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책산책] 몽골제국 칭기스칸 “흙수저라 포기하지 마라”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한국일보와 조선일보에서 30년 이상 기자생활을 한 김종래(66)씨는 한국의 대표적인 몽골과 칭기스칸 그리고 리더십 전문가다. 그가 2006년 펴낸 <칭기스칸의 리더십 혁명>(크레듀)은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아!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푸른 군대의 병사들아.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어려서는 이복형제와 자랐고, 커서는 사촌들의 시기에 두려워했다. 가난하다고 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내가 살던 마을에서는 시든 나무마다 시린내, 누린 나무마다 누린내가 났다. 나는 먹을 것을 위해 수많은 전쟁을 벌였다. 목숨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유일한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하지 마라.
나는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는 곳, 꼬리 말고는 채찍도 없는 곳에서 자랐다. 내가 세계를 정복하는데 동원한 몽골인은 병사로는 10만, 백성으로는 200만도 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누볐고, 그들을 위해 의리를 지켰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땡볕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날 양털 속에 하루 종일 숨어 땀을 비오듯 흘렸다.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고, 가슴에 화살을 맞고 꼬리가 빠져라 도망친 적도 있었다. 나는 전쟁을 할 때는 언제나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이겼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극도의 절망감과 공포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아는가? 나는 사랑하는 아내가 납치되었을 때도, 아내가 남의 자식을 낳았을 때도 눈을 감지 않았다. 숨죽이는 분노가 더 무섭다는 것을 적들은 알지 못했다.
군사 100명으로 적군 10000명을 마주칠 때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죽기 전에 먼저 죽는 사람을 경멸했다. 숨을 쉴 수 있는 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나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적은, 밖이 아닌 내 안에 존재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깡그리 쓸어 버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자 나는 칭기스칸이 되었다.”
김종래는 자신의 책상 위에 두 개의 사진을 놓고 있다. 몽골의 고비사막과 푸른 초원, 그는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몽골에서의 시간들을 기억해낸다고 했다. 사진 속에는 아무 것도 없으나 눈 감으면, 800년 전 그곳을 질주하던 푸른 군대가 떠오른다고 했다. 선두의 칭기스칸의 모습이 이내 따라잡힌다. 강인한 군인이었고, 현명한 지도자였으며 가슴 따뜻한 군주였던 칭기스칸. 그는 꿈을 알았고, 말과 행동이 던져주는 진실의 위력을 알았다고 김종래는 말했다.
저자는 “목축생활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영위하는 현대인의 생활태를 유목민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유목민이란 영토가 아닌 사상을 중심으로 모이는 부류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여행, 경계, 오아시스의 위치를 아는 것 등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 따라서 저자 김종래의 몽골과 유목민에 대한 관심은, 과거 회의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것이 된다. 왜냐하면, 휴대폰, 노트북 등이 사이버세계의 기마 궁사들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은 인터넷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접촉되는 유비쿼터스 시대, 바로 지금이 800년 전 칭기스칸의 유목민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칭기스칸이 정복한 땅은, 777만 평방km, 알렉산더 대왕 (348만) 나폴레옹(115만) 히틀러(219만) 등 세명의 정복자가 밟은 땅보다 훨씬 넓다. 칭기스칸은, 비열하고 겁나는 현장 가운데서 태어나 성장했다.
그리고 세계를 정복해나갔다. 찬란한 문명을 이룬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먹기 위해 유목하고 살기 위해 전쟁했다. 그 결과 800년 전 팍스 몽골리카가 건설된 것이다. 지금 몽골제국의 영광은 신화로만 남았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미래 속의 리더이기에 신화 따위는 그 때도 부질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그가 여전히 미래에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유목민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디지털의 사막과 인터넷의 초원을 달리도록 만들어줄 칭기스칸 같은, 태풍의 눈이 없다는 것이 비참한 현실이다. 리더가 부재한 유목민, 21세기 노마드는 그래서 칭기스칸을 원하고 있다. 눈이 존재하는 한 태풍은 죽기 않기에, 태풍을 일으킬 그 리더십이 그립다고 저자는 프롤로그를 마치고 있다.
이 책은, 리더에 대해 5개 장으로 구분해 사례 중심으로 세세하면서도, 간결,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각장 제목은 다음과 같다. 제1장 “상상력과 열정이 동력이다. 세상은 인간 속에 들어있다.” 제2장 “리더는 비전을 제시한다. 리더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한다.” 제3장 “리더는 길을 만든다.” 제4장 “꿈을 결집하는 자가 리더다.” 제5장 “리더는 성공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각 장마다 필자에게 필이 꽃힌 몇 대목을 소개한다. “맑고 푸르게 하는 자, 이 하늘에서, 우리는 지혜와 밝은 지성을 배운다.”(23쪽) “등을 지고 있어도 서로 마주 보는 것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까운 데 있다고 생각이 간다면, 하늘도 그대들에게 가호를 내릴 것이다.”(35쪽) “나는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나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나는 반드시 몽골고원을 통일할 것이다. 살아서 할 일이 있는 한 절대로 죽지 않는다.”(46쪽)
“몽골인들은 절대로 식언을 하지 않는다. 법에 거짓말한 자는 처형한다고 적혀 있다. 그들은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이다.”(81쪽)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벗의 의무다. 도움의 대가를 받는다면 그게 무슨 벗이겠는가.”(93쪽) “낮에 보기 위한 눈, 밤에 듣기 위한 귀”(95쪽)
“유목민들은 가능성과 절망을 동시에 짊어지고 걸으면서 미래를 꿈꾼 사람들이다. 고통의 침대에서 꿈꾸는 자들만이 아침에 찬란한 태양을 볼 수 있다. 칭기스칸은 그 누구보다 앞장섰고 그 누구보다 먼저 길을 열였다. 그래서 그는 아직도 미래형이다.”(121쪽)
“몽골 촌에 가면 백차선 도로를 보게 된다. 물론 비포장이다. 어떤 운전자도 다른 운전자의 뒤를 따라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는 확장을 했음에도 8차선이다. 유목민들이 백차선까지 만든 이유는 오직 하나, 남보다 빨라야 가축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그래야만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떄문이다.”(126쪽) “몽골의 개는, 낮에는 잠만 잔다. 편안하게 수식을 즐기는 것이다. 밤을 위해서다. 밤에 늑대가 쳐들어오는 것을 주인에게 알리는 보초 근무를 서야 한다. 그래야만 가축을 지킬 수 있다. 늑대가 습격하면 양 200마리가 모조리 도륙된다. 늑대는 습성상 맛있는 부위만 뜯어먹고 다른 양을 공격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개를 충분히 쉬게 해주어야 한다.”(131쪽)
“몽골 사람들을 만나면, ‘소닝 사이항 요 웬’ 라고 인사한다. 무슨 새로운 소식이 없느냐는 뜻이다. 안부를 넘어 정보를 주고받는 게 유목민들의 인사법이다. 유목민들에게 정보 수집능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능력이었다.”(138쪽) “기술자들은 죽이지 말라! 일칸국의 정사인 <집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칭기스칸은 도시는 파괴할지언정, 기술자는 죽이지 않았다. 다양한 기술자들을 살려서 데려왔다.”(149쪽) “칭기스칸은 아들 넷을 두었다. 그 중 장남으로 거둔 적장의 아들은 후계자 후보에서 제외하고 셋째 아들 어거 대이를 다른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후계자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만약 너희 모두가 칸에 오르기 위해 싸운다면, 머리 여섯인 뱀과 다를 게 없다.’ 그는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의 분열이 더 두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177, 178쪽) “미인과 명마는 누구나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만을 쫓다보면 모든 것을 잃는다. 술을 좋아하면 결국 모든 것을 잃는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중책을 맡겨야 한다. 정 술을 마셔야만 한다면 한달에 3번 이상 마셔서는 안된다.”(178, 179쪽) “내 자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내 제국이 나설 것이다. 징키스칸의 손자 쿠빌라이 칸이 세운 원나라는 결국 백여년 만에 쇠퇴를 맞았다. 스스로 말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유목민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200쪽)
저자 김종래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징키스칸의 인간성이랄까, 성격에 대한 오해이다. 일본의 원자폭탄을 투하한 트루먼 대통령을 과격한 살인마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유독 징키스칸 하면, 살인마, 학살자라고 연상할까. 이 또한 무지의 소산이다. 엄격히 말해, 징키스칸의 군대와 징키스칸은 다르고. 태풍의 위력이 강할수록, 태풍의 눈을 고요한 법이다. 이 책을 펴내게 된 까닭도 징키스칸에 대한 오해 때문이었음을 밝힌다.”
저자가 에필로그 뒤 친절하게 소개한 몽골 관련서적들이다.
<몽골 비사>(유원수 역주, 사계절출판사)?<유라시아 대륙에 피어났던 야망의 바람>(박원길 지음, 민석원) <몽골세계제국>(스기야마 마사야키 지음, 임대희 옮김) <세계의 정복자 징키스칸의 생애> <몽골의 관습과 법>(서병국 옮김, 한국학술정보) <천하를 통일한 칭기스칸의 리더십>(라이터스). <소설 징키스칸 1, 2>(디앤씨미디아) <바다의 실크로드>(이희수, 청하출판사) <실크로드로 간 과학자>(안운선 지음) <말이 바꾼 세계사>(모토무라 요지, 가람기획) <유라시아 유목제국사>(르네 크루세, 김오동, 유원수, 정재훈, 사계절출판사)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천규석, 실천문학사) <노마디즘:천의 고원을 넘나드는 유쾌한 철학적 유목>(이진경, 휴머니스트) <몽골의 종교>(발터 하이시히, 소나무) <몽골 현대 시선집(이스, 돌란 외, 문학과 지성) <유목민이야기>(김종래) <CEO징기스칸>(김종래, 삼성경제연구소) <우마드-여성시대 새로운 코드>(김종래, 삼성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