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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았다. 그러나 쓰지 못했다”…박화강 기자의 5·18언론상 공로상이 더욱 뜻깊은 이유

“우리는 보았다. 사람들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년 5월, 광주 전남매일 기자들이 신군부의 언론 검열에 항의하며 발표한 공동사직서의 한 대목이다.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처절하면서도 가장 숭고한 문장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이 역사적 문장의 중심에 있었던 언론인 박화강(79) 전 한겨레신문 기자가 제16회 5·18언론상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비록 46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러 받은 상이지만, 이번 수상은 한 개인에 대한 예우를 넘어 군부독재 앞에서 언론의 양심을 지키려 했던 한 세대 언론인 전체에 바치는 헌사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박화강 기자는 1980년 전남매일 기자로 재직하며 신군부의 언론 통제에 맞서 같은 해 5월 13일 ‘언론자유 실천 선언’을 주도했다. 이어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 시작되자 계엄군의 무력 진압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그러나 철저한 검열로 진실을 기사로 내보낼 수 없게 되자, 그는 침묵을 선택하지 않았다. 5월 20일 사직서를 준비했고, 동료 기자들이 뜻을 함께하면서 집단사직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보았다. 그러나 쓰지 못했다.”

이 한 문장은 이후 한국 언론자유운동을 상징하는 선언이 됐다. 기자가 펜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직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거짓을 기록하는 펜을 거부하겠다는 마지막 양심의 표현이었다.

박화강 기자

박화강 기자는 1980년 해직의 아픔을 겪은 뒤에도 언론을 떠나지 않았다. 1987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광주·전남 지역 기자로 활동하며 2004년까지 지역 민주주의와 인권, 5·18 진상규명 보도에 헌신했다. 민주언론 창달이라는 한겨레의 창간 정신을 지역 현장에서 묵묵히 실천한 언론인이었다.

은퇴 후에도 그의 삶은 멈추지 않았다. 전남 보성 득량면 자택에 ‘불이학당’을 열어 동학과 한국 근현대사, 민주주의를 시민들과 함께 공부하며 ‘기록하는 기자’에서 ‘공유하는 언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히 들불야학의 상징적 인물인 고(故) 박기순 열사의 친오빠로서, 민주주의와 민중의 역사를 삶으로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의 존재는 각별하다.

5·18기념재단과 광주전남기자협회는 지난 7일 심사위원회를 열어 박 전 기자를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박화강 전 기자가 작성한 공동사직서는 5·18 당시 언론인의 저항과 양심을 상징하는 기록으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이후에도 민주언론 창달과 5·18 진상 규명, 정신 계승에 헌신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오후 2시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1층 오월기억저장소 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날 대상은 광주CBS의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최초 보도와 사회적 파장 추적 보도’가, 우수상은 남도일보의 ’80년 5월, 광주 너머 5·18’과 KBS광주방송총국의 ‘5·18 해외연대 기획다큐 연속보도’가 각각 받는다.

박화강 기자의 이번 수상은 많이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이다. 언론인은 기사로만 평가받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는 쓴 기사보다 쓰지 못한 기사 때문에, 그리고 쓰지 못하겠다고 펜을 내려놓은 용기 때문에 역사의 평가를 받는다. 오늘 한국 언론이 다시 새겨야 할 것은 특종 경쟁이나 클릭 수가 아니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 했던 기자의 양심이다.

1980년 광주의 그 절규는 그래서 지금도 현재형인 것이다. “우리는 보았다. 그러나 쓰지 못했다.” 그 문장을 가슴에 새기는 언론인이 많아질 때, 우리 언론은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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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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