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문화칼럼

[발행인 칼럼] 제천-영월 고속도로 착공, 협치의 문을 열다

제천-영월 고속도로 착공식이 2026년 7월 21일 오후 2시 영월군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신용한 충북도지사, 우상호 강원도지사, 김길수 영월군수 등이 착공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고명진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장>

지난 21일 오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천-영월 고속도로 착공식은 단순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출발을 알리는 행사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는 대한민국 정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 자리였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VIP 대기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와 국민의힘 유상범 국회의원(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이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필자가 “여야가 이렇게 손잡고 함께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을 건네자 유 의원은 웃으며 “지사님과는 협력을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우 지사도 곧바로 “그럼요. 늘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속에는 정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담겨 있었다. 정당은 달라도 지역을 위한 일에는 얼마든지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날 착공식은 그 믿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교통망 확충의 의미를 강조했고,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축사에서는 정당을 앞세운 목소리보다 지역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용한 충북도지사(더불어민주당)는 제천-영월 고속도로를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성장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접근성이 높아져야 기업이 들어오고 관광객이 늘며 청년들이 돌아오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웃 강원도를 치켜세우는 우렁차고 당당한 목소리에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더불어민주당)는 “길은 자동차만 다니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길이 놓이면 사람이 오가고, 기업이 들어오며, 문화가 흐르고, 청년이 돌아온다. 그래서 길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잇는 생명선이라는 것이다.

그 말은 이날 착공식의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해 주었다. 길은 아스팔트를 까는 토목공사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지역과 지역을 잇고, 오늘과 내일을 잇는 일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가 해야 할 일 역시 갈라진 마음 위에 새로운 길을 놓는 일이다.

이 지역 출신 유상범 의원(강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은 풍수에서 말하는 ‘혈(穴)’을 비유로 들었다. “30년 동안 막혀 있던 혈이 오늘 뚫렸습니다.” 평택에서 삼척으로 이어질 국가 간선축이 제천에서 끊겨 있었는데, 이번 사업으로 그 막힌 혈이 이어지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 도로가 강원 남부는 물론 충북과 영남을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의힘 엄태영 국회의원(충북 제천·단양)도 제천과 영월은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라며 오랫동안 기다려 온 고속도로가 지역 발전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또한 공사 과정에서 지역 인력과 장비, 자재를 적극 활용해 지역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당부했다.

당은 달랐지만 네 사람의 메시지는 하나였다. 지역을 살리고 사람을 연결하자는 것이었다. 요즘 우리는 정치 뉴스를 보며 자주 한숨을 쉰다. 갈등과 대립, 정쟁이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비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날 영월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았다. 충북과 강원이 손을 맞잡았고, 여야 정치인들은 같은 미래를 이야기했다. 누가 더 잘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통합은 거창한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민들의 이동 시간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살리고,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된다.

중앙정치가 여전히 갈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면, 지방에서부터 먼저 달라져도 좋다. 지역을 위해서는 정당을 넘어 협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천-영월 고속도로 착공식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착공식 안내 책자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동서를 잇는 힘,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 나는 이 문구가 단지 고속도로만을 뜻하는 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강원과 충북을 잇고, 여야를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까지 담아낼 때 비로소 그 문장은 완성된다.

제천-영월 고속도로가 놓는 것은 길만이 아니다. 사람을 잇고, 지역을 잇고, 마음을 잇는 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다시 서로를 향해 걸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길이다. 우상호 지사의 말처럼 길은 자동차만 다니는 공간이 아니다. 그 길 위를 사람과 희망, 그리고 협력이 함께 달릴 때 비로소 그 길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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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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