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김경문이 하일성보다 훌륭한 이유

남기춘 전 검사가 추천한 ‘부스터!’

장맛비가 시작되던 6월24일 남기춘 변호사와 저녁식사를 했다. 근 2년만이다. 우리는 2006년 여름 처음 만난 후 매년 한두 차례 만났으나 이번엔 인터벌이 꽤 길었던 셈이다. 지난 2년 사이 그는 대선후보 캠프에 발을 들여놓기도 하고, 대부분 변호사들의 로망이라는 김앤장을 그만두고 개인사무실을 차렸으며, 강골 후배 검사 변호를 자임하기도 했다. 이중 어떤 것은 자의반타의반이었을 터다. 이날 남기춘 변호사가 필자일행에게 준 명함엔 ‘100년계획 천진암대성당 건립위원회 사무총장’ 직함이 적혀있었다. 매우 뜻밖이었다.

필자가 따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남 변호사가 건립위 사무총장을 맡게 된 경위는 이렇다. 1993년 창립때부터 20년간 사무총장을 맡았던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총재가 작년 2월 별세하면서 이어받게 됐다고 한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 안강민 변호사가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남 변호사는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 때 순교한 승지(정3품) 남종삼(1817∼1866)의 종손이다.

필자는 평소 남기춘 검사가 언젠가는 검찰총장이 되길 바라며 ‘남총’(남기춘 검찰총장)이라고 불러왔다. 그가 건립위 사무총장을 맡았으니 ‘남총’으로 불리는 건 그다지 어색할 것도 없겠다.

그날 남총이 필자에게 책 선물을 했다. <부스터!>(김종수 지음, 클라우드나인). 필자가 인상 깊게 느낀 대목들을 독자들께 소개한다.

<부스터!>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다음 세 문장으로 압축된다. “당근과 채찍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먼저 인간을 이해해라! 경영은 힘을 다루는 기술이다.”

저자는 우리의 기업문화가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가기 싫은 회사’가 되어버리면 그 회사는 성장할 수 없음은 불문가지라는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의 오기 장군은 76번의 전투에서 무패의 기록을 세운 사람이다. 병사들이 기꺼이 전쟁에 나서게 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일반 병사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식사를 같이했다. 잠을 잘 때는 자리를 깔지 않았으며 행군할 때는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았다.”(23쪽)

“상벌주의를 극한으로 구현한 사람이 잭 웰치이다. 그는 ‘활력 곡선(Vitality Curve)으로 전 직원을 상위 20퍼센트, 필수 70퍼센트, 하위 10퍼센트로 나누었다. 상위 20퍼센트에게는 보너스, 스톡옵션, 승진으로 보상하고 70퍼센트는 상위 20퍼센트에 들도록 독려했지만 하위 10퍼센트는 해고했다.(중략) 그러나 그런 평가제도 아래서 직원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업무를 회피하고 냉혹한 평가제도는 협업의 분위기를 깨뜨리고 결국 회사를 망치는 원인이 됐다는 진단이 많았다.”(39쪽)

“영국군, 미군, 독일군의 전투력은 1 대 1.1 대 1.45였다. 독일군 100명이 각각 영국군 145명이나 미군 132명 소련군 200명과 동등한 수준의 전투를 벌일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중략)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의 중대, 소대단위까지 작전을 간섭 당했고 현장의 지휘관들은 아무런 재량권도 없었다.(중략) 예하 부대의 지휘관들이 상급부대의 전략목표를 아주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중략)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군은 사관후보생 시절부터 대대장 수준의 전투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전술교육을 받았다. 독일군 조직은 고위장성들에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다른 나라 군대들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덜 권위적이었다.”(56~59쪽)

“크게 성공한 기업의 창업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크게 감동한 적이 있다. ‘나는 회사가 100억원 매출 규모일 때 1000억원 매출규모에 걸맞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1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해서는 1조원 수준의 회사에 걸맞는 인재를 영입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중략) 칼은 칼과 부딪힐 때 날카로워지고 인재는 인재와 교류하고 자극을 주고받으며 능력이 향상되는 법이다.”(122쪽)

“칭기즈칸의 힘은 그의 부하들이었다. 그의 어록에 너무도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내 병사들은 밀림처럼 떠오르고 병사들의 처와 딸들은 붉은 꽃잎처럼 빛나야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해서든 바로 그들의 입에 달콤한 설탕과 맛있는 음식을 넣어주고, 가슴과 어깨에 비단옷을 늘어뜨리며, 좋은 말을 타게 하고, 그 말들이 달콤한 강가에서 맑은 물과 싱싱한 풀을 마음껏 뜯게 하는 것이다.’ 칭기즈칸의 군대 5만이 출병하면 10만이 되어 귀환하였던 것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134쪽)

능동적으로 일하는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하직원의 책임이 커질수록 일에 대한 의욕도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독일군의 ‘임무형 지휘체계’와 칭기스칸의 리더십을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나(저자 김종수)는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끝나는 시기에 신경쇠약이라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병에 걸렸다.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종목이었던 공부를 할 수 없게 한 정말로 고통스런 병이었다.(중략) 절망이 얼마나 컸겠는가? 이후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 신경쇠약 때문에 전후좌우가 완전히 막혀 있고 위도 아래도 밀봉된 유리감옥에 사는 것 같은 참으로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다.(중략) 조그만 재능이라도 있다면 자랑할 일이 아니라 그걸 정말 좋은 목적을 위해 남을 돕기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고통은 축복이 변장한 것이라고 여기고 늘 모든 일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려 한다.”(160~161쪽)

<부스터!>의 저자 김종수는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미시간 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포스코에서 10여년, 독일계 만로랜드코리아, 한세실업, (주)한샘에서 일하다 2005년 동화홀딩스(주)에 입사해 2013년까지 근무했다. 여기서 경영기획실장, 동화기업 대표이사, 대성목재 대표이사, 동화 말레이시아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입사 5년만에 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뉴질랜드 4개 법인 총괄 CEO가 됐다. <부스터!>는 저자의 현장경험의 기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은 정확성과 시간 엄수로 유명하다.(중략) 2005년에 일본의 한 전동차 기관사는 정해진 운행시간보다 1분30초가 늦어지는 바람에 급히 속도를 올렸다. 전동차는 과속으로 달리다 탈선해 아파트를 들이받고 1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백명의 부상자를 냈다. 운전경력 11개월에 불과한 기관사도 죽고 말았다. 이전에 운행시간을 지키지 못한다고 회사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받은 기관사는 그 기억 때문에 운행 지연이 불러올 결과가 두려웠으리라. 그러한 공포가 과속운행의 위험에 대한 판단력을 마비시킨 것이다. 노조는 사고 전 회사가 사원들에게 의도적으로 공포감을 조장했다고 폭로했다. 조직이 두려움에 짓눌리면 정상적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162~163쪽)

“1932년 가톨릭 수녀로 헌신하는 180명의 젊은 여성들에게 그 순간의 심정을 글로 쓰도록 했다.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한 상위 25퍼센트 수녀들 가운데 90퍼센트가 85세가 넘도록 장수하였다.”(184쪽)

“동료는 ‘같은 직장, 같은 분야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동지는 ‘목적이나 뜻이 서로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동지는 동료와 달리 왠지 비장한 느낌마저 든다.(중략) 칭기즈칸의 평생동지라 일컬어졌던 ‘4명견’ 중의 한 명인 제베는 전투에서 칭기즈칸이 탄 말을 화살로 쏘아 쓰러뜨린 장본인이다. 그러나 그는 평생동지가 되어 제국 건설에 평생을 다 바쳤다.”(204~205쪽)

“화려한 보고서보다 간단한 메모 한 장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더 효율적인가?”(215쪽)

“어느 날 하일성 사무총장은 밤늦게 선수단숙소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택근 선수가 다른 선수들이 자는 방마다 돌아다니며 에어컨을 끄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총장은 내일이 시합인데 빨리 자지 않고 뭐 하냐며 야단을 쳤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면 다음날 몸이 무거워져 컨디션이 안 좋아집니다. 저는 후보라서 팀에 이바지할 게 없으니 선수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뛸 수 있도록 하려고 에어컨을 끄고 있습니다.’ 하일성 총장은 김경문 감독이 비록 후배이지만 자신보다 훌륭한 지도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219~222쪽)

“실제로 국내 많은 기업의 2세 경영자는 장남이 아니다. 기업의 후계자 선정과정에서 창업주와 장남의 관계가 그렇게 나빠진 경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둘째아들은 그렇게 당하는 형의 모습을 잘 봤으니 아버지에게 회사는 아들보다 더 중요한 것임을 깨닫지요. 그래서 둘째는 창업주를 아버지로 대하지 않고 회장님으로 모시게 되지요.’ 외로운 보스의 고민과 열망에 같은 정도로 집중하면 반드시 보스는 당신을 파트너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235~236쪽)

“회장이 매주 보고를 받으면 직원들은 보고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없어지게 된다.(중략) 모든 것을 걸고 보스와 뜻을 같이하며 때로는 과감하게 ‘아닙니다’를 외치며 일하면 보스는 오래도록 당신을 기억할 것이다. 설령 보스와 의견이 달라도 회사에 필요한 일이라면 물러서지 말자. 그러다가 해고되어도 그래야 한다. 내가 회사의 주인이니까.”(238~242쪽)

“많은 CEO의 특징 중 한 가지는 성질이 급하다는 것이다.(중략) CEO는 회사에 애정이 크니 일이 생기면 남들보다 더 집중해서 생각한다. 어떤 이슈에 대해 투입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크니 결론도 빠르고 행동도 빠를 수밖에 없다.(중략) 보스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속도보다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성미 급한 보스보다 더 빨라야 한다.”(247~250쪽)

저자 김종수는 에필로그에 철강왕 카네기의 묘비에 새겨진 아래 문장으로 <부스터!>를 마무리한다. “자기보다 유능한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일하게 할 줄 알았던 사람 여기 잠들다.”(260쪽)

*이 책을 낸 클라우드나인은 2013년 12월12일 출판등록을 했으니 채 1년이 안됐다. 출판사 이름에 대한 설명이 꽤 맘에 든다. 즉 “클라우드 나인은 구름 중 가장 높은 구름인 9번 구름을 뜻한다”면서 “새들이 깃털로 하늘을 나는 것처럼 인간은 깃펜으로 쓴 글자에 의해 천상에 오를 것”이라고 한다.

이상기 기자 winwin0625@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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