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뜨락] 예수 탄생을 기리며···유안진 ’13평의 두 크기’

20120616004805091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한빛고교 교장 역임] 유안진은 안동 출신으로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 방식으로 시를 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에는 무주택 가구 비율이 44%로 나와 있다. 2채 이상 소유자가 25.5%이고 51채 이상 소유자가 3천 명이 넘는단다. 무주택자들이 안심해야할 통계인지 아니면 아예 집 마련을 포기해야할 통계인지 헷갈린다. 2천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님도 태어날 때부터 말 밥통에서 태어났음을 위안으로 삼으면 좀 마음이 진정될지도 모르겠다.

시 ‘13평의 두 크기’는 가슴이 저리면서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양가감정의 시이다. 처음 제 집을 가져본 50대 안주인은 아마 남의 고대광실이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자랑질 뒤엔 길고 긴, 서러웠던 가난이 자리하고 있다. 근면성실하게 살면서도 50이 지나도록 제 집 한 번 가질 수 없는 사회는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이러한 팍팍한 삶이 개인의 나태나 게으름 혹은 무원칙한 소비 때문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는 임대 아파트 13평에서 자기 집 13평짜리를 구입한 여주인의 자랑 질을 마음껏 축하해주자.

 

13평의 두 크기

유안진

너무 늦은 축하가 미안해서

양초와 하이타이 등을 잔뜩 사들고 인사를 갔었지,

13평 임대 아파트에서 13평 아파트로 이사 간 집으로

쉰셋 나이에 처음 제 집에 살아 본 안 주인은,

종아리까지 걷어 보이며 불평불만이었지.

석 달이나 지났어도 부은 것이 안 풀린다고,

괜히 넓은 집 사서 다리만 아프다고,

청소하기만 힘들다고,

평수는 같아도 크기는 엄청 다르다고

그녀의 그 어불성설의 화법이

이따금씩 내 두통을 쫓아주곤 하지.

Leave a Reply