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바닷가선 ‘내 삶을 다시 비추다’ 사진치유 프로그램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관장 고명진 전 한국사진기자협회장)이 운영하는 ‘지혜학교 인생 2막 사진치유 프로그램’과 ‘어르신 기자학교’ 참가자들이 15일 강릉을 찾아 사진과 기록을 매개로 자신의 삶과 지역을 다시 바라보는 현장수업을 가졌다.
이날 현장수업에는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동네방네 기자단’과 프로그램 참가자 등 20여명이 함께했다. 대한노인회 영월군지회도 후원·협력으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강릉으로 떠나기 전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에서 ‘내 삶을 다시 비추다’를 주제로 간단한 강의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수업은 사진을 잘 찍는 기술보다 무엇을 보고 왜 기록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들은 지나온 삶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과 장소, 사건을 떠올리고 사진 한 장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 서로 의견을 나눴다.

프로그램은 사진 촬영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진을 통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며 이를 이웃과 다음 세대에 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한 사람의 삶이 곧 지역의 생활사이고,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을의 기록자가 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어 일행은 이보람 관장이 운영하는 강릉 디자인씽킹뮤지엄을 찾았다. 디자인씽킹뮤지엄은 예술관·문학관·유물관(교육관)을 갖춘 1종 종합박물관으로, 공감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새로운 생각을 찾아가는 ‘디자인씽킹’을 전시와 교육에 접목하고 있다. 이보람 관장은 지난 3월 제8대 강원특별자치도박물관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디자인씽킹뮤지엄은 전시물을 눈으로 보는 데 머물기보다 관람객이 사물과 이야기를 관찰하고 질문하며 자신의 삶과 연결하도록 하는 데 무게를 둔다. 자연과 연결된 전시와 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의 치유를 돕는 ‘힐링뮤지엄’도 지향하고 있다.
이날 어르신들의 현장수업도 이런 박물관의 성격과 맞닿았다. 이상기 아시아엔 발행인은 ‘박물관과 나’를 주제로 강의하고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박물관의 유물과 기록 역시 결국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에서 출발한다는 점, 평범한 사람의 사진과 글도 시간이 지나면 한 지역과 시대를 보여주는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우리 마을에서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전시실을 둘러봤다. 작품과 생활문화 자료를 살피고 자신의 기억과 연결되는 장면을 휴대전화와 카메라에 담았다. 단순히 전시물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보고, 생각하고, 질문한 뒤 기록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동네방네 기자단’이 지향하는 생활기자의 역할과도 이어진다. 기자가 특별한 사람만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마을의 사람과 풍경, 사라져가는 생활문화와 기억을 세심하게 살피고 기록한다는 의미다. 디자인씽킹뮤지엄에서의 관찰과 질문은 어르신들이 영월로 돌아가 무엇을 취재하고 기록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수업이 됐다.

강릉 해변과 소나무숲은 또 하나의 교실이 됐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숲길을 걸으며 바다와 소나무,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사진에 담았다. 같은 장소를 바라보면서도 무엇에 눈길을 주고 어느 순간 셔터를 누르는지는 사람마다 달랐다. 각자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사진 속 시선으로 나타났다.
익숙한 영월을 떠나 낯선 공간을 걷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시선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전에 무엇이 눈에 들어왔는지, 왜 그것을 찍었는지 서로 이야기하면서 사진은 단순한 풍경 기록에서 자신의 생각과 기억을 담는 매체로 바뀌었다.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은 그동안 지역 어르신들이 직접 마을과 사람, 생활문화와 공동체의 변화를 기록하도록 ‘동네방네 기자단’과 어르신 기자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번 강릉 현장수업도 주민을 단순한 교육생이나 관람객이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질문하고 기록하는 ‘생활기자’로 세우는 활동의 연장선이다.
특히 ‘내 삶을 다시 비추다’ 프로그램은 사진 기록, 삶의 이야기 나누기, 사진에 글 붙이기, 현장 촬영 등을 통해 어르신들이 자신의 생애를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도록 구성됐다. 이날 디자인씽킹뮤지엄에서의 관찰과 토론, 강릉 해변에서의 촬영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의 경험을 지역의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이 됐다.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은 앞으로도 지역 주민과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과 마을의 역사를 직접 기록하고 이를 다음 세대와 나눌 수 있도록 사진·글쓰기·기자교육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