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한궁 20년③] 한궁진흥법 왜 필요한가…”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국회가 답해야”

2006년 한국에서 시작된 생활체육 한궁이 올해 20년을 맞았다. 국회에는 박수현 현 충남지사가 국회의원 재직 당시인 2026년 2월 대표발의한 ‘한궁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은 한궁 진흥 기본계획과 지도자 양성, 학생·노인·장애인 프로그램, 연구개발과 국제교류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아시아엔>은 한궁이 지난 20년 동안 생활체육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건강효과는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별도의 진흥법은 왜 필요한지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박수현 전 의원

박수현 현 충남지사, 의원 재직 때 13명과 대표발의
문체부·기획예산처·대한궁도협회는 ‘개별법 필요성’에 신중론
노인·장애인·학생 지원부터 연구·국제교류까지 제도화
특정 종목 특혜 아닌 공공성·검증·투명성이 법의 기준 돼야

한궁이 법 앞에 섰다. 박수현 현 충남지사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2026년 2월 11일 의원 13명이 ‘한궁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2월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됐다. 한궁이 2006년 시작된 지 20년 만에 별도의 진흥법을 갖출 수 있을지 국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법안의 목적은 국민 체력 증진과 건강한 정신 함양, 한궁의 세계화다. 문체부 장관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매년 시행계획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지도자·전문인력 양성, 학생과 특수교육대상자 프로그램,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연계, 연구개발, 시설과 단체 지원, 국제교류와 해외확산, 국제대회 개최까지 폭넓게 담았다.

법안의 방향에는 이유가 있다. 국회 문체위 검토보고서는 한궁을 국궁과 투호, 다트와 양궁 등을 현대적으로 접목한 생활체육으로 설명하면서 신체적 제약이 적어 노인과 장애인 등 다양한 국민이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한궁협회는 2009년 창립됐고 2021년부터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로 가입돼 있다. 경로당과 장애인복지관, 아동센터 등으로 보급됐다는 점도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가 대한한궁협회 자료를 인용해 제시한 숫자도 적지 않다. 경로당 보급장소는 3만50곳, 한궁 관련 심판·지도자는 노인·장애인·생활체육·인성교육 부문을 합쳐 1만8040명으로 집계돼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정부의 독립적인 전수조사가 아니라 대한한궁협회가 제출한 자료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국가정책의 근거로 삼으려면 실제 참여인원과 활동 지속률, 프로그램 운영실태 등을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부터다. 국회 검토보고서는 법안의 제정 취지가 타당하다고 보면서도 반대 또는 신중론을 함께 소개했다. 문체부는 대다수 체육 종목이 기존 법체계 안에서 지원되고 있어 한궁만 별도 법률을 만들 경우 다른 종목과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한궁이 별도 진흥법을 정당화할 만큼 인지도와 역사적 상징성, 국제적 위상을 갖췄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씨름·태권도·바둑처럼 별도 진흥법을 가진 종목은 국가대표성이나 전통문화적 상징성, 산업적 파급력이 인정된 경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획예산처도 특정 생활체육 종목을 위한 별도 법률 제정에 신중한 입장을 냈다. 기본계획 수립과 인력 양성, 지원 등은 현행 생활체육진흥법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한궁도협회 역시 한궁은 현대적으로 창안된 생활체육인 만큼 기존 체육정책 체계 안에서 진흥할 수 있으며, 현대 창안 종목마다 특별법을 만들 경우 전통문화 보호를 위한 특별법과의 정책적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반론은 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궁진흥법이 통과되려면 정면으로 답해야 한다. “한궁이 좋은 운동이니까 법을 만들자”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국민체육진흥법과 생활체육진흥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지, 별도 법률이 생기면 국민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 답은 ‘특혜’가 아니라 ‘공공성’에서 찾아야 한다.

첫째, 지원의 기준을 숫자보다 공공성에 둬야 한다. 동호인이 많고 대회가 많이 열린다는 사실만으로 별도 법률의 필요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노인과 장애인이 얼마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지, 일반학생과 특수교육대상자가 함께할 수 있는지, 지역과 소득에 관계없이 접근할 수 있는지, 시작한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운동하는지를 봐야 한다. 공공재원이 투입된다면 참가자 수뿐 아니라 취약계층 참여율, 프로그램 지속률, 이용자 만족도, 안전성 등 평가 가능한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법안은 학교 학생과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한궁 프로그램 운영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특정 신체활동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교육과정과의 정합성, 학생 희망, 학교 여건을 고려해야 하고 특수교육대상자는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이유다. 취지가 좋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보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무’와 ‘지원·선택’의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건강효과는 홍보가 아니라 검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2회에서 살펴봤듯 한궁의 노인 인지기능과 관련한 긍정적인 연구가 있지만 아직 표본과 비교연구가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 법안에는 노인복지시설에서 ‘치매예방’을 위해 한궁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들어 있다. 그렇다면 법은 한궁의 효과를 미리 인정하는 장치가 아니라 효과를 검증하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법안 제10조가 학계·연구기관·산업계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도록 한 만큼 독립적인 장기 연구와 결과 공개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돈을 지원한다면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 발의안은 한궁지도자와 관련 종사자들이 문체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한궁협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민법상 사단법인인 대한한궁협회를 법률에 근거한 법인으로 전환하려는 내용이다. 검토보고서는 이를 한궁 진흥과 대중화를 위한 전문적인 실무체계 마련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봤다.

그렇다면 법적 지위와 공적 지원이 강화되는 만큼 책임도 커져야 한다. 보조금 사용내역, 지도자 자격 부여 기준, 사업자 선정, 시설지원과 국제대회 지원 기준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적 지원을 받는 경우 외부 회계검증과 사업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법이 특정 단체의 지위를 보장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공공지원은 권한과 함께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넷째, 기존 제도와의 중복을 걷어내야 한다. 검토보고서도 한궁단체 지원 조항은 국민체육진흥법과 중복될 수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교류도 마찬가지다. 법안은 국제기구 유치와 국제경기대회 지원을 규정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이미 국무총리 소속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가 국제교류와 국제대회 관련 정책을 심의하고 있으므로 이를 우선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제대회 지원 역시 기존 관련 법률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검토보고서의 의견이다.

따라서 한궁진흥법은 기존 제도로 가능한 사업을 한 번 더 지원하는 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별도 법률이 있어야 가능한 영역을 좁고 분명하게 찾아야 한다. 노인·장애인·특수교육대상자 등 생활체육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체계적으로 높이는 일, 장기간의 건강효과 연구를 축적하는 일, 지도자 교육과 안전기준을 정비하는 일, 한국에서 탄생한 생활스포츠의 국제교류를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일 등이 그런 영역인지 국회가 따져야 한다.

법안에는 문체부 장관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매년 시행계획을 만들도록 돼 있다. 기본계획에는 조사·연구, 지도자와 선수 양성, 시설·단체 지원, 프로그램 개발, 국제교류, 재원 확보, 안전·위생·방역까지 포함된다. 법이 통과된다면 이 기본계획에 ‘얼마를 지원했는가’보다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측정하는 평가항목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한궁진흥법을 둘러싼 질문은 결국 한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생활체육을 어디까지 국가의 책임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전문선수와 엘리트체육에 집중됐던 스포츠정책을 고령자와 장애인, 어린이의 일상적인 신체활동까지 넓힌다면 국가는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지원해야 하는가. 한궁은 그 질문을 국회에 던지고 있다.

20년을 이어왔다고 법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역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필요성을 배제할 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어떤 공익을 제공하는지, 기존 제도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무엇인지, 국가 지원에 상응하는 검증과 책임의 장치를 갖출 수 있는지다.

한궁진흥법은 한궁인에게 주는 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노인과 장애인, 아이들이 일상에서 함께 움직이고 어울릴 기회를 국가가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를 시험하는 하나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효과는 검증하고, 예산은 공개하고, 기존 제도와 겹치는 부분은 걷어내고, 학교와 복지현장의 선택권은 존중해야 한다.

그 전제가 법안에 분명히 담긴다면 답은 명확해진다.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국회가 처리할 때다. 한궁이 지난 20년 동안 과녁을 향해 핀을 던져왔다면 이제 과녁은 국회에 있다. 국회가 맞혀야 할 것은 한 종목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생활체육의 공공성이다.

20년 동안 한궁은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가 함께할 수 있는 생활체육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보여줬다. 코로나 유행 시기에도 한궁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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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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