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바닷가에서’ 타고르

강릉 바닷가 <사진 박서형 독자>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은 그림처럼 고요하고, 물결은 쉴 새 없이 넘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껍질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바다로 떠보내는 아이,

모두들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그들은 헤엄칠 줄도 모르고, 고기잡이 할 줄도 모릅니다.
어른들은 진주 캐고 상인들은 배 타고 오가지만, 아
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또 던질 뿐입니다.

그들은 보물에도 욕심이 없고, 고기잡이 할 줄도 모른답니다.

바다는 깔깔대며 부숴지고, 암초는 흰 이를 드러 내어 웃습니다.
죽음을 지닌 파도도 자장가 부르는 엄마처럼 예쁜 노래를 불러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암초는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하늘은 폭풍 일고, 물 위에 배는 엎어지며 죽음이 배 위에 있지만,
아이들은 놉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아이들의 큰 놀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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