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 혜관 스님 ‘찻잔에 선운사 동백꽃 피어나고’

나는 맞아야 진실로

운다

 

텅빈 가슴으로

뜨거운 가슴을 털어 내놓고도

때론 서러움에 울고

때론 기쁨에 울기도 한다

 

오장육부를

다 떼어놓고 울지 않으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나는 맞아야 진실을

토해낸다

 

이 땅에 살아가는 이들이

안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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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문혜관 스님은 “중이 시집 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시인의 말을 덧붙인다는 것이 어찌 즐겁기만 할 것인가”라고 했다.

혜관 스님의 작년 1월 낸 <찻잔에 선운사 동백꽃 피어나고>(불교문예)엔 위의 ‘범종’ 외 65편이 담겨 있다.

‘냉장고 얼굴’ 제목을 단 시는 42음절, 21단어, 16어절로 아주 짧다. 울림은 깊고 멀다. 가슴을 파고 든다.

 

냉장고 문에 붙은

광고 딱지

짜장면 족발 쌀집 피자집······

 

어느 시인의

약력처럼

더덕더덕 붙어있다

 

내가 아는 이가 시 속에 나오면 더 반갑다.

‘낙산사’ 첫 연과 ‘원통에서’ 4째 연에서 발견하고 그랬다.

 

초겨울, 눈도 내리고 바람이 휙 부는 밤, 시 읽기 참 좋은 철이다.

‘동백꽃’ 역시 짧지만 여운이 길다.

 

지독하게 추운 겨울 어느 날

눈이 많이 오던 날

 

어머니께서 기침을 하시더니

각혈까지 쏟더니

 

백설 위에

빨간 꽃,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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