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이미도·이원복·김홍신이 권하는 이석연의 ‘여행, 인생을 유혹하다’
1980년대 초반, 육해공 정훈 장교들 사이에선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동시에 합격한 후, 군에 입대해 육군 정훈장교로 만 3년 간 전방 철책부대에서 군 복무를 한 이석연 이야기다. 그는 1994년 변호사로 개업하여 헌법소송 등 공익 관련 소송을 주로 맡았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와 제 28대 법제처장(2008년 3월~2010년 8월)을 지낸 이 변호사는 글 재주도 꽤 높다고 평가받는다.
작년 가을 낸 <책인생을 사로잡다>를 비롯해 <침묵하는 보수로는 나라 못 지킨다> <헌법 등대지기> 등 법률 전문서적과 수필집을 넘나드는 저작을 남기고 있다. <여행, 인생을 유혹하다>(2013년 7월17일 초판, 까만양)는 이석연의 ‘인문탐색 여행기’다. 이 책은 1994년 5월, 1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변호사를 시작하면서 1년에 적어도 2번, 온 가족이 열흘에서 보름 일정으로 세계를 누비기로 했던 이석연 여행의 현장 보고서다. 결혼 30주년을 맞은 그는 지난 5월 초, 20여일 일정으로 이집트와 이스탄불을 여행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간 자신이 직접 답사해 향기를 맡은 이탈리아, 스페인, 모로코, 스리랑카, 미얀마, 파나마, 코스타리카, 파나마, 노르웨이, 스페인, 벨기에, 독일, 프랑스, 미국에 대한 종횡무진 답사기다.
그 뿐 아니라 그는 바로 38선 너머 평양과 함흥, 북청 등? 좀처럼 세계 여행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북한 답사기도 함께 싣고 있다. 특히 자연 풍광과 풍물기에서 벗어나 이석연의 여행기는 인문학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다양한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가령 북유럽여행기 가운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271쪽). ‘한번 가면 어찌 다시 돌아오리-헤이그 이준열사 기념관에서’(261쪽) 등이 인상깊다.
미국무부 초청 30일간의 미국 탐방기는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의 정치’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곳에서 그는 미 의회, 미 연방최고재판소, 펜타곤, 미시간주립대 등 미국의 역사 및 정치사회 심장부를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2001년 겨울에 다녀온 일이니 만 12년이 휙 지났는데도 그의 정확한 기억은 마치 방금 본 듯한 것처럼 현장을 복원시켜 놓았다. 그의 꼼꼼하고 빈틈없는 메모 덕택이다.
<여행, 인생을 유혹하다>에 대해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는 ‘연륜과 인격, 해박한 역사지식과 깊은 사유가 어우러진 여행 명상록’, 김홍신 작가는 ‘삶의 연장선 상에서 나온 또 하나의 명품’, 김종훈 한미글로벌 대표이사는 ‘일과 삶의 균형을 갈망하는 CEO들에게 강력 추천한다’고 각각 평하고 권했다. 엄홍길 산악인은 ‘낭만과 모험의 세계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그의 삶의 결실’, 이미도? 외화번역가는 ‘무비 좋아하는 유목민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의 일독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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