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교단 30년, 생사고비 5번이 남긴 ‘지혜를 찾는 교육’

김창수 전 지혜학교 교장.

야학 선생에서 시작하여 일반학교 교사, 그리고 대안학교 교장, 대안대학의 교수 등 30년 이상 다양한 교육경험과 시도를 해온 김창수(55) 전 지혜학교 교장 선생님이 자신의 인생관과 철학을 담은 책을 냈다. <지혜를 찾는 교육>(도서출판 ‘현자의 마을’, 2013년 10월20일 초판발행)이 그것이다. 이 책은 그가 아이들 교육에 열정을 쏟으며 얻은 병으로 간이식, 심장판막수술, 뇌수술 등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틈틈이 기록한 현장기록이다.

그는 2012년 7월, 둘째 아들(인우·23·연세대 철학과 3년) 간을 이식받았다. 아들은 좋아하던 술 담배도 1달 이상 끊고 간이식을 준바해왔다고 한다. 애초?30년 전 전남 장성 삼동고등공민학교(중학교 과정)에서 처음 만난 제자 김영남(44)씨가 자신의 간을 내준다고 했으나 적합성 검사에서 아들이 더 좋다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김창수 교장은 “다른 사람에게 누 끼치지 않고, 엉망으로 망가진 몸 상태 그대로 죽으려 했으나 제자 영남이가 자신의 간을 줄 테니 이식 수술을 받으라고 권유해 아들의 간이 이식수술에 가장 적합하다는 의사 말씀에 따라 수술을 받고 살아났다”고 했다.

제자 영남씨가 지난해 어버이날 저자 김창수 전 교장에게?편지를 보내왔다.
“선생님! 선생님이라 부르면 예전엔 바람이 스쳐가듯 가슴이 설레었지요. 언제나 제게 평생 큰 산이 되어 삶의 지표가 되어 주셨기에 가끔씩 바라만 봐도 샘이 그 자리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했어요. 갑자기 아산병원에 입원하시면서 몇 차례의 대수술을 하시고 투병중인 샘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봤기에 얼마나 잘 버텨주시는지 잘 봐 왔지요.

늘 기도하기를 제 건강의 절반을 샘께 돌려달라고 했어요. 남은 절반으로 제 삶의 몫을 책임져야 할 것 같아서요. 하지만 계속되는 샘의 투병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제 남은 삶의 모든 것을 바칠 터이니 샘의 몫으로 샘을 지켜주세요! 제 개인보다는 샘이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잖아요. 샘이 계셔 만들어주신 아름다운 이 세상. 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2013년 5월8일 영남 드림”

30년 전 고등공민학교 남녀 제자 10여명이 당번을 정해 매일 찾아와 옛 스승을 돌봤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지혜를 찾는 교육>에서 교육의 최고 목표는 아이들의 지혜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교육의 3주체 즉 교사, 학생, 학부모가 갖춰야 할 덕목을 아래와 같이 들고 있다.

그는 “교사의 제일 덕목은 뛰어난 품성”이라며 “교사의 긍정적 기운은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는다”고 한다. 학생에게 중요한 덕목은 진정성과 개방성, 자아 존중감과 의지력이라고?한다. 학부모의 덕목은 무엇일까? 긍정적 기운, 반성적 태도와 개방성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그래야 학생 교육과 학교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가 책에서 밝힌 ‘경계해야 할 교사의 기질’은 매우 흥미롭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나 대책 없는 비관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으로 신뢰를 얻기 어려우며 학교에 손해를 끼치고, 대책 없는 비관주의는 학교 내에 불안을 조성하고 학교 일에 방해가 된다. 주관적 경향이 강하고 폐쇄적이며 기운이 부정적인 교사는 학교나 학생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그는 경험을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직접 경험한 사례를 통해 책의 생동감을 더해준다. “1983년부터 1985년까지 장성읍에 소재한 고등공민학교(중학교과정)에 근무한 적이 있다. 부임하자마자 2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우리반 아이 중 자폐아가 한 명 있었다.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누가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그 아이가 3학년 여름 즈음에 웃기도 하고 어쩌다 말도 하고 고개도 드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다른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 경험을 하면서 또래 집단이 갖는 치유능력을 믿게 되었고 그 후로도 학교에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였다. 또래 집단은 전문가 집단보다 더 뛰어난 치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문가는 지식으로 아이를 상담하고 치료하지만, 아이들은 계산 없이 진정성을 가지고 친구들을 만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역동성 때문에 놀라운 치유 능력을 발휘한다.”(71쪽)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중앙고등학교(서울)에서 ‘세계사’를 가르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대안학교인 무주의 푸른꿈고등학교’ 설립추진위원장으로 새로운 학교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었고, 한신대학교 대학원에서 신학논문을 쓰고 있었다. 교사, 새학교 설립추진위원장, 졸업논문 등 3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면서 교사로서는 수업이나 겨우 감당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서도 ‘내 수업 시간에 잠자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었다. 당시에는 적어도 내 과목만은 재미있게 그리고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고 노력도 많이 하였다.(중략)

아이들이 졸면 뒤의 친구들이 앞의 친구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게 하거나, 모두 일어서서 기지개를 켜게 하거나, 세수를 하고 오게 하거나(이 방법을 아이들이 가장 좋아 하는데 그 이유는 화장실에 가서 담배를 한 대 피고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졸면 팔굽혀펴기를 시키면서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그 와중에서도 줄기차게 졸거나 엎드려 있는 녀석이 있으면, 그때는 아이를 두들겨 패기도 하였다.

1997년, 2학년 세계사 시간에 한 달이 넘게 줄기차게 엎드려 있는 학생이 하나 있어서 여러 방법으로 아이가 졸지 않도록 시도를 하였는데, 그때뿐이고, 다음 수업 시간이면 어김없이 그 아이는 엎드려 있었다. 화가 난 나는 아이를 교탁 쪽으로 불러 뺨을 한 대 치면서 나무랐다. 그런데 그다음 시간에도 그 아이는 또 엎드려 있었고, 화가 난 나는 아이를 앞으로 불러 다시 뺨을 치려 하자 아이가 피하면서 내게 주먹을 휘두르면서 욕설을 하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이없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아이들 앞에서 그야말로 ‘쪽팔리는’ 경험을 한 것이다. 그래도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수업은 하였지만, 수업시간 내내 화가 부글부글 끓었고, 아이들도 긴장된 상태로 수업을 마쳤다.(중략)

이 고민 저 고민 하다가 그 아이가 소속된 반 반장을 불러다가 그 아이의 동정을 물어보았다. 반장 말이 그 아이 부모님들이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아이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져 있고 다른 수업 시간에도 아이가 엎드려 있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대안학교를 만들고 있는 내가 아이에게 무엇 때문에 엎드려 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고 그저 내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해 성질을 부린 것이 부끄러웠다.“(115~117쪽)

그의 교사상은 무척 숭고하고 엄숙하다. 수행자로서 교육 전문성과 교육자적 자질을 갖추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일상에서 깨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교사는 경제적으로는 청빈한 삶을, 사회적으로는 자유로운 관계를, 정신적으로는 무욕의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며 “선생의 궁극적 관심은 해방과 자유함에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그는 “학자로서, 수행자로서 완숙해질수록 선생은 학생들에게 지혜와 사랑으로 드러날 것”이라며 “열린 형태의 학문공동체, 교육공동체, 수행공동체를 형성하여 부지런히 자신을 갈고 닦게 된다”고 한다.

긍극적으로 “선생은 학문공동체, 교육공동체, 수행공동체를 통해 학생들에게 지혜의 빛을 투사해야 하며, 세상에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자질을 키워 ‘상구보리(진리를 알고) 하회중생(진리를 실천하는 일)’의 길을 혼자서라도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가 30년 이상?교사생활에서 얻은?깨달음은 이것이라고?했다.

무엇 때문이냐고 물어보는 교사!
어떤 질문도 가능한 학생!
어떤 폭력도 없는 학교!

한편 <지혜를 찾는 교육> 출판기념회가 24일 오후 7시 광주광역시 상무지구 KT 텔레캅 호남본부 3층 NGO센터와 26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