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뜨락] 성탄절 다시 읽는 타고르 ‘기탄잘리’ 20번째 시 ‘연꽃이 피었던 날’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시집 <꽃은 어디에서나 피고>, 지혜학교 교장 역임] 연꽃이 이미 내 속에 피어 있던 것을!
타고르는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아래 시‘연꽃이 피었던 날’은 그 중 20번째 시다.
‘연꽃이 피었던 날’은 어느 이름 모를 선사가 쓴 시를 생각나게 한다.
진일심춘 불견춘(盡日尋春 不見春)하고
망혜편답 롱두운(芒鞋遍踏 ?頭雲)이라
귀래우과 매화하(歸來偶過 梅花下)하는데
춘재지두 이십분(春在枝頭 已十分)인 것을
‘하루 종일 봄을 찾아 온 산을 헤맸지만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다가 매화 나뭇가지에 이미 꽃이 핀 것을 보았다’는 뜻이다.
연꽃이 이미 내 안에, 매화꽃이 이미 집 안 나뭇가지에 핀 것을 모르고 자기 밖에서만, 집 밖에서만 찾으려 다니는 것이 우리 인생이 아닌가 한다. 아니 그 이전에 아예 그 향기를 찾지도 않고, 찾아야한다는 것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필자도 그 간절한 향기가 내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음을 알기 까지 얼마나 방황을 하였던가! 그리고 그 향기를 찾아내 내면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가야 향기가 곧 내가 될 수 있을까?
연꽃이 피었던 날
? ? ? ? ? ? ? ? ? ? ? ? ? ? ? ? ? ? ? ? ? ?타고르
연꽃이 피었던 날
나는 그것을 몰랐습니다.
아아, 내 마음은 길을 잃은 양 헤매고 있었고
내 바구니는 비었는데
그 꽃을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때때로 슬픔이 내게 다가오면
꿈속에서 깨어난 양
남풍에 실려 오는
한 줄기 이상하고 달콤한 향기를 맡았습니다.
그 어렴풋한 향기는
내 가슴을 그리움으로 아프게 했고
그것은 완성을 찾는
여름의 뜨거운 숨결로 보였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가까이 있음을
그 완벽한 향기가
내 가슴 깊숙한 곳에서 꽃피어 있었던 것임을
나는 그 때 알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