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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하비브 토우미 아시아엔 영어판 편집장, 바레인]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한 모스크에서 고요한 기도 소리가 들려오던 찰나, 공습 사이렌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중동 전쟁 6일째 아침은 그렇게 시작됐다. 신성해야 할 라마단의 아침이 드론과 미사일의 위협으로 뒤덮였다.이는 현대 전쟁의 초현실적인 단편이다. 일상의 리듬이 무의미한 폭력으로 무너지고 있다. 성찰과 자비, 축복으로 여겨지는 라마단이 전쟁통의 생존 본능과 충돌하고 있다. 수많은 바레인 국민들이 대혼돈에 빠진 이유다.
지난 수십년 간, 바레인은 혼란스러운 중동 내에서도 평화와 번영의 안식처로 여겨졌다. 바레인은 다양성이 빛나는 나라다.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동네의 모스크와 교회, 사원, 회당 등 여러 종교시설들도 지척의 거리에 자리해 있다. 2022년 바레인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레인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바다 물결이 사막의 모래를 감싸고 있다. 전통 시장 옆에는 웅장한 마천루가 서 있다. 바레인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국가다.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바레인이라는 고유의 모자이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중동전쟁도 바레인의 정신을 무너뜨리진 못했다. 오히려 바레인 국민들의 연대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쟁의 피해 역시 명백하다. 익숙했던 삶이 붕괴되면서 그 빈자리를 전쟁의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비집고 들어왔다. 바레인 국민들은 논리와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실을 연이어 마주하고 있다. 노년 세대는 과거 TV로만 지켜보던 전쟁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쟁을 처음 겪은 젊은 세대는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새벽 기도 시간마다 행렬이 이어지던 동네 모스크는 오늘도 신도들을 맞이했다. 30여명의 신도들은 작지만 소중한 일상을 붙잡기 위해 모스크로 나왔을 것이다. 이른 새벽부터 모스크를 찾은 신자들은 중동의 모든 이들이 그렇듯 평화를 간절히 기원했을 것이다.
이들이 기도를 마치고 거리로 나오자 공허함이 느껴졌다. 드론과 미사일의 비인격적인 기계음과 더욱 대비됐다. 외교와 자제를 호소해 온 바레인이 전쟁의 한복판에 놓여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다.
전시 상황의 전문가들은 전략적 움직임과 동맹에 따른 억지력을 이야기한다. 정부는 전쟁에 따른 보복 혹은 이익을 계산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쟁은 복잡한 셈법이 아닌 단순하고 가혹한 재앙이다. 멈춰버린 어느 아침 날, 텅 빈 거리에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고 상상해 보라.
군사적 승패나 지정학적 변화는 무의미한 전쟁의 변이 될 수 없다. 모스크에 옹기종기 모여 기도 드렸던 이들의 간절한 바람은 평화다.
아시아엔 영어판: A Call to Prayer, a Siren and the Absurdity of War – THE AsiaN
아시아엔 신드어판: بحرين: مسجدن مان بلند ٿيندڙ ٻانگون ۽ ھوائي حملي جي خطري وارا گُھگُھو – THE AsiaN_Sindh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