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에도 때가 있다.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른 뒤 더 빛을 발하는 책이 있다. 창가학회 명예회장을 지낸 고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의 <지지 않는 청춘>이 바로 그런 책이다. 2015년 처음 우리말로 출간된 이 책을 2026년 다시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상은 눈부시게 변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상을 바꾸고,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도구가 되었다.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청년들은 미래를 걱정하고, 중년은 생존을 고민하며, 노년은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세대는 다르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오히려 더 절실해졌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 앞에 선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많은 사람이 제목만 보고 청년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장만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 삶의 태도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 그리고 내일을 믿는 사람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청춘이다.
그래서 예순에도, 일흔에도, 여든에도 우리는 청춘일 수 있다.
나는 기자 생활을 하며 아시아 수십 개 나라를 다녔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도 만났고, 독재와 빈곤을 견디며 희망을 지켜낸 사람도 만났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재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이겨낸 사람이 결국 역사를 만들었다.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이 이 책에서 말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청년들에게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며, 사람을 사랑하고, 대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라고 권한다. 화려한 구호를 외치기보다 매일의 삶 속에서 용기와 성실, 배려를 실천하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메시지는 오히려 지금 더욱 절실하다.
우리는 경쟁에는 익숙하지만 격려에는 인색한 시대를 살고 있다. 상대를 이기는 방법은 많이 배우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충분히 배우지 못한다. 속도는 빨라졌지만 방향을 잃는 경우가 많고, 정보는 넘쳐나지만 삶의 지혜는 오히려 부족해졌다.
이 책은 그런 시대에 조용히 속도를 늦추라고 말한다.
한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며, 한 번의 진심 어린 대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고, 희망은 특별한 사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매일의 삶 속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들려준다.
나는 언론인으로 살아오면서 기사 한 편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상처 입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래서 언론은 무엇보다 사람을 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시아기자협회를 만들고 아시아엔을 창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지지 않는 청춘>에 내가 끌린 이유다.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논리가 없다. 대신 사람을 믿는 힘이 있다. 경쟁보다 공존을, 절망보다 희망을, 미움보다 대화를 선택하자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른다. 그래서 읽고 나면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마음보다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나는 좋은 책의 조건 가운데 하나가 ‘다시 펼쳐보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읽을 때와 열 번째 읽을 때가 다르고, 스무 살에 읽었을 때와 예순 살에 읽었을 때가 다른 책이 오래 살아남는다. <지지 않는 청춘>은 바로 그런 책이다. 삶의 단계가 달라질 때마다 새로운 문장이 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의미가 마음에 남는다.
아시아엔 독자들께 이 책을 권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사람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기술은 시대를 바꾸지만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 결국 희망도, 평화도, 용기도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혹시 지금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가. 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젊은 세대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한 번 펼쳐보시기 바란다.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청춘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태도’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아직 지지 않은 내일이 남아 있다는 희망도 함께 얻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