입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우선 휴전협정을 맺어 유엔군을 철수시킨 연후에 적절한 기회를 틈타 한반도 공산화를 이루려는 국제공산세력의 저의를 이승만이 간파해 미국에 죽기살기로 매달려 동맹을 얻어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게 한국은 귀찮은 천덕꾸러기에 불과했다. 소련과 중공이라는 거대 공산세력의 태평양 진출 방어는 불침항모 일본을 방파제 삼으면 된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었다.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안보와 경제라는 생존 문제를 해결해주는 최소한의 조건을 제공해왔다. 동맹을 한사코 회피하다 마지못해 체결한 미국에게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유컨대 안 낳으려다 낳은 자식이 효자 노릇 톡톡히 하는 격이다.

흔히 간과하기 쉬운 부분인데, 한미동맹은 공산세력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타국의 침략에 공동대처한다는 것은 다른 나라, 예컨대 일본 또는 어떤 제3국으로부터의 침략도 공동대처함을 의미한다. 이 또한 의미가 작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이승만은 동맹 체결 뒤 미국의 특사에게 “우리의 후손들이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이 조약으로 인해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며, 이 조약은 앞으로 우리를 번영케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대로 적중했다. 이승만을 아무리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라 하더라고 한미동맹만은 그의 혜안과 뚝심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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