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나토 가입, ‘굴욕상징’ 러시아 황제 동상 사라질까?
75년간 중립국으로 지내온 핀란드가 던진 승부수
핀란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행복지수 세계 1위’, ‘교육의 천국’으로 알려진 나라다. 광활한 자작나무 숲속의 수많은 호수들, 호숫가 개인 별장과 부속 사우나, 그리고 자일리톨 껌을 생각케 한다. 요약하면 살고 싶은 나라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영화 <카모메 식당>의 무대인 것을 보면 일본인에게도 동경의 나라인 모양이다.
한국에는 특히 핀란드식 교육 열풍이 분 지 오래다. 몇 해 전 평생학습도시 협의회 소속의 시장·군수·구청장들과 핀란드에 갔다 호텔에서 나의 지인이 낀 한국의 중·고등학교 교장단과 마주쳤는데, 한국에서 오는 이런 방문단이 끊이지 않는다고 호텔측은 설명했다. 어린 자녀를 이 나라에 유학시키는 부모도 꽤 있다. 전도연과 공유 주연의 영화 <남과 여>는 이런 부모끼리 이역만리 핀란드에서 만나 사랑인지, 불륜인지를 벌이는 이야기다.
먼저 핀란드의 그림자를 살펴보자. 핀란드는 지정학적으로 스웨덴과 러시아 두 강대국 사이에서 약소국의 비애를 톡톡히 맛보아 온 나라이다. 오죽하면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국제정치학 용어까지 생겨났을까. 강대국에 의해 주권을 제약받고 사는 것을 숙명으로 여겨 저항 대신 순응하는 외교정책을 말한다.
수도의 랜드마크인 헬싱키대성당 앞 광장에 당당한 모습의 영웅 동상이 서 있기에 누구냐고 물어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이 나라 영웅이 아니라 식민 종주국이었던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동상이었다.
핀란드화의 굴욕적 실상을 웅변해주는 이 동상의 철거 논의가 한때 있었지만 러시아 눈치를 보느라 존치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네거리에 일왕 동상이 있는 격이니 어찌 이 나라를 부러워만 할 수 있겠는가.
핀란드가 2차세계대전의 패전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러시아에 얼마나 당하고 살았으면 “러시아에 빼앗긴 땅 찾아줄게”라고 유혹하는 독일 편에 섰다가 소리 소문 없이 패전국의 멍에를 썼을까.
오늘날 EU 회원국이지만 무려 1340km나 국경을 맞댄 러시아가 두려워 1948년 소련과 우호협정을 맺고 74년간 중립국으로 지내오다 지난해 5월 중립국 노선을 포기하고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아니 러시아가 정신없는 틈을 노려 그후 1년 가까이 흐른 지난 4월 4일, 31번째 회원국으로 NATO 가입 승부수를 던졌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이겨내고 당당한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일원으로 서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굴욕의 상징인 러시아 황제의 동상도 끌어내려질지 자못 궁금증과 함께 작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