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이지문 중위의 ‘추첨민주주의 이론과 실제’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군인들은 절대다수가 여당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60만 군인표의 99%는 자동적으로 기호1번에게 돌아갔다.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후보 예외 없이.

1992년 3월22일 한국선거사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온 사건이 발생한다. 현역 중위가 얼마전 부대에서 자행된 당시 제14대 국회의원선거 군 부재자투표부정에 대해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이지문(당시 25살)씨가 장본인이다. 이 사건으로 그해 말 실시된 14대 대통령선거부터 군인들도 영외에서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관련 법 개정은 우리 사회에서 공익제보가 확산되는 단초가 됐다. 그는 현재 ‘공익제보자와 함께 하는 모임’을 이끌고 있다. 특히 연세대국가관리연구원에서 전문연구원으로 일하며 추첨에 기반을 둔 시민참여제도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공익의 호루라기, 내부고발>, <내부공익신고백서> <21세기 한국행정과 정책의 주요과제>(공저)를 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이 대학 정책대학원에서 ‘공직사회 내 내부고발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관한 조사연구’로 행정학 석사학위(1999년)를 받은 그는 2011년 8월 연세대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고양을 위한 추첨제 도입 방안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지문씨가 최근 낸 <추첨민주주의 이론과 실제>는 추첨민주주의를 본격 연구한 국내 첫 이론서로 꼽힐 것이다. 추첨제는 민주주의의 원형이라 불리는 아테네에서 발현되었다. 아테네가 직접민주주의였던 것은 시민들이 민회에 모여 결정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행정, 입법, 사법의 전 분야에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추첨으로 공직을 충원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 책은 추첨민주주의에 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한 국내 연구 현실 속에서 4년여 연구 끝에 내놓은 성과다.?추첨제는 대의민주주의의 객체, 선거의 구경꾼으로 전락한 보통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참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무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추첨제’ ‘추첨제에 관한 이론적 고찰’ ‘추첨제의 역사적 기원 및 논의’ ‘현대 추첨제 유사 사례’ ‘민주주의의 질적 고양과 추첨제 상관관계’ ‘한국 정치에서의 추첨제 도입 방안 논의’ 등을 다루고 있다.

이상기 기자 winwin0625@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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