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관악구청장 유종필처럼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은 기자출신 정치인이면서도, 그들의 삶의 방식과는 상당히 다르다. 1988년 초 <한겨레신문> 창간 때 <한국일보>에서 경력기자로 옮긴 그는 고질적인 관행과 주도권 다툼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결과는 자진 사표 제출, 그는 한마디로 정의감 있는 기자였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만들기’ 일등공신 중의 한 사람이었으면서도, 임기 내내 변변한 자리를 얻지 못한 것은 ‘잘못된 것을 보면, 지위고하 친소관계를 떠나 직언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2010년 만 53세 나이에야 뒤늦게 관악구청장에 처음 당선된 것도 그의 올곧은 성격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면일 뿐이다. 유종필처럼 유머감각이 뛰어난 정치인이나 기자도 좀처럼 없다. 그는 한겨레신문 재직 때 정치 풍자 대본을 쓰고, 주병진 토크쇼에서 정치 유머를 날리기도 했다. 최근 펴낸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2013년 8월20일, 메디치미디어)는 인생과 세상을 바꿀 엉뚱한 제안들이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 색깔대로 살아라” “누구나 갖고 있는 식상한 생각, 상투적인 생각과 결별하라” “이 사회가 강요하는 천편일률적인 붕어빵 같은 삶을 거부하라”고 선언한다. 에필로그 제목 역시 그답다. ‘누구의 인생이든 모두 신의 손가락이 쓴 동화이다.’ 그는 인생을 야구에 비유하며 30대는 3회, 40대는 4회라고 한다. 3회까지 득점 못 올렸다고 실망할 필요 없고, 4회에 앞선다고 게임에서 이겼다고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누구나 자기 인생 야구의 감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 즐겁지 않으면 무효”라고 한다. “날마다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이다.
몇 대목을 소개한다. “아프리카TV를 운영하는 나우누리 문용식 대표는 한직을 잘 활용하여 성과를 낸 사람이다. 그는 허울뿐인 자리에 배치되거나, 강등 등 4번이나 퇴사 명령을 받았다. 그가 해온 업무와 큰 상관없는 고객지원실장으로 발령냈지만,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는 단순업무를 넘어 가입자 백만시대를 넘어 급기야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31쪽)
“스타강사 김미경은 “나는 갑자기 뜬 사람이 아니다. 하루에 0.1mm씩 성장한 사람이다.”(35쪽)
“지금은 노하우(know how)를 넘어 노후(know who)의 시대다. 혼자 모든 것을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대신 그것을 잘 하는 사람이 누군지 파악해서 필요에 따라 활용하면 된다. 빠른 속도로 벤치마킹하는 것이 이 시대의 창의성이다.”(41쪽)
“‘상상력이 없는 사람은 망원경 없는 천문대와 같다.’ 정호성 시인의 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즉시 명함 만들기를 권한다. 직장인이나 명함이 필요하지 대학생이 무슨 명함이 필요하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 고정관념부터 깨자. 얼마나 적극적이고 당당한가. 자신의 좌우명이나 모토를 적으면 금상첨화다.”(46쪽)
“첫인상이 형성되는데 30초 걸리고, 그것을 수정하는 데는 4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47.7%가 눈에 의해 이미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김건모의 노래 ‘첫인상’에 나오는 눈빛을 보면 날 알 수 있어, 라는 가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49쪽)
“인생살이는 얼마나 충실한 내용을 갖느냐가 중요하지만, 자신을 얼마나 잘 파느냐도 중요하다. 홍보와 이미지 전략에 따라 첫인상이 결정된다.”(52쪽)
“에베레스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스텝 바이 스텝이 있을 뿐이다. 인생길도 결혼생활도 마찬가지이다.”(99쪽)
“나는 오래 전부터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아이들 신발 정리를 꼭 해주는데, 올바른 길을 가라는 뜻에서다.”(111쪽)
“고교입학부터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는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신문과 잡지를 챙겨 읽는 것이다. 잡지는 언제나 아이디어의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124쪽)
“내가 국내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정당대변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지식의 힘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 사회를 볼 때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주한 외교 사절들을 위해 5개 국어로 환영사를 해 갈채를 받은 적도 있다. 지식에는 비약이 없다.”(139쪽)
“기자들과 반주를 곁들인 저녁자리에서 한 기자가 물었다. ‘나중에 천당과 지옥 중 어디에 갈 것 같아요?’ 내가 대답했다. ‘나는 지옥으로 가고 싶어요. 왜냐하면 기자 여러분을 또 만나고 싶으니까.’ 일제히 폭소가 터졌다. 유머는 정치판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169쪽)
“옛날 고을 사또가 용하다고 소문난 점쟁이를 천기 누설죄로 죽이기로 작정하고 직접 신문을 했다. ‘네 이놈, 네가 그토록 용하다는데, 죽을 날짜를 알아 맞춰보아라’ 점쟁이가 말했다. ‘저는 사또님보다 하루 먼저 죽습니다’”(179쪽)
“사람을 만나 이야기 할 때 내가 말한 내용 가운데도 쓸 만한 것은 그때그때 적어둔다. 대화 중에 좋은 아이디어가 은근히 많다. 밥 먹다가도 화장실에서도, 자다가도 메모를 한다.”(180쪽)
“혼자 가면 여행이고, 둘이 가면 관광, 셋이 가면 수학여행이란 말이 있다. 홀로 가는 여행은 자신과 더 깊이 만날 수 있어 좋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갈 수 있어서 좋다. 무슨 일이든 파트너가 중요하다.”(213쪽)
“사무실을 오갈 때 계단을 이용하는데, 5층 사무실까지 16m? 높이니까 하루 2번이면 32m, 한달 20일이면 640m, 1년이면 7680m를 걷는 셈이다. 한달이면 관악산(629m), 1년이면 에베레스트산을 한번 오르는 셈이다. 가끔 귀가 할 때 아파트 20층까지 계단을 오르기도 한다.”(221쪽)
“리더는 군기단장보다는 응원단장형이 바람직하다. 다그치고 조이면 잠깐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창의성과 자발성을 억누르게 된다. 조직구성원의 사기를 북돋우고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리더는 때로 종합엔터테이너가 되어야한다.”(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