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뜨락] 세계에이즈의 날 떠올리다, 희망! 그러나 아직도 멀기만 한 길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지혜학교 교장 역임] 지난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이하여 2013년 12월 1일 서울 적십자병원 강당에서 에이즈 환자를 돕기 위한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그 날 저녁에 나도 참석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어느 아이 엄마의 증언을 들으며 쓴 시가 아래의 ‘희망’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동두천 양공주였고 자신은 청량리 등지에서 작부였다. 그 와중에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를 4살 먹은 딸을 낳게 되었다. 그런데 그만 본인이 에이즈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되었다면서, 4살 외톨이 아이를 두고 어떻게 떠나느냐고 울먹거렸다. 그 자리에서 시를 썼다. 아니 시가 그냥 써졌다는 말이 맞는 말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에이즈를 동성애에 의한 질병으로만 낙인을 찍어 극심한 차별과 경계를 하는데 꼭 동성애로만 에이즈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혹 동성애로 인한 에이즈 감염자일지라도 우리는 그를 몸이 아픈 사람으로만 보아주는 넉넉한 품을 가질 수는 없을까?
참고로 에이즈바이러스(HIV)의 주된 전파경로는 성 접촉, 오염된 주사기의 공동사용, 혈액이나 혈액제제의 투여 및 모자감염이다.
희????? 망
???????????????????????????????????? 김창수
애쓰지 않아도 새벽이 온다고 말하지 마라
두더지처럼 지하에서만 살아야 하는
얼굴 지워진 존재들이 도처에 있는데
동두천 양공주에서 청량리 거쳐 흑산도 작부로 까지
할미, 어미, 딸 3대 모계로만 이어진 고름 투성이 생명 줄에
스물 넷 에이즈 감염자 죽음 앞에서
꿈꾸지 않아도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마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이
수 억 번 되풀이 되고 또 되풀이 된다한들
네 살 먹은 딸 아이 홀로 두고서
차마 어려운 길 가야만 하는데
애달파 하지 않아도 아침이 오고야 만다고 말하지 마라
어떤 이는 다 이루었다 천국을 말하고
어떤 이는 다 비웠다 무욕을 말하는데
천국과 무욕의 그림자 부스러기만 스쳐도
그것이 우리에겐 밥이 되고 거처가 되고 약이 될 텐데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외로움을 덜어 내며
비로소 마음 놓고 죽음을 두려워하다
네 살 박이 딸 아이 두고서도 먼 길을 갈 수 있을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